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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사랑 이상의 안보는 없다”
끊임없는 남남 갈등, 해결책은 애국심 함양
도준호 /뉴스파인더 대표
6.25 전사자에 대한 보상금으로 설렁탕 한 그릇 값도 안 되는 5,000원을 지급해 빈축을 샀던 국가보훈처가 새해부터 정신을 차릴 모양이다. 보훈처는 올해 국가보훈정책을 지난 50년간 국가유공자 보상에 중점을 둔 ‘사후보훈’에서 국민의 호국정신을 고취해 자발적으로 국가에 헌신하는 의지를 갖도록 하는 ‘선제보훈’으로 영역을 넓히기로 했다.선제보훈의 핵심은 우리사회 중추인 2040세대에 대한 국가정체성 교육 강화이다. 한마디로 이들에게 애국심을 함양해 흐트러지고 잘못된 안보의식을 바로 잡겠다는 것이다.
보훈처는 이 같은 방향전환 계기를 “이들 세대들이 햇볕정책과 남북화해가 현 정부의 원칙있는 대북정책과 한-미동맹 강화보다 안보에 유리하다고 잘못인식하고 있는 현실”을 들었다. 최근 안보현실 인지도 조사 결과 북한의 적화통일 전략을 모른다고 응답한 사람이 69%, 안다고 답한 사람이 31%에 이를 정도로 현실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주객이 전도된 이러한 안보관이 우리사회 곳곳에 퍼져 있다. 북한의 대남전략과 안보실상을 정확히 인식하는 토대 위에서 화해와 협력을 추구해야 하는 데도 화해와 협력만 있으면 안보문제가 저절로 해결되는 양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그 원인은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 탓이 크다. 경제적으로 월등한 우리가 북한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면 북한이 ‘외투를 벗고 화해협력으로 나올 것’이라는 잘못된 대북정책이 국민들의 정신무장을 해제시켜 버렸다.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정신전력’이 형편없이 무너져 버린 것이다. 무너진 정도가 아니라 왜곡되기까지 했다.
우리에게 충격을 준 국방연구원의 2004년 육사 신입생 의식조사 결과는 우리 젊은이들의 의식이 얼마나 잘못됐는가를 여실히 증명했다. 나라가 위급할 때 최 일선에 나가 싸워야 할 육사 신입생의 34%가 미국이 주적이고, 북한이 주적이라고 답한 학생은 그보다 적은 33%였다. 이 해 국방부가 입대 장병들을 상대로 한 의식조사도 75%가 반미감정을 갖고 있으며 공산주의에 비해 자유민주주의가 우월하다고 답한 사람은 36%에 불과했다.
끊임없는 도발과 테러를 감행하고 있는 북한보다 지난 60여 년 간 우리를 지켜주고 도와 준 미국이 더 적이라는 젊은이들의 의식 왜곡현상은 두 차례의 연평해전, 천안함 폭침 사건, 연평도 포격사건 등을 거치고도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작년의 천안함 폭침 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젊은이들의 의식이 바뀌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근본적인 변화는 찾아 볼 수 없다.
그러한 원인은 햇볕정책에다 전교조의 친북편향 역사교육이 큰 몫을 했다. 이들은 우리가 각고의 노력 끝에 원조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2차대전 후 독립한 나라 중 가장 성공한 나라로 성취의 역사를 이루었는데도 ‘우리역사는 정의가 패배한 역사’로 가르치고, 수백만이 굶어죽고 인권의 불모지대인 북한의 수령독재체재를 찬양했다. 북한문제만 나오면 눈에 쌍심지를 켜고 옹호하던 그들이 요즘 학교폭력에 의한 학생자살 등의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러운데도 가만히 있는 것을 보면 이들에게 ‘참교육’을 기대하는 것은 무망하다는 생각이 든다.
역사는 아무리 경제력이 높고 인구가 많고 기술이 발달해도 국민들의 정신전력이 낮으면 패망한다는 교훈을 보여준다. 징기스칸이 불과 10만이 넘는 병력으로 당시 세계 최대의 문명국이었던 송나라의 1백만 대군을 쳐부술 수 있었던 것도 몽골 군대의 사기, 정신력, 단결력이 송나라의 그것보다 훨씬 앞섰기 때문이다. 청나라가 만주에서 처음 일어났을 때는 명나라와 비교가 되지 않았지만 대제국인 명나라를 이길 수 있었던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물론 이들 나라가 멸망한 원인은 여러 가지 있겠지만 ‘정신전력’이 가장 큰 이유란 걸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보훈처가 추진하려는 ‘선제보훈’은 방향은 잘 잡았지만 콘텐츠가 너무 부족하다. 학군단(ROTC)과 호우회 등 대학생단체는 물론 민방위, 예비군 훈련, 기업신입사원연수, 공무원교육, 교원연수 등에도 안보교육시간을 배정하고 이 같은 교육 및 홍보활동효과를 측정하는 ‘2040안보수용지수’를 개발하며 체계적인 교육을 위한 ‘나라사랑교육지원법’을 제정하기로 했다. 이 같은 방법은 일시적이고 잠정적인 것이다. 어릴 때부터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애국심을 갖도록 교육체계와 연계함은 물론 시민사회교육도 활성화하고 교육내용도 협의의 안보개념을 넘어 전반적인 나라사랑의식을 갖도록 확대할 필요가 있다.
애국심은 안보함양에 중요한 요인이지만 경제발전의 동인이기도 하다. 2001년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출간한 ‘자본주의 정신’(The spirt of capitalism)이라는 책을 보면 지난 250년간 경제발전에 성공한 여러 나라들을 비교연구한 결과 경제발전의 핵심동인들 중 하나가 ‘애국심’이라고 결론지었다. 개개인이 조국에 대한 사랑과 공동체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때 경제발전의 동인이 극대화된다는 것이다.
우리 젊은이들은 ‘애국심’이란 낡고 시대에 맞지 않은 언어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것이야 말로 우리가 당면한 남북대치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우리 내부의 끊임없는 갈등을 통합할 수 있는 개념이다.
도준호 (뉴스파인더 대표/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