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FTA 전선 만들어 보수 결집 포석민주당 발끈, “참여정부 당시와 근본부터 달라”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를 둘러싼 여야의 공방이 점점 가열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전례 없는 높은 수위의 공세에 민주통합당이 발끈하면서 후끈 달아오른 모습이다. 10.26 서울시장 재보선 패배 이후 수세에만 몰려 있던 새누리당도 한미 FTA로 국면 전환을 모색하고 있어 이번 논쟁이 4월 총선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 한미 FTA 재조명, 여야 공방 가열

    민주당은 14일 ‘한미 FTA 폐기’를 주장한 야권을 비판한 새누리당에 대해 맹공을 시작했다. 전날 이 대통령과 박 비대위원장의 공격에 대한 반격이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박 위원장의 발언은 2007년도에 참여정부가 추진했던 FTA와 2010년의 FTA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거나 의도적으로 왜곡한 것”이라고 했다.

    “여당의 대권주자로 꼽히는 박 위원장의 위상에 걸맞지 않은 한마디로 무지의 소치요, 몰역사적인 궤변에 불과하다”는 강도 높은 말도 했다.

  • ▲ 민주통합당 이용섭 정책위의장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한미FTA관련 발언을 비판하고 있다. ⓒ 연합뉴스
    ▲ 민주통합당 이용섭 정책위의장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한미FTA관련 발언을 비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용섭 정책위의장은 “한나라당이 국회에서 날치기 처리한 한미 FTA는 이명박 FTA이지 노무현 FTA가 아니다”는 논리를 폈다.

    이 정책위의장은 “박 위원장의 주장은 언뜻 들으면 약속을 중시하는 정치인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깊게 생각하면 정치 지도자로서 국익을 외면한 매우 적절치 못한 발언”이라며 “박 위원장은 무엇이 국익을 위하는 것인지 깊이 성찰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민주당의 반격에도 새누리당은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노무현 정부 때 요직을 지낸 민주통합당 수뇌부가 당시에는 한미 FTA를 추진했다가 지금은 포기하자고 하면서 당시에는 잘 모르고 했다는데, 포기하자는 것도 잘 모르고 하는 말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자유통상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없이는 대한민국을 이끌어 나갈 수 없다”고도 했다.

    앞서 박 위원장은 13일 “(야당이) 한미 FTA가 그토록 필요하다고 강조하고서는 이제 와서 정권이 바뀌면 없던 일로 하겠다는 데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정치권의 행동이나 말은 책임성과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고 공세를 시작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같은 날 야권이 미국 대사관에 한미 FTA 폐기 서한을 전달한 것을 두고 “국격을 떨어뜨리는 일”이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 ▲ 새누리당 황우여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국회 새누리당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민주통합당의 한미FTA(자유무역협정) 폐기 공약과 관련,
    ▲ 새누리당 황우여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국회 새누리당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민주통합당의 한미FTA(자유무역협정) 폐기 공약과 관련, "한미FTA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최대 업적으로 남겨놓은 일일 뿐 아니라 우리 당에서 정권을 초월한 국책사업으로 받아들여 관철에 최선을 다해 온 것"이라고 말했다. ⓒ 연합뉴스

    ◆ 부족한 민주당 논리, 새누리 보수층 결집 노린다

    이처럼 여야 공방이 가열되면서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서 한미 FTA에 대한 재조명이 시작되고 있다. 그동안 민주통합당의 한미 FTA 재협상-폐지 공세에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않던 새누리당도 이번 공방을 계기로 보수층 결집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미 FTA 폐지 주장에 대해 최근 여론의 흐름이 좋지 않다는 분석도 지배적이다.

    특히 민주당의 FTA 반대 논리가 부족한 것은 새누리당이 노리는 부분이다. “이명박FTA와 노무현FTA는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는 게 새누리당의 주장이다.

    민주당 이용섭 정책위의장은 “참여정부 때 서명한 FTA 협정안에 대해 그렇게 반대하던 오바마 대통령과 미국의회가 이명박 정부가 재협상한 협정안에 대해서는 기립박수까지 쳐가면서 일사천리로 통과시키지 않았느냐. MB정부의 재협상이 미국의 이익에 충실했다는 이보다 더 확실한 증거가 어디 있겠느냐”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통합당이 주장하는 한미 FTA의 10개 독소조항 중 자동차 분야를 뺀 9개가 참여정부 시절에 합의된 내용이다.

    새누리당 고위 당직자는 “그동안 야당의 공세에 무기력한 모습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앞으로는 다를 것”이라며 “쇄신은 더욱 가속화하지만, 당 정체성을 지키는 것에도 치중할 것”이라고 했다.

  • ▲ 한국자유총연맹 회원들이 10일 오후 서울 영등포 민주통합당사 앞에서 민주통합당의 한미FTA 파기 주장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연합뉴스
    ▲ 한국자유총연맹 회원들이 10일 오후 서울 영등포 민주통합당사 앞에서 민주통합당의 한미FTA 파기 주장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