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최강열 교수팀, ‘라스단백질’ 제어 원리 규명대장암의 30~50% 라스 돌연변이 원인...항암제 무용지물 신개념 항암제 개발 획기적 전기 마련
  • ▲ 최강열 교수(왼쪽)가 제1저자인 정우정 박사과정생과 윈트신호전달 억제를 통한 암 형성억제 현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최강열 교수(왼쪽)가 제1저자인 정우정 박사과정생과 윈트신호전달 억제를 통한 암 형성억제 현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기존 항암제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라스단백질(Ras Protein)을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원리를 국내 연구진이 규명, 라스단백질을 제어한 새로운 항암제 개발 가능성을 열었다.

    라스단백질은 체내에서 세포성장신호를 조절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데 암 환자의 30% 이상에서 기존 항암제가 듣지 않는 돌연변이를 일으켜 전 세계 암연구자로부터 집중적인 주목을 받아 왔다. 특히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발병률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대장암의 30~50%, 췌장암의 90%는 돌연변이 라스로 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수많은 거대 다국적 제약사들은 지난 20년간 엄청난 투자를 쏟아 부으며 라스를 제어할 수 있는 항암제 개발에 심혈을 기울였다.

    대표적인 예로, 라스가 암을 유발하려면 세포막으로 이동해야 하는 점에 착안, 라스의 이동을 막아 활성을 억제하는 항암제를 개발하고자 시도했지만 임상실험에서 효과가 적고 부작용이 발생하는 등 대부분 실패했다.

    최근에는 일부 항체항암제들이 돌연변이 라스로 인한 암환자에게 효과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라스를 제어하는 항암제 개발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연세대 최강열 교수(54)가 주도한 연구팀은 라스단백질에 인산이 붙어(燐酸化) 분해됨으로써 라스의 활성도 제어할 수 있음을 명확히 규명, 새로운 라스제어 항암제 개발의 단초를 열었다.

    돌연변이를 일으켜 기존의 항암제를 무용지물로 만들었던 ‘라스’라는 암발생 인자를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원리를 밝혀낸 것이다.

    최 교수팀은 암세포 성장과 전이의 대표적 작동경로인 ‘윈트(Wnt)신호’를 인산화효소(GSK3beta)가 억제해 라스를 인산화시키고, 인산화된 라스가 분해를 일으키면서 결국 암 유발이 억제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성과에 대해 최 교수는 “돌연변이 발생으로 기존의 항암제로도 치료되지 않는 라스단백질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원리를 밝혀낸 것”이라며 “이 원리를 활용하면 라스를 분해하여 인체에 흡수가 잘 되는(저분자) 항암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교과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선도연구센터지원사업(ERC)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윤종복, 김호근 교수 및 정우정, 윤주용 박사과정생이 참여했다.

    한편 연구논문은 ‘사이언스’ 자매지로서 세포신호전달분야 권위지인 ‘사이언스 시그널링(Science Signaling)’에 10일자로 게재됐으며, ‘대장암에서 라스분해 저해’라는 제목으로 별도의 코너(Perspective)에 상세히 소개되는 등 연구의 중요성을 인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