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성 회장, 신년사를 비롯 각종 공식석상에서 의지 피력…외부상황 변수 극복 과제
  • 새해를 맞아 우리금융지주의 행보에 금융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금융이 민영화, 카드분사, 해외 금융사와의 인수·합병(M&A) 세가지 과제에 대한 해결을 천명한 탓.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은 신년사를 비롯한 각종 공식석상에서 이 같은 의지를 수차례 드러냈다.

    정작, 우리금융의 바람과 달리 외부상황은 여의치 않다. 지난 2년간 민영화 작업은 2차례 좌초된바 있으며, 카드분사도 금융당국의 제동에 순탄치 않아 보인다. 해외 M&A 역시 글로벌 경제상황에 따라 언제든 변수가 상존해 이 회장이 주어진 과제를 풀기 위해선 더욱 매진해야 할 전망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회장이 지난 10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개최된 ‘설맞이 행복한 나눔’ 행사에서 “(우리금융 민영화 관련) 우리는 항상 오매불망(寤寐不忘) 민영화만 바란다”며 “당국에서도 좋은 시그널을 보낸 탓에 기대를 많이 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이 이 같이 발언에 나선데는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이 지난 2년간 2차례나 좌초된 탓에 기인한다.

    지난해엔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메가뱅크론에 힘입어 민영화의 꿈을 이루는 듯 했으나 3개의 사모펀드사들만 입찰경쟁에 뛰어들며 여론 악화로 유효경쟁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이 회장이 신년사를 통해 “민영화를 금년내 반드시 이루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까닭도 이를 의식한 탓.

    현 금융지주사법상 금융지주사가 우리금융을 인수키 위해선 전체지분의 95%를 매입해야 한다. 우리금융이 이를 감당키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미 지난해 산은금융지주가 메가뱅크론에 힘입어 우리금융 인수를 추진했지만 결국 여론악화로 무산된 바 있다.

    사모펀드사의 인수 역시 사실상 물건너 갔다. 지난 2차례나 우리금융 민영화가 좌초된 실질적 이유도 결국 입찰참가자가 사모펀드였던 탓.

    정부는 우리금융 민영화와 관련해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빠른 민영화 △국내 금융산업 발전을 고수했다.

    이 중 ‘국내 금융산업 발전’과 관련 ‘발전은 커녕 퇴행하게 한다’는 비판여론이 높았다. 최근 론스타의 외환은행 먹튀논란은 이 같은 주장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국민주’·‘계열분리 매각’ 등 해결방안이 나오지만 과연 금년안에 민영화가 이뤄질지 여전히 미지수다.

    우리카드의 분사 역시 이 회장이 갖는 고민중 하나다. 이 회장은 지난 4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2년 범금융기관 신년인사회’에서 “올 상반기 중 카드사를 분사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체크카드 매출을 연내 30%까지 확대하겠다”며“이는 우리카드 분할 일정이 미뤄진 것을 염두에 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11월말 우리은행의 우리카드 분할 기일을 올해 12월31일에서 ‘미정’으로 바꿨다.

    지난해 9월엔 우리카드가 1월 출범한다고 했지만 좀 더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금융위의 제동에서 비롯된 탓이다.

    실제,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17일 우리은행 등 은행권의 카드사 분사 움직임에 대해 “불가하다”는 입장을 단호히 피력했다. 올 상반기까지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아 카드사 분사에 나서려던 우리금융지주의 사업전략이 차질을 빚게 된 것.

    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점포에서 체크카드를 발급받은 뒤 "지금 가계부채 문제가 커지고 있고 금융당국이 체크카드 활성화에 나선 마당에 카드사 분사 승인은 지금의 분위기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가운데 우리카드 분사시점이 늦춰지는 기간이 상당히 길어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금융당국의 제동이 큰 탓.

    금융위 관계자는 “우리금융의 카드 분사보다는 체크카드 활성화가 더 바람직하다”며 카드분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우리금융의 카드분사시 다른 금융기관들의 분사요구에 직면케 되고 자칫 과열 경쟁이 조성될 우려가 크다는 것,

    최근 가계부채 급증으로 은행에 이어 카드사들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이는 금융당국 입장에선 ‘신용카드 사용자제’ 당부와 함께 ‘체크카드시장 활성화’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연말 발표한 카드시장 구조개선 종합대책이 자리 잡고 레버리지 규제(자기자본 대비 총자산 규모 제한)가 도입돼야 생각해볼 수 있는 문제”라며 카드분사 언급을 미뤘다. 현재 우리금융을 제외한 3개 지주사는 모두 전업카드사를 운영중이다. 우리카드마저 분사시엔 외형확대를 향한 경쟁이 과열될 가능성이 커 금융건전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금융당국은 우려한다.

    이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카드부문은 전통 은행 비즈니스와 업의 속성이 다르다”며 “카드사업의 경쟁력과 시장지위 강화, 비은행 사업비중 증대 및 수익성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당국의 승인없이 분사가 불가능해진 만큼 이 회장이 어떤 대안을 마련할지 주목된다.

    이회장이 갖고 있는 또하나의 과제는 해외 금융사의 인수·합병(M&A)이다. 이 회장은 ‘설맞이 행복한 나눔’ 행사에서 “해외은행 M&A와 관련 동남아시아 2군데에서 진행 중인데 이중 한 군데는 잘 안된다”고 전했다. 또 유럽과 아시아의 중간 지역에서도 해외은행 인수를 검토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대내외 여건이 어려운 상황임을 감안할 때 리스크의 중요성이 어느때보다 크다”며 “근본적으로 외화예수금 비중을 확대하고 글로벌 네트워크의 현지화를 통해 조달구조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로 추가 성장에 한계가 있다”며 “글로벌 순위로 72위에 불과한 만큼 글로벌 선진 금융그룹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해외진출 확대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외화자산과 안정적 부채관리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대비하고 해외 사업기반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취지인 것.

    실제, 우리은행은 뱅커(The Banker)지가 전년 7월호에서 전한 세계 1000대 은행 중 72위로 국내은행 중 1위를 차지한바 있다.

    이 회장은 “올해 당면한 이 과제들을 잘 풀어낸다면 2012년엔 우리금융이 한단계 도약할 수있는 터닝포인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