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조약 재협의 상식-관례 어긋나...민주 절차 따라야"국회서 정태근의원 만날 가능성도
  • 이명박 대통령이 하와이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귀국길에 올라 14일 오후 서울에 도착했다.

    이 대통령은 15일 국회를 찾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국회 비준을 조속히 처리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박희태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가  만남 대상이다. 한-미 FTA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자리로 향후 정국 운영의 분수령이 될 게 분명하다.

    이 대통령이 국내에 없는 사이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이 먼저 정지작업에 나섰다. 이들은 14일 국회의장실은 물론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만나 조속한 처리를 요청했다.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손 대표의 답변은 "빈 손으로 올 것 같으면 빈 손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의 국회 방문 소득이 뜻대로 될 지 미지수라는 얘기다.

    한-미 FTA 처리의 상징성을 감안해 한나라당 정태근 의원을 만날 수도 있다. 정 의원은 현재 국회의원회관에서 한-미 FTA 합의 처리를 촉구하며 단식 농성 중이다.

    이 대통령은 원래 지난 11일 오후 국회를 전격 방문할 예정이었다. 15일로의 연기 요청은 민주당쪽에서 있었었다. 그러던 민주당 행보가 또 바뀌어가는 모양새다. 면담에 단서가 달린 것이다.

    민주당 요구는 이 대통령이 APEC 정상회의 기간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만나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를 재협의하고 새로운 제안을 받아 오라는 것이다. 청와대는 외교 관례상 있을 수 없는 주문이라는 입장이다.

    실제  이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 기간에 오바마 대통령과 별도의 양자 정상회담을 하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 주최 APEC 정상 만찬에서도 한-미 FTA와 관련된 얘기는 나누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만찬 시작에 앞서 잠시 조우해 귀엣말을 나누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지만 가벼운 인사말이었을 것이라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제 정상회의나 만찬 자리에서 한-미 FTA처럼 협상과 관련한 얘기를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 핵심 참모 역시 "미국 의회에서 통과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대통령이 새로운 제안을 한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고 외교 관례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계속 반대할 경우 국회법과 민주적 절차를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표결처리 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이 대통령의 국회 걸음에는 최선과 차선의 노림수가 있어 보인다. 최선은 손 대표 등 야당 대표들도 참석해 모양새가 갖춰지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 '여야 의원들이 찬반 의견에 따라 표결처리를 한다'는, 대승적 결론을 내린다면 더할 나위 없다.

    차선책은 이 대통령은 할 만큼 했다는 평가를 여론으로부터 얻는 일이다. 야당 대표들이 면담에 참석치 않는다고 하더라도 정치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어떤 방식으로든 FTA 처리를 위한 명분을 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의원들을 만나고 설득하는 노력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여론을 환기시키는 효과를 불러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대통령은 한-미 FTA 처리가 정치논리에 휘말려 미궁속으로 빠지는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은 야당대로, 여댱은 여당 대로 내년 총선을 1차적으로 의식해 비준 처리에 미온적일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이 대통령은 순방 기간 중에도 한-미 FTA 비준에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현지 동포들과의 간담회와 라디오 연설 등을 통해서 재삼 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국회에서 FTA 비준을 놓고 갑론을박하고 있고,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결과적으로 통과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확신했다. 

    녹화, 방송된 이날 라디오연설을 통해서도 한-미 FTA 비준 문제를 정치적 논리가 아닌 국익 차원에서 풀어줄 것을 촉구했다. 여의도 정치권을 향한 '호소'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구조상, 세계 경제의 어려움이 장기화되면 그 영향을 피할 수가 없다. 한-미 FTA는 정치논리가 돼서는 결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14일 귀국 뒤 17일 다시 출국한다. 아세안(ASEANㆍ동남아시아국가연합)+3(한-중-일) 정상회의 참석과 필리핀 국빈 방문 일정이다. 22일까지 예정돼 있다.

    한-미 FTA 비준 동의안 처리를 위한 이 대통령의 귀국 발걸음이 잰 걸음일 수밖에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