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재가 공항과 항만 등을 통해 국제 택배나 화물로 대량 밀반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문화재청과 공조해 조선시대 고서적 등 문화재 3천589점을 해외로 밀반출한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로 유모(52)씨 등 24명을 검거하고 문화재 74점을 회수했다고 26일 밝혔다.

    유씨 등 2명은 문화재청장 허가 없이 2009년 4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129회에 걸쳐 고서적 3천486점을 일반서적 사이에 끼우고 포장해 국제택배(EMS)로 보내는 수법으로 인천공항을 통해 중국으로 밀반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유씨는 중국에 있는 친척 최모(41)씨에게 문화재 목록을 받아 이를 사서 보내주는 대가로 월 약 80만원씩 모두 2천여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모(64)씨 등 20명은 2005년 5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서울 동대문구와 중구 소재 문화재 매매업소에서 목공예ㆍ토기 등 문화재 100점을 가구류로 위장해 국제화물로 보내는 방법으로 부산항을 통해 일본ㆍ중국 등으로 밀반출한 혐의다.

    또 중국인 여행객 장모(57)씨 등 2명은 지난해 12월6일 오후 7시20분께 인사동에서 구입한 조선중기 과거시험 답안지 2점, 백일장 답안지 1점을 가방에 숨겨 중국으로 밀반출하려다 인천항 검색대에서 보안 요원에게 적발됐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밀반출된 문화재 중 조선 정조 때 규장각에서 간행된 '어정주서백선(御定朱書百選, 1794)'은 활자본과 목판본 모두 간행됐으며 한국의 여러 판본 중 가장 정교하고 문장이 정확한 편에 속한다.

    이외에도 조선중기 문신 이항복의 문집 '노사령언(魯史零言, 1673)', 조선중기 문인 하홍도의 '겸재선생문집(謙齋先生文集, 1666)', 조선 정조 내의원수의(內醫院首醫) 강명길의 '제중신편(濟衆新編, 1799)', 퇴계 이황의 '퇴도선생자성록(退陶先生自省錄, 1585)' 등 당대의 역사적 배경과 문화를 보여주는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것들이 많았다.

    경찰 관계자는 "항만의 화물 심사는 육안 확인 절차 없이 관세사의 서면으로만 이뤄져 문화재가 대량으로 밀반출되고 있다"며 "당국의 철저한 관리 감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