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독트린’ 제3의 길(?)...매우 전략적인 것은 사실MB 정부 대북정책 승계, 발전...자신만의 남북대화 모색
  • 여권의 차기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대북 정책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나서 주목을 끌고 있다. 2009년 5월 미국 스탠포드 대학에서 북한 문제에 대해 강연한 후 2년3개월여 만이다.

    현 정권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최대한 정책 발언을 자제해 온 박 전 대표다. 그가 지난 23일  미국 외교안보전문지인 포린어페어스 (Foreign Affairs)에 기고하는 형식을 택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박근혜 독트린’의 핵심은 바로 ‘균형정책(Alignment Policy)’이다. 그는 무엇보다도 안보와 교류, 남북대화와 국제공조 사이에서의 균형을 강조했다.

    완전히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가 내놓은 이번 정책 구상이 “아직 큰 그림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출범 초기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과 많이 닮아있다는 점도 하나의 특징이다. 다만 ‘융통성’이라는 측면에서 미묘한 차이가 있다.

    박 전 대표는 이명박 정부의 강경책을 승계하면서도 구체적인 조건을 전제로 하는 포용책을 함께 제시해 나름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 내려 했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남북관계의 매듭을 풀어나갈 수 있다는 전망을 제시한 것 또한 매우 전략적인 선택이라는 평가다.

  • ■ MB 정부의 대북정책은 이러하다

    ‘비핵·개방·3000’은 북한의 핵 폐기, 남북경제협력의 진전과 함께 북한경제를 1인당 소득 3천달러 수준으로 만들도록 돕겠다는 출범 초기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다.

    구체적으로는 북한의 핵 폐기 과정에 상응해 북한의 경제발전과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지원하기 위한 구상이다. 이를 통해 북한의 자립경제 실현을 돕고 우리 경제의 선진화에도 기여하는 남북관계를 정립하겠다는 것.

    남북이 호혜적 협력관계를 구축함으로써 상생하고 공영해 남북 주민들의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는 기조가 깔려있다.

    MB 정부는 분단된 조국을 정치적-인위적인 접근이 아닌 실용주의적 접근을 통해 한반도의 새로운 평화 구조를 창출하고자 했다.

    특히 화해와 협력, 평화공존, 점진적 통일을 지향했다. 1994년 국민적 합의에 의해 만들어진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계승하면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 남북관계의 특수성, 정치 군사적 신뢰부족 및 현격한 경제격차 등을 고려해 점진적이며 장기적으로 통일을 추진토록 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대북정책 추진 원칙은 ‘상생과 공영’으로 함축된다.

    MB 정부는 원칙에 철저하되 유연한 실용주의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핵은 반드시 폐기돼야 하고, 진정성 있고 내실 있는 대화를 추진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그러나 접근방식은 현실을 고려해서 유연하게 하겠다는 방침이다.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증진 노력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 대북정책이 더 이상 소모적이지 않고, 국민이 원하는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이러한 모든 정책을 실용적이고 생산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국민 참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천명했다.

    국제협력과 남북협력의 조화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한반도 문제가 남북문제인 동시에 국제문제라고 규정했다.

    MB 정부는 북핵 문제가 대두된 이후 국제사회와의 협력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6자회담을 통해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고 했다.

    또한 남북관계가 북핵문제의 해결을 촉진하도록 하고 국제사회가 우리의 통일을 지지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의 신뢰를 쌓아가겠다는 계획을 세워 추진해 나갔다.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사태 이후로는 강경책이 앞섰다. 이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지 않는한 남북 관계 개선은 없다는 것이다.

    핵을 포기하겠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약속하고 이를 이행한다면 정부 차원의 지원이 뒤따를 것임은 여전히 강조하고 있는 원칙이다.

    이 대통령은 북한이 가동 중인 모든 핵프로그램의 동결과 폐기 의사를 분명히 한다면 내년 3월 서울에서 열리는 핵안보 정상회의에 김정일을 초청하겠다는 의사를 재차 밝혔었다. 지난 22일 몽골 방문중에 몽골 유력지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지난 2월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안보에 관한 대정부질문에서 ‘정부의 대북정책인 비핵·개방·3000의 성과에 대한 솔직한 평가를 해달라’는 질문에 “특별한 진전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답했다.

    손바닥 뒤집듯 국제 규범을 무시해 온 북한을 상대로 획일화된 대북정책을 펴나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방증이다.

    ■ 박근혜가 바라본 새로운 한반도는?

    ‘균형정책’에서 박근혜 전 대표는 단호한 입장이 요구될 때는 더욱 강경하게 대응하고, 동시에 협상을 추진함에 있어서는 매우 개방적인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경도 햇볕도 아닌 나름의 ‘제3의 길’을 택한 것이다. 특히 북한이 또 다시 도발을 감행한다면 그 대가를 깨달을 수 있도록 즉각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북한의 폭력적 행동을 묵과하기보다는 ‘억지적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북이 협력의 자세를 보인다면 그에 걸맞은 행동을 한국은 보여야 한다는 뜻도 보였다.

    큰 테두리에서 보면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승계하고 이를 발전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박 전 대표는 “얼마 안 남은 최소한의 신뢰마저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으로 사실상 사라졌다”고 했다. 북한이 이 문제에 대해 사과의 뜻을 밝혀야 신뢰가 회복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박 전 대표는 나아가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을 폐기하기 위해서 한국은 국제사회와의 협조체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한국은 핵으로 무장한 북한을 용인할 수 없다”고 했다.

    이와 함께 박 전 대표는 “북한이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면서 인적-물적 자유왕래 등을 통한 경제 협력 강화 방안을 제시했다.

    유라시아 철도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그는 6․25전쟁 이후 단절된 한반도 종단철도를 다시 연결하고 이를 시베리아 횡단철도 및 중국 횡단철도와 연결해야 한다고 했다. 만일 철도가 연결되면 이는 남북한 공동 발전과 평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만약 북핵 문제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도출될 경우 남북간의 신뢰안보 구축을 위한 수단으로서 철도연결 프로젝트 논의를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기고문의 소제목인 ‘북한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는 박 전 대표가 생각하는 핵심 대북 정책이라고 참모들은 전했다.

    박 전 대표는 미국과 중국의 역할에 대해 언급했다. 특히 중국에 대해 “북한의 변화를 촉진하는 중심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데 북한의 개혁을 유도하고자 하는 중국의 노력은 미-중관계가 얼마나 협력적이냐에 따라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시 말해 “미-중관계가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북한의 비정상적 행태는 미국과의 관계 증진을 희망하는 중국의 입장을 어렵게 하고, 미-중관계의 긴장은 북한으로 하여금 미국과 중국을 상대로 외교게임을 시도하게 해 북한의 비타협적인 태도만을 강화시킬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 전 대표는 세계 최대의 정부 간 안보기구인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를 아시아가 나아가야 할 모델로 제시했다. 그는 “역내 세력들 사이에서 지속된 긴장을 공동으로 해결하기 위한 협력적 안보 레짐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