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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의 독단적인 사퇴 발표에 한나라당은 분노하면서도 발 빠르게 10월 보궐선거 준비에 착수하는 분위기다.
26일 오전, 당초 오 시장의 사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홍준표 대표가 소집한 서울지역 당협위원장 조찬간담회는 사실상 보궐선거 대책회의로 전환됐다.
홍준표 대표는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로 오세훈은 끝났다. 10월 초 사퇴하겠다고 3번이나 약속했던 오 시장에게 농락당한 일은 잊고 지금부터 보궐선거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여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즉각 사퇴’를 선언한 오세훈 시장에게 분노를 표출함과 동시에 본격적인 선거 체제 전환을 의미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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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26일 마포가든호텔에서 열린 서울당협위원장 조찬간담회에서 10월 보궐선거 전략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현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조찬간담회에서는 10월26일 실시되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전념키로 의견이 일치됐다”고 전했다.
오 시장이 사퇴를 선언한 이날 한나라당 지도부와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팽팽한 긴장감이 감지됐다. 서울시장을 야권에 빼앗길 경우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도미노로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이번 주민투표의 투표율 25.7%로 ‘보수의 결집’이 확인된 만큼 이들의 공고한 지지를 다시 이끌어내 시장직을 사수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김 대변인은 “주민투표에서 우리 당을 지지한 합리적이고 건전한 보수계층 시민이 적극적으로 보궐선거에 참여하도록 선거준비에 만전을 기하자는 의견도 조찬간담회에서 일치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간담회에서 친박계 구상찬 의원은 “서울시 구청장과 시·구의회를 야당에 빼앗긴 상태에서 서울시장까지 빼앗길 경우 전패의 상황에서 총선·대선을 맞이한다”고 비장한 각오를 주문했다.
한 의원은 투표율 25.7%에 대해 “포퓰리즘에 반대하는 시민이 강고하게 존재했다는 뜻이며 10월 선거는 더 많은 지지층이 나올 것이니 해볼만하다”고 했다.
다른 초선 의원은 “10월 재보선을 복지논쟁을 종결하는 장으로 삼자. 순수성, 진정성, 애국심으로 끌고가야 한다. 나라를 위한 마지막 충정의 낮은 자세로 시민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의 주민투표를 지원한데 이어 사퇴를 막지 못한 당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은 거의 제기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홍 대표는 10월 보선에서 사실상 정치생명을 건다는 각오로 임할 것이라는게 주변 인사들의 전언이다.
일각에서는 오 시장의 ‘지원유세론’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홍 대표는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오 시장을 철저히 배제한 채 당력을 총동원하는 정면돌파를 택한다는 것이 홍 대표 측근들의 전언이다.
또 오전에 열린 당직자 회의에서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당의 단결된 모습으로 임하도록 한다는데 의견을 일치했고 SNS 등 인터넷 공간에 대한 대책 마련에도 착수하기로 했다”고 김기현 대변인은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