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 하는 이유, ‘등록금 마련’ 응답 갈수록 늘어나학자금 대출이자 부담 매우 커, 학기중 알바 ‘일상화’
  • 등록금 천만원 시대를 온몸으로 겪고 있는 대학생들은 등록금을 무엇으로 충당할까? 아르바이트 소개 전문 인터넷 포털 알바천국(www.alba.co.kr)이 여름방학을 맞아 전국 대학생 2,36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3.9%가 ‘등록금을 내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다음 학기 등록금 마련 방법으로는 40.8%가 ‘부모님+아르바이트’를 선택했으며, 아르바이트로 마련하겠다는 응답도 12.2%를 차지했다. 전체 응답자의 53%가 등록금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답한 것이다.

    ‘부모님이 전적으로 마련한다’는 비율은 19.3%에 그쳤다. ‘대출’로 마련하겠다는 응답은 16%였고 ‘장학금(9.4%)’, ‘기타'(2.3%)’ 순이었다.

     

    등록금 천만원 시대, 대출이자 연체로 신불자 양산

    한 해 대학 등록금이 천만원을 넘어서면서 서민가정의 등록금 부담은 해가 갈수록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매학기 장학금으로 등록금을 충당하면 무엇보다 좋겠지만, 모든 학생이 장학금 혜택을 받을 수는 없다. 심지어 일부 사립대의 경우에는 4.5만점을 받고도 장학금이 해당 학기 등록금의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학자금 대출에만 의존하는 것은 부담이 너무 크다. 재학 중 이자상환을 유예받을 수 있는 든든학자금은 대출조건이 까다로운 데다 상환개시시점부터 이자가 복리로 계산되기 때문에 꺼려지는 것이 현실이다. 
    든든학자금이 시행된 이후에도 일반학자금 대출이 전체 학자금 대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이유다.

    일반학자금 대출은 재학중에도 이자를 내야 한다. 특히 3회 이상 일반학자금을 받은 경우는 부담이 만만치 않다. 학자금 대출로 인한 신용유의자(구 신용불량자)는 거의 대부분 이자연체가 이유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대학생들은 방학중은 물론 학기중에도 생업전선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 학자금 대출이자(일반학자금 대출)도 갚아야 하고 생활비와 다음 학기 등록금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기는 좋지 않은데 아르바이트 일감을 구하는 학생들은 늘어만 간다. 고3때는 대학만 입학하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될 거라 생각했지만 그것이 터무니없는 상상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한 해 등록금 천만원시대, 방학을 맞이한 대학생들의 서글픈 현실을 들여다봤다.

     

    대학생 알바 구직난, 일손은 늘고 일감은 줄고...과외는 중계업체 통해도 힘들어

    올해 서울의 한 사립대에 입학한 K씨(20세, 여)는 요즘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싫다. 괜히 부모님 눈치가 보여 서둘러 일어나 가방을 챙겨 집을 나온다. 그녀가 향하는 곳은 대학도서관이 아니다.

    학교 근처 피씨방이나 패스트푸드점에서 친구들을 만나 음료 하나를 시켜놓고 아르바이트 인터넷검색을 한다. 사이사이 친구나 아는 언니, 오빠와 전화를 주고 받으며 정보도 수집한다. 겨우 마땅한 곳을 찾아 전화를 걸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차갑기만 하다. “방학중에만 하시려구요?” “저희는 방학중에만 하는 알바는 채용하지 않는데요”

    커피전문점이나 패스트푸드점, 패밀리레스토랑 같은 곳도 알바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방학중 단기 알바를 원치 않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어머님이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하시지만 마음이 편치가 않아요” 옆에 있던 친구 A씨(20세, 여)가 말한다. “이것도 인맥이 필요해요”

    알바 소개만을 전문으로 하는 인터넷 포털을 하루 종일 검색해도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거리가 너무 멀거나, 교통편이 불편하거나, 근무조건이 맞지 않는다. 어렵사리 마땅한 일자리를 찾아 확인을 하면 이미 지원자가 넘친다.

    구청이나 각종 공공기관의 알바 자리는 하늘에 별따기만큼 구하기가 어렵다. 보통 경쟁률이 10대1을 훌쩍 넘기기 때문이다. 은행이나 증권사 현관 도우미 같은 알바도 마찬가지다.

    과거 대학생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과외 알바는 전문직업화되면서 갈수록 대학생들이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과외만을 전문으로 알선하는 중개업체가 늘어나면서 이곳을 통하지 않고는 과외 알바 정보 자체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수수료를 내고 중개업체에 등록을 해도 소개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결국 상당수 대학생들이 피씨방이나 편의점, 호프집 알바로 고개를 돌린다. 그나마 경쟁이 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당 시급은 많아야 4천원대에 불과하다. 파트타임으로 한 달을 근무해도 손에 쥐는 것은 몇 십만원에 불과하다. 등록금을 준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이런 학생들에게 해외어학연수는 꿈같은 먼 나라 얘기다.

     

    알바 여학생의 하루, 3년간 계속 알바...대출이자, 등록금 마련하려면 멈출 수 없어

    서울의 한 사립대 3학년인 G씨(22세, 여)는 지난 학기 학부생 모두가 참가하는 MT에 불참했다. 학기중에도 계속하는 아르바이트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G씨는 과대표에게 한참동안 싫은 소리를 듣고 벌금으로 2만원을 냈다.

    G씨의 2년간 평균 학점은 B를 겨우 넘어섰다. 대학에 입학하면서 한 학기를 빼고는 모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거둔 성적치곤 나쁘지 않다고 스스로 위로한다. 올 1학기에는 든든학자금을 받았다. 생활비 대출도 신청해 2백만원을 별도로 받았다.

    그러나 G씨는 여전히 매달 학자금 이자를 내야 한다. 1~2학년때 받은 일반 학자금 대출 때문이다. G씨가 다니는 학교의 올 1학기 등록금은 5백여만원. 경기도에서 주물공장을 운영하는 아버지 사업이 여의치 않아 1학년 1학기 입학금과 등록금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부모님께 의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덕분에 G씨는 안 해 본 일이 없다.

    2학년 2학기 때는 서울 강남에 있는 ‘토킹바’라는 곳에서 일도 해봤다. 술을 마시는 손님들 옆에 앉아 이야기를 들어주는 역할이었다. 술은 마시지 않았지만 담배연기가 정말 괴로웠다. 여려서부터 약간의 천식기가 있던 G씨는 겨우 두 달을 채우고 그 일을 그만뒀다. 그래도 시급이 5천원이 넘어 도움이 많이 됐다.

    2학년 1학기 때는 작은 중소기업에서 간단한 문서작성과 커피 심부름, 전화응대 업무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두 달이 안 돼 그만뒀다. 사장의 의도하지 않은 듯한 스킨십과 느끼한 눈빛에 더 이상 계속 다닐 수가 없었다.
    지금은 학교 앞 편의점에서 일을 한다. 시급은 3천5백원. 하루 여섯시간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지만 시급이 너무 적어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알바 남학생의 하루, 저녁 6시부터 자정까지 대형음식점 알바…MT는 신입생 OT가 유일

    알바 구직난은 남학생들의 경우에도 다르지 않다. 지방의 한 사립대 2학년인 H씨(21세, 남)는 오는 2학기 군대를 가기위해 휴학을 할 예정이다.

    지금은 집으로 올라와 근처 대형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홀 서빙은 물론이고 일손이 모자를 때면 주방일을 거들기도 한다.

    저녁 여섯시 출근해 열두시 자정이 넘어서야 퇴근한다. 그래도 아닌 분의 도움으로 시급이 5천원이나 된다. H씨 역시 안 해본 일이 없다. 전공이 국제정치학으로 언론사 해외 특파원이 꿈이었지만 지금은 졸업 후 어디든 안정적인 직장을 찾는 것 말고는 바라는 것이 없다.

    지난 1년 반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학점은 형편이 없다. 학점 평균이 B가 채 안 돼 든든학자금이 아닌 일반학자금 대출을 받았다. 입대기간동안 이자 납부가 유예되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1학년 2학기때는 아르바이트를 했던 휴대폰 매장이 문을 닫고 업주가 사라지는 바람에 그나마 일했던 급여를 받지 못했다. 그렇다고 집에 손을 내밀 형편은 못된다. 넉넉지 않은 가정형편에 한 학기 4백만원이 넘는 등록금은 매우 큰 부담이다.

    등록금도 문제지만 매달 학자금 대출 이자를 갚고 생활비를 충당해야 하기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을 수 없다. MT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전부다.

     

    “돈만 많이 준다면, 불법 아르바이트도 하겠다”

    추석과 설 등 명절때면 택배업체는 비상이다. 이와 함께 아르바이트업게에도 반짝 특수가 생긴다. 남자 대학생들은 이때 이른바 ‘까대기’라 불리는 상차작업 아르바이트로 제법 목돈을 손에 쥘 수 있다. 알바 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3D 알바직종에도 일손이 몰린다.

    아르바이트 소개 전문 인터넷 포털 알바몬(albamon.com)이 최근 대학생 7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78.5%가 ‘3D 알바’로 불리는 공사장이나 유통업체 상차작업과 같은 아르바이트도 돈만 많이 준다면 할 수 있다고 답했다.

    온라인 사설 경마장이나 사행성 경품 게임장과 같이 형사처벌의 위험이 있는 불법적 아르바이트를 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32.2%는 ‘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실험을 뜻하는 ‘마루타 알바’를 할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40.6%였다.
    ‘마루타 알바’ 지원자 모집 경쟁률은 평균 수십대일이 넘는다. 약의 종류에 따라 짧게는 며칠에서 길게는 2~3개월 동안 병원이 정한 대로 약을 복용하고 정기적으로 병원에 들러 혈액검사를 해야 하지만 생계형 알바 구직자들에게는 없어서 못하는 선망의 대상이다. 잘하면 100만원이 넘는 돈을 벌을 있는 고소득 직종이기 때문이다.

     

    ‘생계형’ 아르바이트, 조사 응답자의 49.2%

    등록금 부담이 늘어나면서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휴학을 선택하는 학생들도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알바천국’의 같은 조사에서 등록금 때문에 휴학을 한 적이 있다고 답한 학생은 19.5%에 달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유에 대한 답변은 비록 단편적이지만 대학생들이 느끼는 등록금 부담의 실체를 보여주고 있다. 알바천국의 설문조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유로 ‘등록금 마련’을 꼽은 응답은 27.8%로 전체 2위를 기록했다. 더 중요한 것은 순위가 아니라 그 증가율이다.

    작년 여름방학 조사에서 ‘등록금 마련’을 선택한 비율은 17%였고 지난 겨울방학 조사에서 같은 응답을 한 비율은 13.4%였다.

    ‘생활비 마련’을 선택한 비율(21.4%)을 합치면 ‘생계형’ 아르바이트 비율은 49.2%에 이른다. 아르바이트 이유로 ‘용돈마련’을 선택한 비율은 40.1%였으며 10.6%는 ‘다양한 사회경험’을 꼽았다.

    뜨거운 여름, 방학은 왔지만 대학생들에게 휴가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