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소품실에서 제작‥정치적 의도 없었다" 해명진중권 "우리의 한 표, 한 표가 곧 쥐약이 됩니다"
  • KBS 2TV 드라마 <TV소설 - 복희누나(극본 이금림/ 연출 문영진)>에서 '4월 11일, 다 같이 쥐를 잡자'는 문구가 적힌 포스터를 드라마 소품으로 사용해 논란을 빚고 있다.

    문제의 포스터는 지난 12일 오전 방송된 <91화>에 등장했다.

    주인공 복희(장미인애 분)의 친엄마 윤정애(견미리 분)가 운영하는 '양조장 벽'에 쥐 그림과 함께 "다 같이 쥐를 잡자. 쥐약 놓는 날. 4월 11일"이라고 쓰여진 포스터가 게재된 것.

    방송 직후 다수의 시청자들은 "이 드라마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제대로 디스(diss·disrespect)를 가한 것 같다"며 해당 포스터를 정치풍자의 일환으로 해석했다.

    이들은 각종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누가봐도 정치적 의도가 다분..", "'4월 11일'과 '쥐'라는 단어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제작진이 몰랐을까?"라는 의견을 개진하며 관련 의혹을 부추기는 모습이다.

    '4월 11일'은 제19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열리는 날이고, '쥐'는 좌파 진영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조롱할 때 흔히 사용하는 단어 중 하나다.

  • 그러나 KBS는 "해당 포스터는 정치적 의도가 아닌, 당시 시대상을 재현하고자 만든 것"이라며 이같은 확대 해석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KBS는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아침 드라마 <복희 누나>는 60-70년대 어려운 현실을 슬기롭게 헤쳐온 한 여자의 일생을 통해 이 시대가 요구하는 삶의 진정성을 따뜻하게 담아보고자 하는 시대물로, 문제의 포스터는 당시 시대상을 재현하고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5월 종영을 앞두고 드라마 소품실에서 이미 제작한 것"이라고 13일 밝혔다.

    이어 "일부 언론에서 포스터를 마치 제작진이 정치적인 의도를 가진 것처럼 왜곡되게 해석하고 논란거리로 비약시키고 있는 것은 공영방송 드라마의 공영성을 무시한 채 제작진의 자율적인 판단을 훼손하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해당 벽면에 '다같이 쥐를 잡자', '쥐약 놓는 날', '쥐를 잡자' 등 쥐와 관련된 문장이 3개나 나오고, '쥐약 놓는 날'이 선거일과 동일하게 설정된 것을 우연으로 치부하기엔 "상황 자체가 너무 절묘하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도 이 드라마 속 포스터를 일종의 풍자로 받아들이는 눈치다.

    진 교수는 15일 오전 <KBS 드라마에 '4월 11일은 쥐약 놓는 날'이라고 쓰여진 포스터가 등장했다>는 언론 보도를 리트윗한 뒤 "4월 11일은 쥐를 잡는 날입니다. 국가의 곡간을 갉아먹는 왕쥐를 잡는 날. 정치적인 쥐라서... 투표함에 집어넣는 우리의 한 표, 한 표가 곧 쥐약이 됩니다"라는 글을 트위터에 게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