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첫 실시땐 미처 몰라 “물건 더 떼올 걸”“손님 되찾겠다” 특산물 등 파격 세일 나서
  • ▲ 지난 4월 8일 첫 시행된 SSM 의무휴업으로 문을 닫았던 돈암제일시장 인근 롯데슈퍼 동소문점. ⓒ 양호상 기자
    ▲ 지난 4월 8일 첫 시행된 SSM 의무휴업으로 문을 닫았던 돈암제일시장 인근 롯데슈퍼 동소문점. ⓒ 양호상 기자

    “지난주 일요일에 이상하게 손님들이 많더라고요. 무슨 일인가 했더니 SSM 의무휴업 첫 날이었죠. 미리 알았으면 물건도 좀 더 떼오는 건데⋯ 다음번 마트 휴업 날에는 좋은 물건도 많이 확보해두고 세일도 해볼까 합니다.” <강동구 명일시장 부부청과 임동표씨>

    “시장에서 50m 떨어진 곳에 롯데슈퍼가 있어요. 여기가 문을 닫으니 사람들이 우리 시장으로 몰려 왔어요. 평상시보다 20% 정도 늘어난 것 같아요. 다음번에는 대형마트까지 문을 닫는다고 하니 더 많은 손님들이 우리시장에 오겠죠?” <성북구 돈암제일시장 수원쌀상회 정남지씨>

    모처럼 전통시장 상인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기업형 슈퍼마켓(SSM)과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시장에 손님을 끌어 모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상인들은 돌아오는 의무휴업에 맞춰 ‘세일행사’나 ‘직거래장터’를 통해 고객 몰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지난 8일 서울 강동구와 성북구를 비롯한 전국 20개 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 SSM 의무휴업이 시작됐다. 롯데슈퍼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GS슈퍼마켓, 이마트 에브리데이 등 총 236곳이 일제히 그날 문을 열지 못했다. 해당 지자체가 매달 둘째, 넷째 일요일 휴무 조례를 제정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SSM만을 대상으로 했지만 오는 22일부터는 대형마트까지 의무휴업을 해야 한다.

    서울 강동구와 성북구는 이날 첫 시행된 강제휴무로 인해 시장을 찾는 손님들이 2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자 상인들과 해당 구청은 오는 22일 돌아오는 의무휴업을 대비해 간담회를 여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강동구는 양지골목시장(암사3동)에서 ‘직거래 장터’를 열 계획이다. 전라도, 강원도 농민들이 직접 산지 물건을 시장으로 가져와 저렴하게 판매한다.

    양지골목시장 남영우 상인회장은 “매주 둘째, 넷째 주 일요일을 전후로 시장 안에서 직거래 행사를 벌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의무휴업일을 포함해 앞뒤로 하루씩 모두 3일을 행사기간으로 잡았다. 매달 두 번씩 정기적으로 운영한다.

    첫 행사의 D데이는 4월22일이다. 남 회장은 “오는 20일부터 22일까지 강원도 직거래 장터가 시작된다”면서 “신선한 물건과 저렴한 가격으로 마트에 뺏긴 손님들을 찾아올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강원도에서 가져올 직거래 품목도 다양하다. 강릉 초당두부, 원주 된장과 막장, 속초 명란젓, 홍천 도라지, 횡성 한우, 영월 서리태, 인제 곰치나물 등 400여 가지다. 

    강동구 일자리경제과 김형숙 과장은 “직거래 장터를 통해 좋은 물건을 제공하고, 옛 추억을 불러일으켜 구민들을 끌어 모을 계획이다. 행사 기간 동안 하루에 천 명 정도의 고객이 유입될 것으로 본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 ▲ 지난 4월 8일 의무휴업으로 강동구 명일시장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 양호상 기자
    ▲ 지난 4월 8일 의무휴업으로 강동구 명일시장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 양호상 기자

    성북구도 지난 12일 구청장과 시장 대표들이 모여 회의를 열었다. 주요내용은 의무휴업에 맞춰 시장 마케팅을 구체화 한다는 것이다.

    박성도 지역경제과 과장은 “오는 22일에는 돈암제일시장, 정릉시장, 장위골목시장, 석관황금시장, 길음시장 등 모두 5개의 시장에서 할인행사가 시작된다. 각 시장에서 세일행사를 잘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번에는 의무휴업일을 모르는 상인과 주민들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구와 해당 상인회에서 적극적으로 홍보해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북구 장위골목시장 길희봉 상인회장은 “현재 점포들 중에서 할인행사에 참여할 가게를 모집하고 있다”며 “1차 식품 위주로 파격 세일을 펼칠 계획”이라고 했다. 평일보다 20~30% 정도를 할인하겠다는 것이다.

    행사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상인들도 행사 기간에 맞춰 물건을 들여오는 등 단단히 준비를 하고 있다.

    반면 의무휴업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SSM이 휴업 전날인 토요일 ‘폭탄세일’을 하기 때문에 오히려 시장 매출이 줄어든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SSM 업계가 일요일 매출을 토요일로 다 끌어들이지는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SSM 업계에 따르면 의무휴업 전날인 토요일 반짝 세일 등으로 인해 매출이 10% 전후로 늘었지만 일요일 휴업으로 인해 월 매출은 20~30%까지 감소했다. 

    의무휴업을 실시한 둔촌점(강동구)과 동소문점(성북구) 등 전국 421개 점포 중 105개 점포의 문을 닫은 롯데슈퍼는 매출이 지난주보다 30% 줄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와 GS슈퍼마켓 역시 18.6%와 32%씩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추산했다. 

    SSM 업계가 아무리 세일을 해도 ‘휴업’ 앞에서는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결과다. 

    그렇다면 이제 의무휴업으로 불편해진 소비자들을 전통시장과 골목으로 어떻게 끌어들일 것인가 하는 과제는 시장상인들의 준비와 노력에 달린 셈이다. 2012년 4월22일 대형마트 의무휴업으로 쇼핑할 곳이 마땅치 않은 주민들은 주변 전통시장에 가 볼 일이다. 전통시장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눈으로 확인하고 ‘천천히 쇼핑하기’를 즐길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