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단일화 내년 총선-대선 구도까지 ‘흔들’安 불출마시 대권플랜 가동관심···‘안갯속’ 정국
  • ▲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자택을 나서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자택을 나서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이 온통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입’만 쳐다보고 있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검토 중인 안철수 원장과 야권 통합후보로 거론되는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6일 오후 4시 후보단일화에 대한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 회동에서는 안 원장이 출마의 뜻을 접고 박 상임이사를 단일화 후보로 내세우는 쪽으로 결론 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이 일단 후보 단일화에 합의하면 결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 등으로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구도와 판세는 물론 내년 총선과 대선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반(反)한나라당’ 및 ‘무소속 출마’ 선언을 한 안 원장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면서 여야 양강 구도를 형성해온 기존 선거 판세에 일대 변화가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안풍(安風)’의 향배를 가늠하기 어렵지만 안 원장 지지가 기성 정치에 대한 반감과 불신에서 비롯된 측면이 큰 만큼 쉽게 사그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안 원장의 결정에 앞서 다음과 같은 경우의 수가 나오고 있다.

    ■ 안철수 대권플랜··· ‘박근혜 대세론’ 강타할까?

    안 원장과 박 상임이사의 주변 인사들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발표에서는 안 원장이 박 이사에게 서울시장 출마를 양보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안 원장의 한 지인은 “현재 안 원장은 박 이사가 서울시장에 더 적합하다고 보고 있으며 두 사람의 친분으로 미뤄볼 때 박 이사의 출마 의지가 확고한 만큼 안 원장이 백보 양보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러할 경우 정치권의 관심은 안 원장이 향후 대권플랜을 가동하느냐 여부에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불출마 선언 후 깨끗하게 학교로 돌아가 교수직에 전념할 수도 있겠지만 박 상임이사의 선거운동을 도우면서 자연스레 정치 일선에 나서고 그것이 결국 대권 행보로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많다.

    이미 정치권 일각에선 불출마시 안 원장이 압도적인 지지율을 바탕으로 일약 야권의 유력한 대선주자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그렇게 되면 대선 정국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시계제로’의 국면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 ▲ 박원순 변호사(좌)와 안철수 교수. ⓒ연합뉴스
    ▲ 박원순 변호사(좌)와 안철수 교수. ⓒ연합뉴스

    야권 내부의 대권후보 다툼은 물론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포함해 전체 대선 정치지형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박근혜 대세론’ 역시 일정부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여야 지도부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한 잠룡들이 그의 행보를 주시하는 이유도 모두 이 때문이다.

    안 원장이 최근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라면 크게 바꿀 수 있는데 저는 그럴 생각이 없다”며 대선에는 관심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럼에도 여의도 정가에선 안 원장의 일부 측근이 이미 서울시장이 아닌 ‘대선 플랜’을 가동하고 있다는 설이 멈추지 않고 있다.

    반면 불출마시 안 원장의 기세가 급속히 약화되면서 대선 국면에서 큰 변수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안 원장이 조기에 정치색깔을 드러낸 것이 약보다는 독이 될 것이라는 일각의 진단은 이런 전망과 맥이 닿아 있다.

    ■ 출마시, 무소속 완주냐 야권연대냐

    박 이사가 안 원장에게 “당신이 나가라”고 할 가능성도 있다. 박 이사의 출마 의지가 확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갑작스럽게 심경의 변화를 일으켰을 경우다.

    그렇게 되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초반 여론조사 결과가 말해주듯 안 원장이 돌풍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안 원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36.7∼39.5%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한나라당 나경원 최고위원(13.0∼17.3%)과 민주당 한명숙 전 총리(10.9∼12.8%)를 압도했다.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서울시장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 시각이다. 안 원장이 ‘반(反) 한나라’ 선언을 한 이후 그를 지지했던 일부 중도 보수층이 이탈하면서 ‘안풍(安風)’의 위력이 약화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적지 않다.

    이 경우의 핵심은 안 원장이 ‘무소속으로 완주를 하느냐’ 혹은 ‘야권연대를 택하느냐’이다.

    안 원장은 자신의 지지율이 계속 고공행진을 이어가면 기존의 입장인 무소속 후보로 완주할 것으로 보이지만 추세가 한풀 꺾이거나 주춤거리면서 위기를 맞게 될 경우 야권연대를 모색할 가능성도 크다.

    실제 안 원장은 최근 한 인터넷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내가 출마하더라도 한나라당이 서울시장을 다시 차지하면 안 된다는 점에서 야권 진영과의 단일화는 얼마든지 고려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무소속 완주든 야권연대든 안 원장의 정치실험이 성공하면 양당 구도의 기존 정치질서는 어떤 식으로든 재편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내년 총선과 대선 국면 판도까지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안 원장 측은 현재 서울시장 선거승리 후 한나라당에 반대하는 시민사회세력을 규합해 제3의 정당을 만드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