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식 총리 독일 유학 시절 회상하며 글 남겨“그들의 이야기를 우리의 역사, 자산으로 삼아야”
  • 이명박 대통령은 9일 독일 교민들과 만난 자리에서 ‘서독 광부와 간호사’ 이야기를 꺼냈다. 지금도 회자되는 ‘서독 광부와 간호사’ 이야기는 김황식 총리에게도 특별한 사연이었다고 한다.

    김 총리는 자신의 독일 유학 시절 만났던 우리나라 출신 광부와 간호사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풀었다. 그는 이 글에서 “제가 1978년 독일에서 공부할 때 그들을 많이 만났다. 이역만리 낯선 땅에서 고국에 있는 가족들을 그리워하며 어려운 일을 감당했던 그들의 이런 저런 사연을 듣노라면 가슴이 아팠다”면서 “고국에 있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다시피하며, 동생들을 성공시키겠다며 학비를 조달하느라 야근을 일상으로 삼고 엄청난 절약 속에서 생활했던 그들이 안쓰럽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했다”고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다.

  • 김 총리는 이어 “이들의 노고와 희생으로 우리나라는 독일로부터 차관을 얻고 이를 종자돈으로 삼아 경제건설에 나서게 되었으며, 국내 가족의 형편은 나아지고 그 학비를 받아 성공한 동생들이 많이 나왔으니 어찌 이들의 공로를 잊을 수 있겠느냐. 독일에 있을 때 능력만 있다면 이들의 사연을 취재․수집하여 소설이라도 한 권 썼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다”며 “거기에는 나라사랑, 가족사랑과 자기희생, 꿈의 실현과 좌절, 인생 유전 등이 담겨 있을 것이. 우리는 이것을 우리의 역사, 우리의 자산으로 남겨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적었다.

    김 총리의 말처럼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한강의 기적'은 이들 파독광부-간호사의 '눈물' 위에서 시작됐다.

    우리나라는 1964년부터 서독으로 나갔던 2만여 명의 광부와 간호사들이 받는 급여를 담보로 서독으로부터 차관을 제공받았다. 이를 통해 경제개발계획의 시초가 되는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당시 우리나라는 박정희 대통령이 케네디 美대통령을 만나 차관을 요청해도 일언지하에 거절당하는 등 세계 어느 나라로부터도 돈을 빌릴 수 없었던 때였다.

    하지만 1964년 서독을 방문했을 때 아데나워 서독 대통령의 격려와 우리나라 광부, 간호사들의 급여를 담보로 하겠다는 약속으로 ‘종자돈’을 얻을 수 있었다. 이후 파독 광부와 간호사를 격려하는 자리에서 박정희 대통령은 그들에게 ‘꼭 살아서 돌아오라’는 말을 남겨 사람들을 울렸다. 이후 광부, 간호사를 마치고 돌아온 이들 중에는 학계, 기업계에서 상당한 업적을 남긴 이들도 나왔다.

  • 지난 1월 13일 김 총리는 서독 광부, 간호사 출신 인사들을 삼청동 총리 공관으로 불러 오찬을 함께하며 그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김 총리는 오찬에서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국가발전에 헌신하고 봉사하신 여러분들의 공로가 잊혀지지 않도록 정부가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었다. 이날 간담회에는 한국파독광부총연합회 김태우 회장 등 파독 광부 및 간호사 출신 인사 23명과 이정현 의원이 참석했다.

    김황식 총리가 ‘서독 광부와 간호사’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들려준 건 2004년 6월 25일 자 ‘지산통신(芝山通信)’을 통해서였다. ‘지산통신’은 김 총리가 광주지방법원장으로 재직하던 2004년 1월 18일부터 2005년 2월 7일까지 법원 직원들에게 좋은 글을 적어 보낸 이메일을 말한다. 이는 나중에 책으로 출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