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패한 박원순의 막장시민운동
이 강 욱(전 자유시민연대 상임대표/ 폴리뷰 발행인)
박원순의 고백, 나는 서울시장감이 아니다? -
- ▲ 이강욱 폴리뷰 발행인ⓒ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불과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엎치락뒤치락한 막판의 여론조사 결과는 그 조사방식의 문제만이 아니라, ‘흔들린 표심의 반영’이라는 측면이 더욱 크다. 그리고 이는 곧 그동안 박원순 후보를 감싸고 있던 신기루가 점차 꺼져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사실은 안풍의 위세를 빌어 당선이 확정된 양 기고만장했던 박원순 후보 측의 긴장한 모양새가 역력하다는 점에서 한층 분명해진다. 오죽 다급했으면 박원순 후보가 직접 나서 안철수 원장에게 ‘협박 반 구걸 반’식의 지원을 요청했겠고, 그도 모자라 민주당의 원내대표를 지낸 의원까지 가세했으랴.
“내가 선거에서 떨어지면 안 원장도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박원순의 물귀신 발언은 허수아비 후보라는 정체성과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쏟아지는 찬사와 지지를 그대로 덧입혀주고 퇴장한 안 원장에 대한 배신이며, 자신의 지지자들에 대한 기만이다. 나아가 서울시민 전체에 대한 모독이다.
그래서일까. 마치 그의 물귀신 발언은 “나는 안철수에게 지지를 협찬 받아 출마한 것일 뿐, 애당초 서울시장감이 아니었다.”는 치졸한 고백처럼 들린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그것은 시민후보를 참칭하며 권력에 대한 탐욕을 앞세워 야권통합후보라는 타이틀을 따낸 이의 ‘필연’이다.
막장시민운동가를 연상케 만든 박원순
그동안 박원순은 지난 10년 동안 시민운동가로서의 활동만 알려졌을 뿐 개인적인 삶은 두터운 베일에 싸여 있었다. 하지만 그 두터운 베일도 거센 검증의 바람 앞에서는 한낱 실오라기에 불과했다. 베일이 걷혀지자 시민운동계의 제왕으로 군림했던 그의 진면목이 드러났다. 결국 그가 정의의 사도나 나눔 천사로 알려진 것은 철저한 위선적 삶의 부산물이었던 것이다.
시민운동의 대부로 알려졌던 시절, 그는 수많은 대기업을 겁박해 이 나라 국민의 99%가 꿈도 꿀 수 없는 천문학적인 액수(1,000억여 원)를 갈취했다. 그리고 그 돈을 떡 주무르듯 하며 민주와 인권으로 위장한 좌파시민단체에 뿌렸다. 박원순, 그가 바로 이 나라의 국기(國基)를 뒤흔들었던 불법 시위의 강력한 지원자였던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지금까지 드러난 그에 대한 의혹은 가히 백화점 수준이다. 서민 의 입장을 대변해온 시민운동가로 알려진 그는 한 달 생활비를 1,500만원(언론 추정)이나 써대며 강남의 61평짜리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뒷굽의 일부가 떨어져나간 그의 구두는 ‘악어의 눈물’에 지나지 않았다.
그의 아내는 인테리어의 ‘인’자도 모르는 문외한임에도 관련 회사를 설립해 1년도 안 되어 특정 대기업으로부터 무더기 일감을 받아 냈고, 서울대 미대에 입학한 딸은 2002년 이래 편입을 한 308명의 학생 중 처음으로 법대에 편입했다. 행운이라고 치부하고 넘어가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너무 많다.
심지어 그는 행방불명된 작은 할아버지의 양손으로 입적해 6개월 방위 판정까지 받았다. 비록 어렸을 때의 일이라지만, 그가 16대 총선 당시 후보자들의 병역 특혜 혹은 병역 비리를 문제 삼아 불법 낙선운동을 벌인 장본인이었던 걸 생각하면 기가 막힌다.
“박원순은 배은망덕한 사람”
지금까지 불거진 수많은 의혹 중 단연 압권인 것은 그의 학력 위조 사실이다. 그가 이곳저곳에서 서울법대의 입학·중퇴를 사칭한 것이 드러난 이상 서울대 사회계열을 2개월 다녔다는 사실만으로는 학력위조라는 본질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 학력 부풀리기와 논문 표절에 대한 의혹만으로 낙마한 공직자들이 어디 한 둘이던가. 그럼에도 ‘서울법대를 중퇴한 시민운동가’로 버젓이 행세했던 그가 자신의 학력문제에 대해 어물쩍 넘어가는 건 스스로 침을 뱉는 격이다.
더욱 실소를 자아내는 것은 그가 한 TV토론회에서 자신의 학력위조와 관련된 부분을 해명하며 “단국대를 졸업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학력위조에 대한 비난을 피해가려는 교묘한 정치적 수사일 뿐이다. 아마도 그가 모교인 단국대를 어떻게 취급했는지 아는 사람들이라면 그의 가식과 위선에 또 한 번 몸서리 쳤을 것이다.
실제로 그는 ‘서울대 법대를 중퇴한 시민운동가’로 행세하는 동안 정작 모교인 단국대 동창회에는 얼굴 한 번 제대로 내민 사실이 없다. 이러한 그의 처사가 얼마나 괘씸했으면, 학교 발전에 크게 기여한 한 인사가 ‘박원순은 자신을 키워준 모교의 은혜를 모르는 아주 배은망덕한 사람’이라고까지 표현을 했겠는가.
더 이상 서울시민을 욕보이지 말라
현재 박원순은 MB와 오세훈의 실정이 시민운동가로 살려는 자신을 서울시장 선거에 나오게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의 위선적 삶을 은폐하는 수단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이는 곧 스스로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그가 정치와 행정의 조화를 이루어내야 할 서울시장이라는 중책을 감당하기에는 부적절한 인물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강력한 반증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그의 위선적 행태는 ‘권력을 갖기 위한 수단으로써 시민운동가의 길을 택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짙게 하기 때문이다.
박원순의 좌편향 이념 문제를 떠나, 우리사회와 같은 척박한 시민운동의 불모지에서 시민운동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기여한 그의 공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이 곧 그의 도덕성을 판단하는 기준이나 불법적인 행동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그 스스로가 차기 서울시장으로서의 적합한 자질이나 덕목을 갖춘 것처럼 주장하는 건 더 더욱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실패한 시민운동가 박원순
서울시장의 당락 여부와 상관없이 박원순의 시민운동은 이미 실패했다. 시민운동과 정치의 벽을 무너뜨려 버렸기 때문이다. 시민운동과 정치의 경계가 허물어지게 되면 시민운동의 순수성은 퇴색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시민운동의 권력화에 대한 질타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님을 감안하면 정치의 하부조직으로 전락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제 박원순은 더 이상 시민운동의 아이콘이 아니다. 그는 위선적 삶을 살았던 시민운동의 ‘야누스’요, 권력을 탐해 시민운동의 순수성을 변질시킨 변절자일 뿐이다. 이런 그에게 서울시민의 희망을 넘겨준 안철수의 선택 역시 실패한 것이다.
정치개혁은 제도권 내에서 이루어져야
현실 정치에 대한 불신과 혐오가 극에 달한 것은 전적으로 지금의 정치인과 정당의 책임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책·생활 선거가 되어야 할 서울시장 선거를 정권심판의 장으로 변질시키거나 정계개편의 기회로 삼아선 안 된다. 그것은 시민도 죽고 정치도 죽는 길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보다는 혹세무민을 통해 서울시 권력을 장악하려는 변절한 시민운동가와 그 추종세력에 대한 심판의 계기가 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정치 개혁은 시민의 요구를 수렴해 제도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시민도 살고 정치도 살 수 있다. 모두 다 죽일 것이냐, 아니면 살릴 것이냐. 이제 서울시민의 현명한 선택만이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