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美 국립보건원 보고서 "유방암 위험 줄인다"폐경학회 전문가들 "호르몬 치료 失보단 得"
  • 폐경 여성이 받는 여성호르몬 치료가 유방암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진 이후 호르몬 치료가 절실한 여성들까지 치료를 꺼리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우려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호르몬 치료의 위험성이 지나치게 과장됐을 뿐 아니라, 여성호르몬 치료는 경우에 따라 유방암 위험을 낮춘다는 게 한국폐경학회 소속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특히 최근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미국 의학협회지(JAMA)에 발표한 '여성건강계획(The Women's Health Initiative)'이라는 대규모 연구결과는 이런 견해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 여성호르몬 치료의 유방암 위험 논란 왜 나왔나 = 여성호르몬 치료는 폐경 여성에게 여성호르몬을 투여하면 안면홍조와 불면증, 땀, 불안, 신경과민 등의 폐경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는 이론에서 출발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여성호르몬 치료를 받은 여성들의 유방암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주장들이 일부 의료계에서 나왔다.

    이에 따라 미 국립보건원은 지난 1993년 총 2만7천500여명의 폐경 여성들을 대상으로 호르몬 요법에 따른 유방암 위험을 밝히기 위해 '여성건강계획'이란 방대한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연구는 크게 두 그룹으로 나눠 진행됐다. 첫째는 자궁이 있는 폐경 여성 1만6천608명(Ⅰ그룹), 둘째는 자궁이 없는 폐경 여성 1만892명(Ⅱ그룹)이었다.

    Ⅰ그룹은 에스트로겐(천연 결합형 에스트로겐, CEE)과 프로제스토겐(메드록시 프로게스테론 아세테이트)을 병용 투여했고, Ⅱ그룹은 에스트로겐만 단독 투여했다. 자궁이 있는 여성에게 에스트로겐만 단독 투여하면 자궁내막증식증이 생긴다는 사실이 이미 밝혀져 있었기 때문이다.

    연구기간은 당초 8.5년으로 계획됐다. 하지만 연구 시작 5.2년 만에 Ⅰ그룹 여성들에게 유방암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이 밝혀져 이들에 대한 연구가 중단됐다. 이 사실이 2002년부터 매스컴에 잇따라 보도돼 '여성호르몬 치료의 유방암 위험'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 동시 진행한 다른 연구에선 유방암 위험 오히려 줄여 = 자궁이 있는 여성들의 유방암 논란 때문에 Ⅰ그룹 연구는 중단됐지만, 자궁이 없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Ⅱ그룹 연구는 한동안 계속됐다.

    하지만, 이 연구 역시 Ⅰ그룹 연구에 따른 유방암 위험성 논란 때문에 임상시험 참가자들이 이탈하는 등의 문제점이 생기면서 당초 예정됐던 8.5년을 1년여 앞두고 7.1년 만에 연구가 마무리됐다. 그러나 임상시험이 마무리되고 나서도 폐경 여성들에 대해 추적관찰 등의 후속 연구가 계속돼 최종적으로 2009년 8월까지 총 10.7년간 연구가 진행됐다.

    이 연구 결과가 올해 4월 미국 의학협회지에 발표됐다.

    이번에 발표된 논문의 핵심은 Ⅰ그룹 연구와 정반대로 CEE 단독 치료가 유방암 위험성을 낮춘다는 것이다. 즉 Ⅰ그룹 연구에서는 호르몬 치료를 받은 여성들이 치료를 받지 않은 여성들에 비해 유방암의 상대적 위험성이 약 25% 높았지만, Ⅱ그룹 연구에서는 상대적 위험성이 약 23% 감소했다. 이를 절대적인 숫자로 환산하면 약 0.1% 미만으로 미미하며, 인구 1만명을 기준으로 양쪽 모두 약 8명꼴이다.

    ◇ 호르몬 치료, 안심해도 될까 = 전문가들은 "여성호르몬 치료의 유방암 위험성은 실제보다 지나치게 과장됐으며, 최종 연구결과를 종합하면 여성호르몬 치료의 이익이 위험성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안심하고 받아도 된다"고 말한다.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윤병구 교수는 "2002년 여성건강계획의 일부 연구가 언론에 크게 보도되면서 일반인들은 마치 여성호르몬 치료를 받으면 약물에 상관없이 모두 유방암에 걸리는 것처럼 생각하는데, 이는 분명히 오해"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그 이유로 이번 연구에서처럼 자궁이 없는 여성들의 경우, CEE 치료로 유방암 위험성이 오히려 줄었다는 점을 꼽았다. 또 자궁이 있는 여성들도 폐경 증상 치료를 위해 호르몬을 장기간(5년 이상) 투여하기보다는 대부분 2년 이내로 호르몬을 짧게 투여하기 때문에 유방암 위험성은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여성호르몬 치료를 받는 여성들은 유방암 정기 검진을 받기 때문에 대부분 암을 조기에 발견해 완치(5년 이상 생존)할 확률도 매우 높다고 윤 교수는 강조했다.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김정구 교수는 "우리나라는 미국서 사용되는 약물 외에 유럽에서 수입된 약물과 국내에서 생산된 약물 등으로 다양하기 때문에 약물의 종류, 투여 방법 등을 잘 선택하면 유방암 걱정 없이 치료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앙대병원 산부인과 박형무 교수(대한폐경학회 회장)는 "폐경 여성들이 여성호르몬 요법을 받을 때의 장점이 계속 밝혀지고 있다"며 "호르몬 요법이 50대 여성에서 폐경 증상 완화를 통한 삶의 질 향상은 물론, 심혈관 질환, 사망률 등을 낮춰준다는 연구들을 볼 때 장기적으로 의료비 절감이란 사회적 이익도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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