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철현 前 주일대사, 저서 출간
  • 제15·16·17대 국회의원을 지낸 뒤 주일본 대사를 역임한 권철현 세종재단 이사장이 저서를 출간했다.

    그런데 독특하게도 이 책은 정치-외교 전문서적으로 분류된다.
      
    이 책은 외국에 파견돼 나가있는 대사로서 비상시에 어떻게 동포들과 일심동체가 돼 움직여야 하는지, 끔찍한 재난 상황일수록 당황해 우왕좌왕하거나 성급한 판단을 내리지 않고 신중하게 행동해야 하는지 사례를 보여준다.

    특히 지난 3월 일본과 세계를 경악케 한 규모 9.0의 대지진과 연쇄적으로 일어난 쓰나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상황을 생생히 기록한 내용이 눈길을 끈다. 

    “대사 가족은 끝까지 남아 있다가 맨 마지막에 떠나는 거예요. 두 번 다시 그 얘기는 꺼내지도 말아요.”

    그는 책에서 “‘제발 손녀만이라도 한국으로 데리고 가게 해달라’고 며느리가 간청했지만 대사 가족은 끝까지 남아야 한다는 신념으로 보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어떠한 위험이 닥쳐오더라도 동포들의 안전을 위해서 대사는 가장 마지막에 떠나야 한다는 그의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는 “내가 왜 사랑하는 손녀를 그냥 도쿄에 남겨두었겠느냐. 위험하지 않고, 안전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동요하던 재일 한국인들도 설득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런 권 전 대사도 3.11 대지진으로 모든 교통이 끊기자 일본인들이 어두운 표정으로 아무 말 없이 걸어가는 것을 보고 “정녕 이것이 인류 최후의 모습인가” 하는 섬뜩한 기운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권 이사장은 주일대사 재임 시절, 일본의 ‘독도 영유권 억지주장’을 가장 신랄하게 비판한 인물이다.

    하지만 일본 내에서 그런 권 이사장에게 대놓고 손가락질하는 이는 극히 드물었다. 그는 이에 대한 이유를 3가지 ‘외교원칙’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바로 신뢰외교-예방외교-끈질긴 외교다.

    권 이사장은 “끝없이 두 나라 사이의 긴장관계를 일으키는 아킬레스건 독도 문제에 대해서는 말보다 행동, 그리고 비례의 원칙으로 밀고나가자는 강한 전략을 구사해 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독도는 내 호주머니 속 보석 같은 존재인데, 일본이 떠들 때마다 호주머니 속 보석을 꺼내놓고 그들과 ‘네 것이니, 내 것이니’ 싸워대는 것은 불필요한 짓”이라고 했다.

    이밖에도 권 이사장은 책에서 일본 내 ‘한국어 쓰기 운동’을 벌이게 된 배경 및 한일축제한마당 거행, 도쿄한국한교 증축 등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