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 전면부상에 견제론 ‘꿈틀’ 박지원 노골적 반감 드러내문·성·춘 낙동강 전선 구축 돌입, 호남세력 갈 곳 어디에?
  • “결국 도로 열린우리당 아닌가?”

    민주통합당(민주당)의 1·15 전당대회에서 친노의 득세가 결과로 표출되자 당내 세력간 견제 기류가 움트고 있다. 전대 결과 4위를 차지한 박지원 전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DJ(동교동)계열은 지도부 출범과 동시에 “도로 열린 우리당은 안된다”며 노골적으로 속내를 들어내는 모습이다.

    전대 때 호남의 중심적 역할을 강조했던 박지원 최고위원은 16일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저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선과 이념이 계승돼야 한다는 차원에서 정치를 하고 있다. 앞으로 민주당도 예외가 돼선 안된다”고 말했다.

    전날 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 “민주당을 하는 모든 사람은 친노이며 나는 DJ계열”이라고 외쳤던 한명숙 대표의 발언에 빗댄 것이다. 또 통상 민주당의 정체성을 논할 때 거론돼온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언급은 아예 뺐다. 당의 친노 이미지와 선을 긋는 노력이 필요함을 에둘러 표시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 ▲ 민주통합당 문성근 최고위원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 민주통합당 문성근 최고위원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실제로 앞으로 민주당에서 호남의 목소리가 부각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새 지도부 중 호남 대표성을 띤 인사는 박 최고위원 한 명이다.

    직전 지도부에서 선출직 6명 중 정동영 정세균 천정배 박주선 최고위원 등 4명이 호남 출신임을 상기하면 호남 퇴조 현상은 눈에 띈다. 이번 경선에서 탈락한 이학영 이강래 박용진 3명의 후보는 모두 호남 출신이다. 호남이 철저히 숙청됐다는 얘기도 돈다.

    호남의 한 의원은 “이번 전대는 호남 학살이나 마찬가지다. 호남을 버리고 가면 정권교체를 이룰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전국정당화도 중요하지만 전통적 지지기반인 호남을 배제하면 정권교체는 요원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총선 공천이나 대선 경선 과정에서 스스로 폐족(廢族)이라고 지칭할 정도로 몰락했던 친노 세력의 반격도 가시화 되고 있다.

    선봉장은 전대 2위를 차지한 문성근 최고위원이다. 당 대표라는 중재적 입장에 있는 한 대표보다 훨씬 자유로운 위치다.

    문 최고위원은 차기 대권후보로 밀고 있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주축으로 야권의 '낙동강 벨트'를 구축함으로써 당내 입지를 다질 것으로 보인다.

    문 이사장을 필두로 문성근 최고위원, 김영춘 전 최고위원 등 이른바 '문·성·춘'을 앞세워 총선바람몰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문 이사장은 지난달 출마 기자회견 직후 부산 사상구에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지역구를 누비거나 TV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얼굴을 알리는 등 활발하게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부산 부산진갑에 출마하는 김 전 최고위원 역시 지난 10일 '김영춘이 꿈꾸는 세상-사람의 정치학'이라는 주제로 북콘서트를 여는 등 지지세 확산에 나섰다.

    지난 2일 부산 북·강서을에 예비후보로 등록했지만 전당대회 일정 탓에 지역구에서 선거운동을 전혀 하지 못했던 문 최고위원도 조만간 지역구에서 본격적으로 선거운동에 돌입할 예정이다.

    당 관계자는 “친노 세력이 인정할 건 인정하고 포용하는 전략을 써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작정 친노의 부활이 아니라고 하기보다는 호남 세력을 인정하고 화합하겠다는 약속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호남을 배제해서는 민주당이 결코 승리할 수 없다. 이 점은 당 지도부도 공감하는 부분이지만, 실제로 어느정도의 화합이 이뤄질지는 아직 불투명하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