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과 돈이 나라 움직이던 시대는 갔다""상생과 평화의 새로운 대한민국 만들겠다"
  • "소수 특권층의 나라가 아니라 보통사람이 주인이고, 네편 내편 가르지 않고 함께가는 진정한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되겠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은 17일 서대문 독립공원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노무현의 그림자'로 불리며 현실정치와 거리를 둬 왔던 문 상임고문은 지난 4월 총선에서 부산 사상구에서 당선된 뒤 대선 레이스에 뛰어 들었다. 그는 암울한 시대가 자신을 정치로 불러냈다고 했다.

    "소수의 부유층과 대기업의 창고는 금으로 넘쳐나는데, 대부분의 사람은 취업불안 고용불안 건강불안 노후 불안 등 불안을 이불처럼 덮고 매일 잠자리에 들고 있다. 보통 사람들이 처한 삶이 힘들고, 지금의 상황의 어려움이 엄중하기 때문에 나라가 무너지겠구나 하는 절박함 때문에 이 자리에 나오게 됐다."

    그는 권력과 돈이 나라를 움직이던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힘없는 사람들에게 끝없이 희생을 강요하던 낡은 경제, 낡은 정치, 낡은 권력도 모두 끝났다. 오늘 문재인은 우리나라를 우리 모두의 나라로 선언한다."

  • ▲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17일오후 서울 서대문구 통일로 독립공원에서 대선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17일오후 서울 서대문구 통일로 독립공원에서 대선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큰 일을 위해 때를 기다린다는 사자성어인 불비불명(不飛不鳴)를 제시하고, 이제 몸을 일으켜 날아야 할 때라며 시민들의 '정치참여'를 독려했다.

    "지금까지 우리 보통사람들은 날지도 울지도 못하는 새였다. 이제 몸을 일으켜 날아야 한다. 당당하게 말하고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 빚 갚기 어렵고 아이 키우기 어렵고 일자리가 보이지 않아 국민 모두가 아프다. 이는 약자의 고통에 관심 없는 정부, 부자와 강자의 기득권을 지켜주기에 급급한 정치가 사람들에게서 희망을 앗아가 버렸기 때문이다."

    그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개발독재 모델의 유산 청산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시장만능주의로 대표되는 시장독재 모델을 극복하고 개방, 공유, 협동, 공생의 새로운 원리를 채택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민주적이고 공정한 시장경제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운 좋게 부자 집안에서 태어났다고 평생을 앞서가고 가난한 집 자녀는 출발선부터 한참 뒤처진다면 참으로 불공평한 경쟁이다. 지방대학을 나와도, 고등학교만 나와도 실력대로 대접받는 등 누구나 공정하게 경쟁하고 그 결과에 승복해야 하며, 패자에게는 따뜻한 위로와 패자부활의 기회를 줘야 한다."

    문 고문은 자신이 꿈꾸는 나라를 '상생과 평화의 새로운 대한민국'이라고 칭하며 사람들이 서로 믿고 협력해 더 큰 성장을 이루고 지속가능한 삶의 토대를 만들고, 북한과 신뢰와 협력의 토대 위에 평화와 공동번영을 이루는 나라라고 설명했다.

    이어 분배와 재분배 강화, 인적자본 투자 강화,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국경을 넘는 협력적 성장 등 4대 성장전략과 맞물려 획기적 국가발전, 강한 복지국가, 일자리 혁명, 강한 대한민국 평화로운 한반도 등 6대 과제를 제시했다.

    그는 이날 선언문 발표를 앞두고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 국민의 의견을 받아왔다. 발표문에 이 내용들을 상당부분 반영했다고 측근들은 설명했다.

    문 고문은 출마 선언 도중 시인 출신인 도종환 의원의 시 '담쟁이' 일부를 낭독하며 "우리 모두 담쟁이처럼 두손 꽉 잡고 벽을 넘자"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담쟁이'는 문 고문에 대한 외곽 지지모임의 이름이기도 하다.

    그는 연설이 끝난 뒤 기자간담회에서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에 날을 세웠다.

    "이명박정부는 역사상 최악의 정부이다. 그러나 우리가 당한 것처럼 앙갚음을 한다든지 되갚아 준다든지 할 일은 아니다. 평가는 엄중하되 상대를 인정하며 경쟁하겠다."

    또 자신이 '친노계 핵심'이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유감의 뜻을 전달했다.

    "제가 친노의 핵심인 것처럼 비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그런 게 존재한다면 반드시 극복해야 하고, 친노라고 지칭되는 사람들이 빌미를 제공한 게 있다면 반성해야 한다."

    문 고문의 대선 출마 선언으로 민주통합당 내 대선주자 간 경쟁도 본격궤도에 오르게 됐다. 손학규 상임고문에 이어, 조경태 의원은 일찌감치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정세균 상임고문은 이달 24일에 김두관 경남지사는 내달 중순께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문 고문 출마 선언에는 30명의 현직 의원이 참석했다. 참석 의원들은 다음과 같다.

    김경협 김광진 김용익 김윤덕 김태년 김현 도종환 문희상 박남춘 박범계 박수현 배재정 백군기 서영교 유기홍 유인태 윤관석 윤후덕 이미경 이석현 전순옥 전해철 진선미 최동익 최민희 한명숙 한정애 홍영표 홍종학 황주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