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재춘 회고록 표지ⓒ
    ▲ 이재춘 회고록 표지ⓒ

    한국논단의 이도형 사장이 그의 팔순과 금혼을 기념하여 최근 출간한 저서 <망국과 흥국>(한국학술정보주 발행)은 이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많은 교훈을 일깨워 주고 있다.  이 책은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에 걸처 조선왕조가 몰락하고 일제(日帝)가 강대국으로 도약해 가는 과정을 관련 국가들의 역사적 기록물 등을 통해서 비교-분석-해설하고 있다. 마치 한편의 기록영화를 보는 것처럼 잠시도 책에서 손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일본이 빠른 속도로 근대화를 이루고 부국강병의 대국으로 융성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지만 그 단초가 된 것은 1853년 페리 제독이 이끄는  미국 군함 '구로후네(黑船)'의  무례한  개항요구를 국운 융성의 기회로 받아들여 내정개혁의 발판으로 삼고, 한걸음 더 나아가 서양의 발전된 문물을 광범위하게 흡수하여 국가발전의 원동력으로 활용한 '메이지 유신'에 있었다.

    조선왕조는 거의 같은 시기에 미국, 프랑스, 영국 등의 개항요구에 위정척사(衛正斥邪)로 대항하면서 대외개방의 가능성을 완전히 봉쇄하고 오로지 권력탈취를 위한 피나는 골육상잔(骨肉相殘)에 몰입하였다. 백성들의 고달픈 삶은 그들의 관심사항이 아니었다. 민생은 도탄에 빠졌고 민심은 지배층으로부터 완전히 이반될 수밖에 없었다. 

    국제정세의 흐름을 제대로 보고 내정개혁을 시도하였던 김옥균, 박영효, 유대치 등 국사(國士)들을 처형하였으니 조정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고 있었다. 나라의 존망이 위기에 몰리게 되자 조선왕실은 일본에 붙었다, 청나라에 붙었다, 러시아에 붙었다 급기야는 미국에게 하소연 했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던 것이다. '조선호(朝鮮號)' 는 침몰하고 일제의 식민지가 될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잘알고 있는 우리나라의 부끄러운 과거를 새삼 이 시기에 언급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현재의 남-북한의 형세가 과거의 한-일관계와 흡사하다는 점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건국의 아버지 이승만 대통령이 헌법을 제정할 때부터 대외 개방체제를 지향하였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법치주의와 인권존중 등의 규정은 대외개방을 전제로 하는 가치 체계임이 분명하다. 

    박정희 시대에 들어와 야당세력의 거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본과 맺은 국교정상화, 그리고 한-미동맹의 단합된 기치아래 결행했던 월남파병, 그리고  중동진출 등등…. 이 모든 것들이 국가발전을 위해  추진했던 개방정책의 산물들이다.

    노태우 정권하에서 강력히 추진되었던 북방정책에 따라 러시아 중국 등을 위시한 공산주의-사회주의 국가들과 교류와 협력을 시작하면서 대한민국은 이미 세계국가(Global State)가 되었다.

    이제는 미주, 유럽연합, 아세안 기타 세계의 거의 모든 주요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고 있으며 한국 체류 외국인 100만명 시대를 맞았다.  1948년 대한민국의 건국이래 64년만에 흥국의 절정기를 맞고 있다고 말한다면 과장일까?

    북한은 그 출발부터 대한민국과는 정 반대방향으로 나아갔다. 마치 100여년전에 조선왕조와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김일성을 위시한 패륜적 정치집단은 백성들의 민생에는 애초부터 관심이 없었고 그들이 말하는 '인민' 이라는 존재는 김일성 일족과 그 일부 옹위 세력의 권력유지 수단으로서의 가치 그 이상이 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김일성의 이름부터가 본명이 아니고, 김정일의 출생지도 소련 땅인데 이러한 사실들을 모두 감추고 통치를 하려니 기만과 폭력수단 외에는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처음부터 개방체재란 상상할 수 없는 것 아니겠는가.  

    북한에도 지난 60여년간 몇 번의 기회가 있었다. 1968년 프에불로호를 납치 했을 때에 미국과 보다 우호적인 관계를 맺을 수도 있었을 것이며, 2000년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평양방문을 개방의 호기로 활용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1994년의 북핵과 관련된 제네바 합의는 이미 휴지조각이 되었지만, 그후에 시작된 6자회담이라는 다국간 협상의 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핵을 포기하고 일거에 대외개방의 쾌거에 나설 수 있는 기회는 아직도 열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대 세습체재가 약화될수 있는 어떠한 변화에도 응하지 않겠다는 집권세력의 집착에는 백약이 무효라고나 할까?  김정은 체제가 철통같아 보이지만, 국제적인 고립무원의 상태가 계속될 때 내분은 필연적이며, 국력이 쇠퇴되면 될수록  내분을 수습할 여력이 없게 됨은 세계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망국으로 갈 수밖에 없는 소이이다.

    흥국의 절정기를 맞은 대한민국이지만 걱정되는 일이 두가지 있다. 

    하나는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오만과 과욕으로 세계적으로 경계와 시기의 대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예컨대 일본을 우습게 보는 것은 한국인밖에 없다고 누구나가 농조로 하는 말이지만 우리는 좀 더 겸손해 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세계 도처에서 한국인이나 한국회사에 대한 납치 테러 등이 빈발하고 있는데 대하여도 우리 자신을 좀 더 성찰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대일본제국'은 명치유신 77만에 멸망하였는데, 대한민국은 건국과 흥국 64년이 되었다. 역사를 되돌아 보고 우리의 형편을 재점검할 때가 되었다.

    또 한가지의 우려는 우리의 내부에서 집안을 허물고 있는 반국가세력의 존재이다. 망국을 향하여 달려가고 있는 북한의 3대 세습체제를 동경하고 지원하려는 이른바 종북세력이다. 이들 세력의 '망국병'을 치료하기 위한 대수술이 필요하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대한민국의 애국세력이 일치단결하여 망국병의 악성종양을 제거하는데 총 궐기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