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시민, 우파 커밍아웃하며 함정 빠져나와야 
    유시민은 민노당과는 전혀 다른 친이계 노선에 가까운 인물 
    변희재 pyein2@hanmail.net  
      
    유시민에 대한 집단 다구리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유시민이 혈혈단신으로 버틸 수 있었던 유일한 무기, 지지율도 손학규 대표에 더블스코어로 밀리기 시작했다. 민주당과 민노당 등은 이 기회에 유시민을 완전히 재기 불가능할 정도로 죽이려는 태세이다. 유시민은 대체 뭘 그리 잘못했을까?

    민주-민노 연대는 유시민의 창당을 문제삼는다. 어차피 노선도 크게 다르지 않는데 왜 창당을 하여 분열을 조장하냐는 것이다. 실제로 유시민은 개혁당을 창당한 뒤, 열린우리당에 합당하면서 정당 창당의 원칙을 저버리기도 했다. 이번에 만약 유시민이 또 다시 참여당을 민주당에 합당시킨다면, 유시민은 개미당원들의 돈을 모아 이를 두 번이나 거대 정당에 팔아 넘겼다는 거센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유시민은 사실 상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게 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참여당은 민주당과 합당할 수가 없다.

    정당의 기본은 노선이다. 노선이 다르면 창당을 하는 것이고, 노선이 같으면 같이 하면 되는 것이다. 유시민이 참여당을 창당했을 때에는 민주당과의 노선 차이가 없었다. 이 때문에 참여당의 창당 명분은 없는 것이었다.

    유시민은 노선만으로는 이명박 정부와 친이계와 가까워

    그러나 민주당이 민노당과 적극적으로 야합을 하기 시작하면서, 민주당과 유시민의 노선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민주당은 대북정책, 한미FTA 등 통상정책, 복지 정책 등에서 민노당식의 1인독재 사회주의 노선으로 좌클릭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정당이라면 당연히 협조해야할 북한인권법 제정조차 박지원 원내대표 등이 막고 있는 실정이다.

    유시민은 종북좌파 정치인이 아니다. 그는 북한의 3대 세습에 대해 “권력승계를 유전자에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또한 한미FTA의 주역이자, 노대통령의 뜻인 개헌도 추진한 바 있다. 유시민은 틈틈이 연설할 때마다, 시장주의와 개방에 대한 입장도 표명한 바 있다.

    노선만 보면, 유시민은 민노당은커녕 현재의 좌클릭한 민주당도 아닌, 오히려 이명박 정부와 친이계와 유사하다. 이런 유시민이 민노당과 진보신당을 기웃거리며 통합하자 그러니, 여기서부터 유시민의 정치적 명분은 다 사라진 것이다. 이번에 순천 재보선에 승리한 민노당의 김선동 후보는 다섯 차례의 ‘북한 3대세습’ 관련 질문에 모두 답을 피해갔다. 이러한 민노당의 태도가 민주주의에 원칙에 적합하다고 유시민이 믿고 있을 리는 없다. 그럼에도 유시민은 이를 비판하지 않고 오직 권력만을 위해 민노당에 통합을 구걸하는 어처구니 없는 짓을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의 좌파진영의 유시민 집단 다구리는 선거패배에 대한 책임보다는, 기득권 좌파세력과 다른 노선으로 이탈하고 있는 유시민에 대한 보복에 가깝다.

    유시민은 북한3대세습, 한미FTA 등등 중요 정책 사안에서 자신의 입장을 마지못해 표명했을 뿐, 민노당과 같은 1인독재 사회주의를 꿈구는 세력을 적극적으로 비판하지 않았다. 유시민의 기회주의란 이런 문제이다. 최소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한미FTA를 반대했던 좌파세력을 정면에서 비판한 바도 있다. 유시민은 노무현의 그릇에 한참 못 미치는 것이다.

    지금 유시민은 과연 어떻게 정치적 재기를 할까 모색 중일 것이다. 답은 간단하다. 북한 3대세습, 한미FTA 등등 유시민 본인의 신념과 원칙을 보다 더 적극적으로 드러내면서, 민노당식 독재 사회주의 세력과 싸우는 것이다. 또한 민노당에 끌려다니는 민주당과도 정면으로 맞붙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유시민에 적대적인 보수층 유권자로부터 호감을 사면서, 중간층을 주요 타겟으로 잡아야 한다.

    유시민이 항상 위험한 위치에 존재했던 이유는 그가 사실은 중도적 자유주의 노선에 있으면서도, 쓸데없이 보수층에 막말을 퍼부으며, 감정적 적대감을 키웠다는 점이다. 물론 이러한 유시민의 전략은 노무현이라는 막강 실세 권력이 있을 때는 먹혀들어갔다. 그러나 혈혈단신으로 남은 지금의 유시민은 전략을 180도 바꿔야 한다. 꼭 전략이라기 보다는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노선과 사상에 충실해야한다는 점에서 이는 바꿀 수 없는 원칙이다.

    유시민이 자신의 우파본색을 숨기며, 좌파 진영과 야합을 통해 권력을 잡으려는 방식은 이번 재보선 패배로 완전히 실패했다. 이 방식으로는 정치적 재기도 어렵다는 점을 유시민 본인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정체성 숨기며 선거 치른 손학규, 대선 주자로서는 한계

    야권의 제 1 대선주자로 올라선 손학규 대표도 마찬가지이다. 손학규 대표는 민주당 당대표가 된 뒤, 철저히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고 있다. 이번 분당선거에서도 정체성을 숨기는 방식으로 선거에 승리했다. 지역 선거 하나에서 이런 기회주의적 처신으로 승리할 수 있겠으나, 대권주자로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손학규 대표는 유시민보다 더 오른쪽에 있는 인물이다. 이런 인물이 민노당식 좌파와 야합하여 대권주자로 나서겠다는 정략이 통할 거라 믿고 있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이다. 손대표가 철새 정치가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민주당을 민노당으로부터 절연시키며 오른쪽으로 이동시키는 것이다. 원래의 손학규 정체성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점이다.

    좌파연대가 큰 승리를 거둔 것처럼 보이지만, 바로 이러한 민노당, 유시민, 손학규라는 약한 기회주의적 고리들 탓에 끝까지 위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이다. 오히려 유시민과 손학규 중 누가 더 자신의 진짜 모습인 우파본색을 드러내느냐에 따라 판은 요동칠 것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것은 전략이 아니라, 책임있는 정치인이라면 반드시 해야되는 일이다. 일찍이 강준만 교수가 언급했듯이 유시민과 손학규는 “진리 앞에서 잔머리쓰는 기술”부터 버려야 할 때이다.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