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지를 만드는 좌파, 동지를 버리는 우파 
     
      좌파는 서기호 판사 같은 불량판사도 '영웅'으로 만드는데,
    MB정권은 좌파정권과 맞서다 '전과자'된 애국활동가들 사면도 안 해줘

    강철군화   
     
     '가카빅엿' 서기호 판사가 퇴임했다. 엄밀히 말하면 변호사의 변론문을 오려붙인 72자 판결문을 내는 등 불량한 근무태도로 인해 '법원 하위2%' 라는 평가를 받은 불량법관 하나가 퇴출당한 것이다.
     
     그런 불량법관 퇴임식에 '일반시민'들이 몰려들었다(<한겨레>보도). 사법부 개혁을 원하는 시민들의 모임을 자칭하는 '국민의 눈'이라는 이들은 서기호 판사에게 국민법복이란 것을 선물하고, 그를 '개념법관'이라고 찬양하면서 국민판사 임명장이라는 것도 수여했다 (물론 그들이 <한겨레>나 <오마이뉴스>가 강조하는 것처럼 '일반 시민'인지는 매우 의심스럽다). <한겨레>와 <오마이뉴스>는 '눈물의 퇴임식'운운하면서 이를 감동적(?)으로 보도했다. 법원 내 일부 판사들은 법관회의를 소집, 서 판사 퇴출의 부당성을 따질 예정이라고 한다.
     
     참 웃긴다. 내 상식으로는 변호사 변론문을 오려붙인 72자 판결문 같은 걸 내는 판사는 판사로써 뿐 아니라 한 직업인으로, 인간으로, 실격이다. 그러면서 그는 자기가 퇴출 위기에 처하자 100여쪽에 달하는 소명자료를 내고서는, 그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투덜댔다. 일반 국민의 송사는 그렇게 장난하듯 다루면서 자기 자리가 걸린 문제에는 그렇게 결사적으로 달려드는 사람은 '무개념'의 극치다. 그런 사람이 어떻게 '개념법관'으로 칭찬받을 수 있는 지 어이가 없다.
     
     내가 여기서 얘기하고 싶은 것은 그런 불량법관마저도 '사법부 개혁의 화신(化身)'으로 둔갑시키는 좌파들의 놀라운 재간이다.그들은 그런 장난질을 통해 이명박 정권에 항거하는 '영웅'을 하나 만들어냈다. 뿐만 아니라 재임용 심사의 공포 없이 자리를 지키고 싶어하는 수많은 법관들을 자기들의 잠재적 지지자로 만들었다.
     이게 좌파다. 그들은 그런 식으로 자기들의 동지를 만들어낸다.
     
     반면에 우파는 어떠한가? 한 마디로 의리가 없다. 모든 우파가 다 의리가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권력을 잡은 우파'가 의리가 없다는 얘기다.
     
     얼마 전 한 우파 활동가 C씨가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전과자'다. 노무현 정권 시절 국가보안법 사수 투쟁 등을 벌이다가 집시법 위반 등으로 유죄를 받은 것이다. 이에 대한 사면-복권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내가 알기로는 그에게도 정계 진출의 꿈이 있었다. 하지만 그 꿈은 이제 물 건너 갔다. 그는 자기의 처지를 한참 하소연했다. 오죽 답답하면 나같은 무명소졸(無名小卒)에게까지 전화를 했을까 싶어 나도 답답했다.
     
     그런 사람이 하나 둘이 아니다. 다른 젊은 우파 활동가 L씨는 2007년 당시 좌파와의 선전전(戰)에서 선봉에 섰다. 그는 정동영 후보를 세게 비난하는 광고를 낸 죄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그때 '지나치게 세게' 정동영 후보를 조질 경우 후과를 우려하는 그에게 MB캠프와 우파 원로인사가 "네가 십자가를 져 달라"고 등을 밀었다. 그는 MB정권 출범 이후 광우병폭란 때도 좌파와의 싸움에 앞장섰다.
     L씨는 작년 8-24주민투표 때 투표통지서를 받지 못했다. 의아하게 생각하며 투표장에 간 그는 거기서 비로소 자기에게 투표권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도 내심 이번 총선에 출마할 생각을 가졌다. 하지만 지난 연말 성탄절 특사자 명단에 그의 이름은 없었다. 그의 출마도 물 건너 갔다.
     
     C씨의 얘기로는 애국우파 인사들이 이 문제를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제기했다고 한다. 대통령도 관심을 보였지만, 실무 라인에서는 "유사한 일을 저지른 좌파와의 형평성"을 이유로 이들에 대한 사면을 거부했다고 한다. 작년 연말에는 거기에 '민생사면'이라는 이유까지 보태졌다.
     C씨는 "대한민국을 말아먹으려고 하다가 유죄받은 놈들하고, 대한민국 지키려다 그렇게 된 우리를 같게 취급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화를 냈다.
     그를 더 격분시키는 것은 나꼼수 정봉주 등이 사면될 때 함께 사면될 지도 모른다는 얘기였다. 그는 "정봉주 사면하면서 우리를 끼워넣기 하려면 차라리 사면 안 받겠다"고 말했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얘기다. 좌파들은 정권을 잡았을 때 30대 젊은 사람들에게도 청와대비서관 자리를 만들어 줬다. 그게 안 되면 민주화운동 보상금 명목으로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안겨줬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은 뭔가?
     현직에서 은퇴한 지 오래된 70대 노인들이 화려하게 복귀해 노익장을 과시했다.어쩌다가 김성욱 기자 같은 사람이 청와대 행정관 자리에 추천돼도 "나이가 어려서..."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김대중-노무현 시절에는 그 나이면 청와대 비서관이나 국정상황실장을 했는데 말이다.
     MB측근이라는 사람들은 권력의 단물을 빨아먹었는지 몰라도, 대다수 '아스팔트 우파'들은 여전히 춥고 배고팠다.
     
     자리 안 주고, 돈 안 주는 것은 그렇다 치자. 최소한 대한민국을 위해 애쓴 사람들이 '전과자' 굴레는 벗게 해 줘야 하는 것 아닌가? 내가 잘 아는 어떤 젊은 '아스팔트 우파'는 몇 년 전 "다른 거 안 바란다. 좌파정권과 싸우다가 전과자 된 거라도 벗겨달라"고 호소했었다.
     
     이건 권력의 꿀단지에 대가리 쳐박고 재미보느라, 자기가 권력을 쥘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준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는 형국이다. 동네 건달들도 이렇게 의리가 없지는 않다. 이건 양아치 중에서도 아주 저질 양아치 수준이다.
     
     C씨나 L씨 같은 애국자들이 뜻을 펼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꺾이는 것도 안타깝지만, '이제 누가 애국운동에 몸을 던질까'를 생각하면 가슴이 새카맣게 타들어가는 느낌이다.
     어차피 세상은 뭔가 이익이 있어야 한다. 꼭 자리나 돈을 말하는 게 아니다. 그게 아니라면 명예라도 주어져야 한다.
     '좌파운동을 하면 자리가 생기고, 돈이 생기고, 명예가 생긴다. 그런데 우파운동을 하면 뭐가 생기는 것은 고사하고, 고생만 죽어라 할 뿐, 오히려 인생에 금이 가기 십상이다.우파정권 들어서봐야 있는 놈들만 재미 볼 뿐,일선에서 고생한 사람 알아주지도 않는다' 이런 인식이 확산되면, 누가 우파운동, 애국운동을 하겠는가?
     
     거듭 말하거니와 좌파들은 서기호 판사 같은 불량판사도 '영웅'으로 만든다. 이 나라 우파, 권력을 쥔 우파는 영웅도 모른 척 한다. 천안함, 연평도 부상자들이 찬밥 신세인것도 마찬가지다.
     
     만일 박근혜 대표가 이명박 정권과 차별화를 원한다면 이런 부분부터 차별화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박근혜 대표 역시 지금 새누리당 하는 꼴을 보면 이명박 대통령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권력을 쥔 우파'들의 그런 의리 없는 행태야말로, 이 나라 애국우파운동의 싹을 짓밟는 이적행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