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훈련병 등 해외영주권자 51명 논산훈련소에 입소지난 6년 동안 1,038명의 해외 영주권자 입대…무사히 군 생활
  • 헤헤 웃고 있는 훈련병. 군기가 빠진 게 아니라 활짝 웃어도 될 만한 병사다.

    지난 8월 20일 논산훈련소로 입대한 김수환 훈련병. 그는 우리나라 군대 ‘짬밥’은 몇 주 안 되었지만 ‘미군 짬밥’은 7년을 먹었다.

  • ▲ 김수한 훈련병. 그를 포함해 지난 8월 20일 논산훈련소로 51명의 해외영주권자가 입대했다.
    ▲ 김수한 훈련병. 그를 포함해 지난 8월 20일 논산훈련소로 51명의 해외영주권자가 입대했다.

    김수환 훈련병은 2004년 9월 미국에서 고교 졸업과 동시에 美해병대에 입대해 7년간 복무한 뒤 하사로 전역했다. 美해병대에서 군수분야에 근무하며 일본 오키나와, 하와이 등에서 근무했다. 2007년부터 2년 동안에는 주한미군으로 경북 포항에서 근무했다.

    김 훈련병은 아버지 김동화(55세) 씨와 어머니 서영숙(50세) 씨가 미국 캘리포니아에 유학 중이던 1986년 1월 태어났다. 김수환 훈련병은 태어나면서 ‘이중국적자’가 됐다.

    김 훈련병이 6살이던 1992년 가족들은 미국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에 귀국했다. 김 훈련병은 중학교 2학년 때인 1999년 혼자서 다시 미국 유학을 떠났다. 유학기간 동안 가정형편이 어려워지자 김 훈련병은 대학을 포기하고 美해병대에 입대했다.

    이렇게 7년 동안 '짬밥'을 먹은 뒤 다시 한국군에 입대했다. 이 정도면 속된 말로 ‘이빨 보여도’ 되지 않을까.

    “절대 후회하지 않습니다. 한국에서 떳떳하게 살기 위해 스스로 선택한 길이고, 지금까지 제가 한 일 중에서 가장 잘한 결정입니다.”

    김 훈련병은 전역 후 아버지의 사업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회가 된다면 한국 대학에 진학하고 싶다고도 했다.

    김 훈련병의 동기 중에는 이런 외국 영주권자 또는 이중국적자가 51명이나 된다.

    미국 영주권자로 일본에서 사진작가로 활발히 활동하던 중 외국인들이 ‘한국인이면 군대 다녀왔느냐’라고 묻는 질문 때문에 입대했다는 최고령 이현준 훈련병(30, 미국), 군 생활을 통해 한국인의 자부심과 정체성을 찾고 싶었다는 홍진기 훈련병(21, 일본), 결혼을 약속한 여자 친구와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입대했다는 김범준 훈련병(26, 미국)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짧게는 3년, 길게는 21년을 미국, 과테말라, 볼리비아, 이탈리아, 헝가리 등 18개국에서 살다 온 병사들이다. 당연히 ‘한국군 입대’와 적응이 쉬운 일은 아니다. 때문에 이들은 정식 신병교육훈련 전 육군훈련소를 스스로 찾아 초기적응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 ▲ 김수한 훈련병. 그를 포함해 지난 8월 20일 논산훈련소로 51명의 해외영주권자가 입대했다.

    육군훈련소는 2007년부터 국외영주권자를 대상으로 1주간의 초기적응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의 도움으로 군 생활에 잘 적응한 사람은 지금까지 1,038여 명. 우리 문화가 낯선 해외영주권자들에게 이 프로그램이 호응을 얻으면서 입영자의 수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초기적응 프로그램은 해외영주권자인 입대 인원들이 군 복무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의식주 체험과 우리나라 역사, 군대예절, 훈련장 견학, 체력훈련 등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들은 훈련 중에 틈틈이 대민봉사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지난 3일 훈련병들은 태풍 ‘볼라벤’과 ‘덴빈’의 영향으로 큰 피해를 입은 충남 논산시 연무읍 피해 농가를 찾아 대민지원활동에 참여했다.

    이날 대민지원을 처음 해봤다는 한승헌 훈련병(22, 미국)의 말이다.

    “외국에서 이런 경험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는데 군에 와서 대민지원 활동에 참여하면서 국민을 위해 언제 어디서든 발 벗고 나서는 군인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육군은 해외영주권자의 안정적인 군 복무를 위해 육군훈련소 초기적응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영주권자들의 특성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제반 평가와 전문상담관의 주기적인 면담을 통해서 본인이 희망하는 주특기를 최대한 보장하고 있다.

    이들 해외영주권자 훈련병 51명은 5주간의 훈련을 마친 후 9월 26일에 수료식을 실시하고, 29일 자대로 배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