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부족?…탈(脫) 여의도 가속화정동영과 ‘선명성 경쟁’…한진중공업 行
  •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대권을 겨냥한 광폭 행보를 본격화 하고 있다. 외교-안보 등 대외적인데 힘을 쏟고 민생은 도외시 한 채 벌써부터 표심잡기에 나섰다는 지적이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14일에는 노사분규를 넘어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한진중공업을 찾았다.

    ◆ 孫, 대권 이슈가 있는 곳이라면…

    손 대표는 ‘동고동락 민생실천’으로 찾은 첫 번째 민생탐방지역으로 극심한 노사분규로 갈등을 빚고 있는 부산 한진중공업을 택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이재용 사장과 채길용 노조지회장 등 노사 관계자들을 만난 뒤 고공 크레인 위에서 190일째 농성 중인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과 교감한다는 차원이다.

    한진중공업 사태가 악화되면서 손 대표는 부산행을 두고 고민을 거듭해왔다. 지난 9일 경찰과 시위대간 무력충돌로 상황이 악화된 데다가 ‘희망버스’를 타고 전국에서 몰려든 대규모 시위에 야권 정당 대표들이 총집결하면서 ‘이슈의 현장’이 되자 손 놓을 수 없게 됐다.

    다른 야당들은 당 대표가 직접 나서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여서 아무래도 ‘비교’되는 것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던 점도 한몫했다.

    설상가상으로 방일(訪日) 뒤 ‘원칙있는 평화정책’ 발언으로 한바탕 설전을 치른 정동영 최고위원은 이미 8차례나 현장을 찾았다. 정 최고위원은 국회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회를 십분 활용, 노동-투쟁으로 대표되는 ‘진보’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손 대표의 한진중공업 방문은 4.27 재보선 이후, 한나라당의 ‘좌클릭’으로 민주당의 선명성을 부여할 수 있는 분야가 ‘노동문제’인만큼 정 최고위원과의 이슈경쟁에서도 밀리지 않겠다는 의도인 것으로 풀이된다.

    ‘자의반 타의반’ 떠밀리는 듯 한진중공업을 찾은 손 대표는 야권통합에 소홀하다는 비판은 일부 면할 수 있게 됐다.

    노동문제가 야 5당의 ‘교집합’으로 작용될 경우, 민주당이 추진하는 야권 통합의 촉매제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 내에서는 “야권통합의 맏형인 민주당이 야권에 끌려 다녀야 되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한 4.27 재보선으로 원내에 입성한 대표가 거리로 나간데 따른 부담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적잖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당 대표가 여의도를 비우면 내년 정권교체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대여 공세의 집중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연말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 조직력을 다지는 데 신경을 써야하는데 이슈 쫓기에 바쁘다”고 말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현장도 중요하지만 뒤늦게나마 국회에 입성한 대표가 실질적인 성과물을 내놔야 한다”고 했다.

    ◆ 외교력 과시 했지만…‘또’ 밖으로

    손 대표가 처음부터 현장으로 뛰어들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한나라당을 압도하는 지지율을 등에 업고 고공행진 하던 손 대표는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일본에서 간 나오토 총리, 중국에서 시진핑 국가 부주석과 연이어 회담을 갖고 외교력을 대내외에 과시하기도 했다.

    그는 양국의 차세대 유력 정치인들을 만나 국제사회에 자신을 알리는데 주력했다. 외교 인맥을 넓혀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기반을 다지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 ▲ 지난 3일 중국을 방문한 손학규 대표가 시진핑 부주석을 만나 회담을 갖고 있다. ⓒ 연합뉴스
    ▲ 지난 3일 중국을 방문한 손학규 대표가 시진핑 부주석을 만나 회담을 갖고 있다. ⓒ 연합뉴스

    당초 미국과 러시아도 잇따라 방문, ‘4강 외교’에 방점을 찍겠다는 계획이었으나 미국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국회 비준 문제로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러시아도 손 대표의 임기가 12월이면 종료돼 사실상 방문이 어렵다는 것이 민주당 내 중론이다.

    민주당 내부에서 손 대표가 일본과 중국에서 야당 대표 이상,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예우를 받았다는 평가가 나왔으나 ‘너무 대선 행보에 치우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현재 손 대표의 신분은 민주당 대통령 후보, 야권연합 대통령 후보가 아닌 민주당 대표이기 때문이다.

    재선의 한 민주당 의원은 “한-미 FTA, 저축은행 국정조사 등 주요 현안이 산적한 8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결국은 자기 정치하겠다고 자리를 비웠던 것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야당 대표가 정책으로 여당을 압도하려는 의지보다 ‘차기 대권주자 손학규’에 치우쳤다는 비판이다.

    특히, 손 대표가 제 2차 희망대장정인 ‘동고동락 민생실천’을 13일 발족하면서 ‘탈(脫) 여의도’를 택하자 “대표가 또 나가냐”는 달갑지 않은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손 대표라고 (국회 밖을) 나가고 싶어서 나가겠느냐. 다 콘텐츠가 부족한 탓 아니겠느냐”고 했다. “당내 입지를 다지고 목소리를 높이고 싶어도 달려드는 사람들이 한 둘이냐. 본인이 잘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은 “제 1야당 대표는 지금 민생 탐방 보다 민생 정책을 내놔야 할 때”라고 꼬집었다.

    ◆ “민주당 집권하면, 중소기업부 만들겠다”

    손 대표는 이같은 당내 비판을 적극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이미지 정치를 접고 ‘민생’에 올인할 전망이다. 계획도 촘촘히 세웠다.

    테마는 ‘친(親)중소기업’과 샐러리맨으로 대표된다. 손 대표는 지난 11일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중소상인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튿날에는 중소기업혁신협회를 찾았다.

    13일 중소기업중앙회 방문한 자리에서 손 대표는 “민주당이 집권하면 중소기업부를 만들어 대기업의 횡포를 방지하고 중소기업을 보호,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대표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로 환영을 표했다.

  • ▲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기중앙회와의 정책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기중앙회와의 정책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손 대표가 중소기업에 한 주를 ‘올인’한 연유는 서민과 중산층의 편이라는 당과 자신의 이미지를 확고히 하기 위한 장치로, 내년 총-대선의 표심을 겨냥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그는 매주 월요일에는 현장 활동을 갖고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민주당 정책과 관련된 단체와 기관 설명을 듣겠다고 했다. 금요일은 '김 대리의 날'로 지정, 샐러리맨들과 정책공감의 시간을 갖는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다음주부터는 한 주씩 무상급식과 농어민 지원, 비정규직, 주거복지, 반값등록금 등을 테마로 잡고 활동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