박근혜의 ‘4대 질환 보장’ 의료공약 ‘가짜’라고 말하는 ‘광우병 스타’의료인들 “문 후보 공약은 우리나라가 산유국이 된다면 가능”
  • 얼마 전 의료계 인사를 만났다.
    만나자마자 탄식을 쏟아냈다. 

    “며칠 전 길을 걷다가 어떤 여성이 친구들에게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면 의료비 걱정 없이 살 수 있대. 그래서 문재인을 찍어야 된대’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사실이 아닌데….”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의 ‘의료 공약’이 현실에 대한 왜곡도 섞여 있다는 지적이었다.

    그런데 지난 14일에는 의사인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의료공약이 ‘가짜’라고 비판한 글이 ‘프레시안’에 실렸다. 

    우석균.

    2008년 ‘광우병 시위’ 때 ‘맹활약’을 했던, 그 사람.
    그의 말이 사실일까.
    복잡한 의료 시스템을 잘 모르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럴싸하게 보이지만, ‘사실’은 다르다는 게 의료계의 지적이다.
    의료계 인사들은 박 후보와 문 후보의 의료공약을 보고 이렇게 평가했다.

    “이번 대선에서 박근혜와 문재인 후보의 보건의료공약집을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박근혜 후보는 공약이 애매했고, 문재인 후보는 너무나 완벽한 공약을 발표했다.
    아, 문 후보의 공약이 완벽하다는 데는 조건이 있다.
    우리나라가 산유국이라는 전제 하에서다.
    뭐든지 다 해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의료 전문가들은 문 후보 이런 공약을 발표하게 된 게 선거를 앞두고 국민에게 뭔가 약속은 해줘야겠는데 보건의료 서비스는 제도가 복잡해서 전문가가 아니면 예측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일단 ‘공약을 지르고 본 것’이라고 분석했다.
    ‘포퓰리즘 공약’이라고 했다.

    문 후보의 의료공약은 돈이 들어가는 단위가 크다.
    그나마 박근혜 후보는 ‘잘못된 의료공약’의 위험성을 아는데다 약속 지키는 것을 생명처럼 여기므로 조심스럽게 공약을 내밀었지만 문재인 후보는 아예 화끈하게 공약을 내밀었다. 

  • ▲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의료공약 발표장면.
    ▲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의료공약 발표장면.

    문 후보는 일찌감치 보건의료정책 공약을 내놓았다.
    우석균 실장뿐 아니라 문 후보를 돕는 의사도 많기에 어떤 공약을 내밀어야 국민이 혹할지 잘 아는 이들이 미리 철저히 준비를 해놓았을 것이다.
    기대대로 ‘멋진 공약’을 내놓았다.

    문 후보의 의료 공약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1년에 병원비는 100만 원 이상 안 쓰는 세상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위험한 함정 몇 가지가 숨어 있다고 한다.

    먼저 본인부담 상한제는 지금도 있는 제도다.
    문 후보가 ‘연간 100만원 본인부담 상한제’를 발표했을 때 많은 국민들이 “와!” 감탄사를 외쳤다.
    국민의 의료비 부담이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이게 함정이다. 

    본인부담 상한제도는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제도다.
    지금도 환자의 소득수준에 따라 전체 병원비에서 연간 200~400만 원까지만 내면 된다.
    비보험 항목이 포함되지 않을 뿐이다.

    물론 문 후보의 공약은 여전히 대단하다.

    왜냐고?
    비보험 항목을 모두 없애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 다음, 문 후보는 “현재 비보험으로 되어 있는 항목 중 의학적으로 효과가 입증된 모든 검사와 치료를 보험으로 전환하겠다”는 엄청난 공약을 걸었다.

    여기에 의료인들은 “과연 가능할까”라며 의문을 제기한다.

    병원비는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는 급여(보험)와 혜택을 받지 않는 비급여(비보험)으로 나뉜다.
    비급여에는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PET(양전자단층촬영), MRI, 초음파 검사, 미세로봇수술 등이 포함된다. 이 모두 의료보험이 되면 좋겠지만 문제는 건강보험공단의 재정이다.

    10년 전 김대중 정권 시절 급여생활자들이 가입하는 직장의료보험과 자영업자 등이 주로 가입하는 지역의료보험의 재정을 하나로 뭉쳐 ‘건강보험공단’으로 바꿨다(자영업자의 ‘부실 소득신고’로 지역의료보험 재정이 망가졌다는 게 이유였다).

    그런데 문 후보는 선택 진료비, 상급병실료, MRI, 초음파는 물론 ‘의학적으로 효과가 입증된 모든 검사와 치료’를 의료보험에 포함시키겠다고 발표했다. 

  • ▲ 최첨단 진단기기인 양전자CT 촬영기(PET/CT). 한 번 촬영에 100만 원 이상이 든다.[사진: 필립스]
    ▲ 최첨단 진단기기인 양전자CT 촬영기(PET/CT). 한 번 촬영에 100만 원 이상이 든다.[사진: 필립스]

    그렇다면 건강보험공단의 재정은 얼마나 더 필요한 것일까?

    2011년 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진료비 실태조사에 따르면 현재 비급여는 전체 진료비의 약 20%를 차지한다.

    2011년 건강보험공단에서 병의원뿐 아니라 한방, 치과, 약국 등 전체 요양기관에 지급한 돈은 36조560억 원이다.

    문 후보의 공약을 단순히 계산해도 36조 원의 20%인 7조2천억 원이 추가로 필요하다.

    이게 다가 아니다.
    문재인 후보는 현재 200~400만 원으로 되어 있는 본인부담 상한선을 100만원으로 낮추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보건복지위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제도 하에서 계산할 때 이것에만 7,971억 원이 더 필요하다.
    여기에 건강보험 보장범위가 높아지는 것을 감안하면, ‘100만 원 본인부담 상한제’에 따른 부담금은 더 늘어난다.

    더 있다.

    문재인 후보는 병의원에서 사용되는 ‘간병비’를 모두 건강보험에 포함시켜 “보호자 없는 병원을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다. 

    건강보험공단 쇄신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간병서비스를 급여화하는데 필요한 재정은 3조4천억 원이다.

    또 있다.

    문 후보는 불임시술을 포함, 임신출산진료비를 전액 국가에서 부담하겠다고 발표했으며(약 9,500억 원) 저소득층 건강보험료 면제․보조(1조2천억 원), 필수예방접종 항목을 확대해 무상접종(1,052억 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여기까지만 얼추 계산해도 연간 13조 원 가량의 ‘세금’이 더 필요하다.
    이는 본인부담금이 낮아지는 경우 발생하는 ‘도덕적 해이’에 따른 비용증가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비용이다.

  • ▲ 2011년 4월 당시 직장인 건강보험료 인상 소식을 보도하는 모습.[사진: 보도화면 캡쳐]
    ▲ 2011년 4월 당시 직장인 건강보험료 인상 소식을 보도하는 모습.[사진: 보도화면 캡쳐]

    참고한 통계가 2011년을 기준으로 했고, 노령층 증가에 따른 가파른 의료비 증가까지 고려한다면 실제 추가로 필요한 돈은 최소 연 16조 원이 넘을 것이라는 게 의료계의 전망이다.

    그 뿐인가?
    문 후보는 이 외에도 현대화된 공공병원 확충, 응급의료/분만/신생아진료/중환자실/재활 지원, 노인종합건강지원센터 확충, 방문건강관리서비스 전국민 확대, 권역별 재활병원 확충, 지역정신보건센터설립 및 확충, 도시형 보건지소 확충, 과잉공급병상 매입, 1차 의료강화, 건강보험 적정보상 제도화 및 보건의료인력 확충, 한의약 산업육성, 제약산업 지원확대 등 대한민국의 모든 의료소비자와 의료공급자를 만족시키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이것만 이행하려 해도 연간 10조 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이라고 한다.

    결국 문 후보의 ‘의료공약’은 연간 약 25조 원의 세금이 더 필요한 ‘공약’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비용을 어디에서 마련하겠다는 현실성 있는 계획은 아직도 발표하지 않았다.

    연간 25조 원이라는 돈이 어디에서 나올까?

    문 후보는 우리나라가 갑자기 산유국이 되어 땅에서 기름이 펑펑 솟을 것을 염두에 두고 공약을 만든걸까?
    대부분의 국민들에게 25조 원이라는 돈이 어느 정도인지 상상이 잘 안 된다.
    25조 원은 방금 태어난 아기부터 100살 넘은 할아버지까지 대한민국 국민 한 사람도 빠지지 않고 50만 원씩 내야 모을 수 있는 돈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활동인구가 약 2,500만 명이라고 하므로 ‘돈 버는 사람’을 기준으로 하면 연간 100만 원을 더 내야 한다. 

  • ▲ 2011년 4월 당시 직장인 건강보험료 인상 소식을 보도하는 MBC. 구체적인 인상금액이 보인다.[사진: 보도화면 캡쳐]
    ▲ 2011년 4월 당시 직장인 건강보험료 인상 소식을 보도하는 MBC. 구체적인 인상금액이 보인다.[사진: 보도화면 캡쳐]

    왜 문 후보는 이런 사실을 말하지 않을까?

    사실 박근혜 후보도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박 후보는 문 후보에 비하면 꽤나 양심적이다.

    박근혜 후보는 의료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공약이 국민들에게 얼마나 큰 부담인지 잘 알고 있는 듯하다.
    한 번 뱉은 약속을 꼭 지켜야 하기 때문에 지킬 수 있는 약속만 한다고 알려진 박근혜 후보라 그런지 보건의료정책에 있어서는 문 후보에 비하면 답답할 정도로 공약에 신중을 기한 것이 보인다.

    암/심장병/뇌졸중/희귀난치성 질환 등 4대 질환의 비급여 비용까지 국가가 100% 보장하겠다는(간병비 제외) 박근혜 후보의 공약을 이행하는데 필요한 비용은 연간 2조5,141억 원으로 추산된다.

    의료계에서는 이 공약조차 100% 이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국가가 100% 보장을 한다면 너도 나도 앞 다퉈 많은 비용이 드는 신기술을 이용해 최고급 의료서비스를 받고자 할 것이고, 본인 부담 전혀 없이 모든 환자에게 공평하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현실’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후보의 보건의료공약을 현실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는 한꺼번에 시행을 하는 게 아니라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실천계획을 갖고 있고, 문 후보처럼 ‘필요한 것은 다 해주겠다’는 방만한 공약이 아니기 때문이다.

    때문에 김진수 사회복지학과 교수,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정무성 사회복지학과 교수, 정우진 보건대학원 교수 등으로 구성된 보건복지부문 ‘한국경제’ 대선공약평가단에서도 박근혜 후보의 보건의료공약은 6개 모두 실현성이 있지만, 문재인 후보의 보건의료공약은 7개 중 2개만 실현성이 있다고 발표했다는 것이다. 

  • ▲ 12월 14일 우석균 실장이 기고한 글.[사진: 프레시안 화면 캡쳐]
    ▲ 12월 14일 우석균 실장이 기고한 글.[사진: 프레시안 화면 캡쳐]

    박 후보의 의료공약을 ‘4대 질환 100% 공약, 가짜다’라고 비판한 우석균 실장에 대해서도 알아보자.

    우 실장이 2008년 당시 그렇게도 위험하다고 말했던 광우병 이야기다.

    광우병이 우리나라를 광풍처럼 휩쓸었던 2008년 봄, 당시 국제수역사무국 OIE통계로 보면 전 세계에서 광우병으로 진단을 받은 소의 숫자는 총19만297마리였다.

    1992년과 1993년 한 해 발병한 숫자가 각각 3만7,316마리와 3만5,410마리로 광우병이 창궐하였으나 소에게 쇠고기 사료를 먹인 것이 원인임이 밝혀져 육식사료를 금지시킨 이후 급격히 줄었다.
    이후 1996년 8,310마리, 2000년에는 1,956마리, 2007년에는 141마리가 광우병 발병 소로 나타났다.
    즉 광우병은 치명적인 병이었지만 다행히도 지구상에서 사라져가는 병이었다.
    그리고 당시 전 세계에서 광우병으로 진단된 19만297마리의 소 가운데 미국소는 단 3마리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1마리는 캐나다에서 수입된 소였으니 미국에서 자란 소는 19만297마리 중 2마리였다.
    미국은 약 1억 마리의 소를 사육하고 있고, 대부분 30개월 내외에 도축된다는 것까지 감안하면, 미국 쇠고기가 위험하다는 주장은 과장된 것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2008년 ‘광우병 시위’ 때 미국 쇠고기를 먹으면 곧바로 광우병에 걸릴 위험이 있는 것처럼 과대포장해 유명해진 사람 중 한 명이 ‘프레시안’에 박 후보의 공약을 비판한,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이다.그가 2012 대선을 앞두고 다시 언론에 얼굴을 내민 이유가 뭘까.
    그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보건의료공약이 ‘알고 보면 가짜’라고 주장하는 이유가 뭘까. 

  • ▲ 2008년 4월부터 시작된 '광우병 시위'.[사진: 연합뉴스]
    ▲ 2008년 4월부터 시작된 '광우병 시위'.[사진: 연합뉴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에 있는가?
    누군가에게 돌아오는 혜택은 누군가 부담을 하는 것이다.
    국민이 받게 되는 엄청난 의료비 경감혜택은 결국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사탕발림’이라는 말을 우리는 알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뭐든지 다 해주겠다는 말은 ‘사탕발림’이다.
    길을 가는데 누군가 다가와, “당신은 돈을 낼 필요 없이 받기만 하면 되니 따라오라”고 말한다면 당신은 그를 따라갈 것인가?

    그가 몰랐다면 무지한 것이고, 알면서 말했다면 그는 ‘사기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