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차례 참모회의 끝 이대통령이 직접 단어 골라3차례 원고 통째 바꾸고 10차례 정도 독회 거쳐
  • ▲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66회 광복절 기념식에 경축사를 하고 있다.ⓒ청와대
    ▲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66회 광복절 기념식에 경축사를 하고 있다.ⓒ청와대

    '공생발전(Ecosystemic development)'의 저작권자는 이명박 대통령이다?

    청와대는 15일 공생발전이라는 개념을 임기 후반 핵심 국정기조로 제시하면서 광복절 경축사 원고에 `Ecosystemic Development'라는 영어 문구도 함께 넣었다.

    각 경제 주체가 함께 살아야 사회도 유지될 수 있다는 이 개념을 직역하자면 `생태계형 발전'. 참모진은 직역의 경우 느낌이 선뜻 와 닿지 않자 더욱 적확한 표현을 찾아 광복절이 임박해서까지 머리를 쥐어짰다고 한다.

    내부 토론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이 대통령이 `공생'이라는 단어를 선택하면서 고민은 해결됐다. 영어 단어 자체만 볼 때는 공생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찾을 수 없지만 이해를 명확하게 하려고 의역을 한 셈이다.

    다만 공생발전이라고 하면 약자가 강자에 기생하거나 공산주의를 연상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 영어 단어를 덧붙이는 세심함을 기울였다고 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공생발전이라는 개념은 지금껏 어디에도 소개되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말로 아무리 해도 딱 맞는 말이 없었는데 토론을 거치면서 대통령이 직접 결정하기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이번 경축사는 집권 4년차 하반기 이후 임기 말까지의 국정운영 방향을 읽을 수 있는 가늠자로 여겨졌다. 그런 점에서 이 대통령은 지난 3일 휴가지에도 원고를 들고 가 수정 작업을 계속하는 등 심혈을 기울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에도 미국과 유럽발 재정건전성의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이전이어서 이때만 해도 재정건전성이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다.

    보통은 정치와 외교, 안보, 경제, 문화 등 사회 전반에 대해 큰 틀에서 언급한다.

    반면 이번 광복절 경축사 원고는 주로 경제 부문에 초점이 맞춰졌다. 휴가지에서 돌아오자 글로벌 재정위기가 터졌다. 충격적인 미국 신용등급 하락도 이어졌다. 이로 인해 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원고를 거의 재작성 수준으로 다시 써야 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세계육상대회 점검차 대구를 다녀오는 차편에서도 원고를 손에서 놓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축사는 이렇게 3차례가량 원고를 통째로 바꾸고, 10차례 정도 독회를 거친 끝에 12일 최종 윤곽을 드러냈다.

    이후에도 이 대통령은 주말 내내 퇴고 과정을 거쳤고 몇 곳에서 표현을 달리하는 바람에 실제 연설 때까지 참모진도 세부내용을 몰랐다고 한다.

    메시지는 박형준 청와대 사회특보와 김영수 연설기록비서관이 주도적으로 작성했으며, 여기에 김두우 홍보수석, 김상협 녹색성장환경비서관 등 제한된 인원만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마다 국정 방향을 설정하면서 이 대통령의 생각은 진화하고 있다는 게 참모진의 설명이다.

    과거 광복절 경축사를 비교해 볼 때 2009년 `친서민 중도실용'을 내세워 중산층 복원을 꾀했고, 지난해에는 `공정한 사회'로 삶의 선진화를, 올해는 `공생발전'으로 변모하면서 전 세계를 무한경쟁으로 몰아넣은 신자유주의에 경종을 울렸다는 것이다.

    기존 원칙을 확인하는 수준에서 나온 대북-대일 메시지는 초기에 설정한 방향이 최종본에도 거의 그대로 반영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축사 도중에는 잠시 소란도 일었다. 인터넷 신청을 통해 행사 방청권을 따낸 한 50대 여성이 2층 객석에서 고함을 질러 잠시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공교롭게도 이 대통령이 공정사회와 친서민 정책에 대한 부분을 언급하는 중에 나와 이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그러나 건설 관련해 개인적인 억울함을 호소하려다 곧바로 청와대 경호원에 의해 제지당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는 해당 비서관실에 억울한 사정이 있는지 확인해 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약 25분간 이어진 이 대통령의 경축사에는 모두 38번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특히 정치권의 포퓰리즘을 경계하고 재정건전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대목에서는 거의 문장이 끝날 때마다 박수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