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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의 젊은이들아, 선배세대에 배우라 !-그대들은 대한민국을 얼마나 알고 있나-
최 응 표 (뉴데일리 고문 /뉴욕에서)
대한민국의 젊은이라면 우리역사의 苦難(고난)의 열매와 고난의 짐은 같이 지고 가야 한다. 축복의 열매만 차지하겠다면 고난의 짐은 누가 지고 가나. 고통 없이 주어지는 열매가 어디 있는가.
비록 40년 가까이 외국에 살지만, 우리 젊은이들이 젊은 감정에 쌓인 잘못된 분노로 국가에 죄 짓는 일만은 없게 해달라고 하늘에 비는 마음, 이것이 80 인생을 살아온 인생 선배로서 조국의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간절한 기도다.
故 조지훈 교수는 1962년 ‘思想界’ 12월 호에 ‘당신들 세대만이 더 불행한 것은 아니다’라는 글을 올려 국민 소득 70불 시대를 사는 젊은이들의 아픔을 위로한 적이 있다.
2만 불 시대를 사는 젊은이들도 70불 시대의 젊은이들처럼 위로의 대상이 되는가, 심정적으로 선뜻 동의할 수가 없다. 물론 70불 시대의 행복지수와 2만불 시대의 행복지수가 같을 수는 없다.
하지만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자들은 그 과거를 되풀이하는 저주를 받는다”고 한 ‘미국 정체성’과 ‘새로운 미국문화’를 주창한 조지 산타야나의 말을 기억하라. 다시 말해 “젊은이들에게서 미래를 창조하는 가능성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그 사회, 그 국가의 미래는 없다”고 한 ‘고독한 군중’의 저자 데이비드 리스먼의 경고를 새겨들으란 말이다.
‘내가 못 사는 것은 저 사람이 잘 사는 때문이고, 기회는 다 나 아닌 다른 사람이 독차지했기 때문에 내게는 기회가 없다’고 남 탓하기 바쁜 젊은이들이 어떻게 미래를 위한 역사를 쓸 수 있는가.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나 태어나면서부터 행운을 타고나 남보다 앞서가는 자는 있기 마련이다. 처음부터 불평등이 주어져 나만 손해 본다고 자신을 괴롭히기보다는 그 불평등을 뛰어넘겠다는 기개와 꿈과 열정, 젊은이들의 특권이란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美國人(미국인)’의 저자 가토 히테도시(加藤秀俊)는 이렇게 말한다.
“모든 면에서 불평등이 있어서는 안 된다. 물론 근면과 노력에 행운이 더해진 덕분에 남보다 월등하게 성공하는 사람이 있다. 성공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과의 사이에는 명백한 落差(낙차)가 생길 것이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그 낙차가 ‘처음부터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출발점에서는 전적으로 같은 조건이었던 것이 그 뒤 개인의 노력과 능역에 의해 낙차는 벌어지는 것, 미국인에 있어서 그것은 기본적인 확신의 일부인 것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젊은이들의 특권과 의무는 선배세대를 뛰어넘는 것이라고 한다.2만 불 시대를 살면서 70불 선배시대를 뛰어넘지 못하고 국가가 무엇을 해주지 않는다고 분노에만 쌓여 있다면 본인의 미래는 물론 국가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가토 히테도시는 이어서 “달리기 경주에서 선수들은 같은 스타트 라인에서 출발한다. 결과에 따라 순위가 결정된다. 1등에서 3등까지에는 賞(상)이 주어지지만, 그 밖의 선수들에게는 아무것도 주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출발점은 같은 조건이었다. 달리기에 소질 있고 힘 있는 선수는 승리하고 그렇지 못한 선수는 패배했다, 그것뿐이다.”고 말한다.
이럴 때, 등수에 들지 못한 선수들이 누구를 원망할 수 있는가. ‘네가 1등을 하는 바람에 내가 상을 받지 못했다’고 불평할 수 있나.
그러면서 저자는 인생에 있어서도 원리는 이와 마찬가지라고 한다. 결과로써 優劣(우열)이 결정된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본인의 능력과 의지가 成敗(성패)를 결정한다는 말이다.
세상에서 말하는 일류대학, 일류기업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대학과 기업을 원망할 수 있는가. 입학시험과 입사시험에선 응시자 누구에게나 똑같은 조건이 주어진다. 합격자와 불합격자의 차이는 순전히 본인의 능역과 실력에서 온다. 일류대학, 일류기업 합격자 전부가 특권을 가진 자는 아니지 않는가.
빌 게이츠는 “가난하게 태어나는 것은 본인의 책임이 아니지만, 가난하게 죽는 것은 본인의 책임이다”라고 했다. 태어나면서부터 행운을 타고나 앞서가는 소수만을 의식하며 패배한 인생을 살기 보다는 자기 눈높이에서 정직하게 살며 행복해질 수 있는 지혜를 터득하라.
“이 세상은 우리의 필요를 위해서는 풍요롭지만, 탐욕을 위해서는 궁핍한 곳이다.”고 일러주는 간디의 삶의 교훈을 기억하면 젊은이들이 지고 있는 마음의 무게는 훨씬 가벼워질 것이다.
山과 숲 속에 끼어있는 몇 몇 병든 나무를 보지 말고 푸르고 위용당당하게 솟아있는 울창한 산과 숲 전체를 보라. 대한민국이 바로 그런 존재다. 불과 50, 60년 만에 70불 시대에서 2만 불 시대를 이룬 기적, 공짜로 얻어진 것이 아니다.
10월 2일 중앙일보 뉴욕판에 영국 이코노미스트 특파원 다니엘 튜더의 저서 ‘한국: 불가능한 나라 (Korea: The Impossible Country)에 대한 소개 글이 실렸다.
저자는 책 제목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한다. “두 가지다. 먼저 불가능한 기적을 이뤄낸 나라라는 뜻이고, 두 번째는 지금 한국사회가 갖고 있는 성공에 대한 높은 기준을 달성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불가능한 목표’에 시달리는 강남아이들의 안타까운 모습을 조명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것이 한국의 실상이다.
우리 젊은이들의 일그러진 모습을 그려볼 땐 언제나 “우리는 가난과의 싸움에서는 이겼지만, 풍요와의 싸움에선 지고 있다”는 조갑제 기자의 말이 떠오른다. 어떤 면에선 갑자기 주어진 풍요에 젊은이들의 정신이 병들고 있다는 생각, 60년대, 70년대를 뒤돌아보게 한다.
1960년대 초 서독광부 500명 모집에 4만 6천명이 모이던 시대, 그때 젊은이들은 그렇게 가난하고 힘든 시대를 살았다. 지원자 중 상당수는 4년제 정규대학 출신들이었다. 그렇지만 지금의 젊은이들처럼 국가와 사회에 대해 분노하고 원망하며 좌절하지 않았다.
국민소득 70불 시대를 사는 그들에게 불평, 원망, 분노가 왜 없었겠는가. 하지만 그들에게는 자기 눈높이에서 세상을 보는 지혜가 있었다. 이 점이 달랐다. 그래서 선배세대에게서 배우라는 것이다.
“밥 없으면 라면 먹지”하는 철없는 세상을 사는 젊은이들에게 무슨 말을 한들 귀에 들어 오겠냐만, 우리가 걸어온 고난의 역사를 바로 알아야 나라사랑의 마음이 열릴 거라는 생각에서 많이 알려진 이야기지만 ‘함보른 탄광의 눈물’에 얽힌 일화 몇 줄을 다시 간추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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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부 500명 모집에 4만 6천명이 모이던 1964년 12월 10일, 돈을 빌리려 서독에 간 박정희 대통령은 목숨을 담보로 노동을 팔러간 광부와 간호사들을 위로하기 위해 함보른 탄광을 찾았다.
얼굴과 작업복에 석탄가루가 묻은 광부 300명과 피곤에 지친 간호사 50여명이 모였다. 박대통령이 단상에 오르자 광부들로 구성된 밴드가 애국가를 연주했다.
박대통령의 선창으로 애국가 합창이 시작됐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까지 힘차게 부르던 목소리는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대목부터 합창은 울음으로 변했고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에서는 끝내 통곡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애국가 합창이 끝나자 박대통령은 눈물을 닦고 연설을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오자 박대통령은 연설원고를 밀치고, “광원 여러분, 간호원 여러분.......개개인이 무엇 때문에 이 먼 이국에 찾아왔던가를 명심하여 조국의 명예를 걸고 열심히 일합시다. 비록 우리 생전에는 이룩하지 못하더라도 후손을 위해 남들과 같은 번영의 터전만이라도 닦아 놓읍시다.....” 결국 울음이 북받쳐 연설은 끝을 맺지 못했다.
“여러분, 난 지금 몹시 부끄럽고 가슴이 아픕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무엇을 했나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합니다..... 나에게 시간을 주십시오. 우리 후손만큼은 결코 이렇게 타국에 팔려나오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반드시....정말 반드시....”
대통령을 비롯해 광부, 간호사들뿐 아니라 서독 뤼브케 대통령까지 눈물을 닦으며 강당 안은 울음바다가 됐다. 광부들과 악수를 나누고 차에 오른 박대통령은 서러움이 북받쳐 울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보다 못한 70의 뤼브케 대통령은 40대 박대통령의 눈물을 손수 닦아주며 이렇게 말한다.
“울지 마십시오. 잘사는 나라를 만드십시오. 우리가 돕겠습니다. 분단된 두 나라가 합심해서 경제부흥을 이룩합시다. 공산주의를 이기는 길은 경제 건설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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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서글픈 우리 현대사의 한 장면이다.2천 미터, 3천 미터 지하에서 목숨을 담보로 석탄을 캐내며 번 석탄 달러와 알코올을 묻힌 거즈로 屍體(시체)를 닦으며 번 간호사들의 시체 달러 송금액은 연간 5천만 달러에 달했다고 한다.
대한민국 성공의 역사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함보른의 3천 미터 지하탄광에서, 간호사들의 알코올 묻은 거즈에서, 벌집이 된 戰友(전우)의 헬멧이 뒹구는 월남의 戰場(전장)에서, 그리고 세찬 모래바람과 함께 이글거리며 타오르는 中東의 사막에서 쏟은 선배세대들의 피와 눈물과 땀으로 씌워진 소중한 역사다.
일류병에서 벗어나라. 왜 꼭 넥타이 매고 일을 해야 하나. 선배세대로부터 자기 눈높이에서 세상을 보는 지혜를 배우라.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에게 손 벌리는 부끄러운 인생을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가.
선배세대들에게 일류병이란 역겨운 사치였다. 그래서 찬란한 성공의 역사를 쓸 수 있었다. 2백만 이상의 외국 일손이 대한민국 산업현장에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지 말라.
역사를 읽으라. 전교조가 가르친 뒤틀린 역사가 아니라 선배세대들이 흘린 피와 눈물과 땀으로 씌워진 올바른 역사를 읽으라. 그러면 나라를 사랑하게 될 것이다.
역사 속에서 민족의 희망과 비전을 찾았던 단재 신채호는 “자신의 나라를 사랑하려거든 역사를 읽을 것이며, 다른 사람들에게 나라를 사랑하게 하려거든 역사를 읽게 하라.”고 했다.
젊음이 뛰고, 풍요가 흐르고, 자유가 넘치는 대한민국, 이 얼마나 자랑스럽고 가슴 벅찬 이름인가. 역사를 읽으라. 성공한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읽으라. 그리고 나라를 사랑하라.
기적의 시대, 감사의 시대를 사는 젊은이들아,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라.
그리고 “어떤 형태로든지 다시는 노예의 멍에를 메지 말라”는 이승만, 건국대통령의 민족을 위한 유언을 기억하라. (2012. 10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