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도시락 들고 5천원 쿠폰으로 뷔페점심마다 수백명 몰려... 4시까지 북적
  • ▲ 통인시장 내에 고객지원센터는 올 1월부터 도시락카페로 운영되고 있다. ⓒ양호상 기자
    ▲ 통인시장 내에 고객지원센터는 올 1월부터 도시락카페로 운영되고 있다. ⓒ양호상 기자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은 점심때만 되면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몰려온다. 저렴한 가격으로 음식을 골라먹을 수 있는 ‘도시락 카페’에 오기 위해서다. 손님들은 쿠폰을 산 뒤 빈 도시락 통을 들고 시장에서 먹고 싶은 음식을 사오는 방식이다.

    지난 5월 2일 점심시간 통인시장 도시락 카페를 찾았다.

    올 1월부터 운영된 도시락 카페는 시장 상인회가 운영하는 마을기업 ‘통인커뮤니티’에서 기획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외부 손님들을 끌어 모으자는 취지에서다. 시장 안에 있는 고객지원센터를 ‘도시락 카페’로 이름을 바꿔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카페는 문을 연지 3개월 만에 대박을 쳤다. 평일에는 하루 평균 2백여명이 이곳을 찾고 주말에는 8백여명까지 늘어난다. 대학생 커플부터 인근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외국인 관광객들까지 손님 층도 다양하다.

    이날 남자친구와 함께 시장을 찾은 대학생 이민영(23)씨는 “친구한테 이야기를 듣고 와보게 됐다”며 “먹고 싶은 반찬을 골라먹으니 재미도 있고 평소에 경험하지 못했던 특별한 데이트 코스가 된 것 같다”고 했다.

  • ▲ 시장에 점심을 먹으러 온 GS건설 원성용 부장, 박명호 부장, 왕성욱 부장, 이승률 부장, 최임식 상무, 정인보 부장(왼쪽부터). ⓒ양호상 기자
    ▲ 시장에 점심을 먹으러 온 GS건설 원성용 부장, 박명호 부장, 왕성욱 부장, 이승률 부장, 최임식 상무, 정인보 부장(왼쪽부터). ⓒ양호상 기자

    회사 단체복을 입고 식사를 하는 직장인 무리도 눈에 띄었다. GS건설 최임식 상무는 “이 근처에서 근무를 하는데, 직원들과 함께 종종 찾아온다”고 했다. 그는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5,000원으로 푸짐하게 점심을 해결할 수 있어서 좋고, 전통시장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 기분도 좋다”고 덧붙였다.

    카페 점심시간인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상인들은 정신없이 바쁘다.

    시골반찬 김남순 사장은 “한 달 사이에 매출이 30~40% 올랐다”고 했다. 그는 “10년 동안 이렇게 손님이 많았던 적이 없었다. 요즘은 점심시간만 되면 손님들이 들이닥치니 숨 돌릴 틈도 없다. 그래도 장사가 잘돼 상인들 모두 좋아한다”고 웃어보였다.

    김 씨는 동태전부터 떡갈비, 계절 나물까지 예전에 비해 반찬 가짓수를 10여개 이상 늘렸다. “500원짜리 쿠폰을 내면 반찬 한 가지를 담아주는데, 우리 집은 다른 반찬도 덤으로 얹어준다. 맛있다고 또 찾아오는 도시락 단골도 꽤 많아졌다”고 그는 뿌듯함을 전했다.

  • ▲ 손님들이 반찬가게에서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고 있다. ⓒ양호상 기자
    ▲ 손님들이 반찬가게에서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고 있다. ⓒ양호상 기자

    도시락 카페가 성공을 거두자 상인회는 ‘지속가능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정흥우 상인회장은 “카페를 기획한 마을기업 ‘통인커뮤니티’가 자체 수익을 낼 정도로 성장해야 계속 운영될 수 있다”고 했다.

    통인커뮤니티는 지난해 8월 서울시와 행정안전부에서 운영하는 ‘문화와 예술이 함께하는 전통시장’ 조성 사업의 일환으로 설립됐다. 올해 사업비로 3천만원을 지원받아 도시락 카페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당장 내년에 지원이 끊기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수익을 내야 지속운영이 가능해진다.

    통인커뮤니티 심계순 관리소장은 “올해는 통인커뮤니티를 ‘마을기업’ 위의 단계인 ‘사회적 기업’으로 신청할 계획이다. 도시락 카페 등을 통해 수익을 내면 사회로 환원하는 지속가능한 사업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했다.

    통인커뮤니티는 도시락 카페 사업 이외에도 상인들과 주민들에게 목공기술을 가르치는 ‘내 맘대로 공방’과 ‘배송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