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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韓식량난 걱정되면 수용소부터 없애라!
아사자 절반은 저들 끔찍한 수감시설에서 나온다.
기독교·가톨릭·불교·원불교·천도교 등 5대 종단 소속 종교인 658명이 이명박 정부에 소위 “인도적 대북지원 재개”를 촉구하고 나섰다. 1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법륜 승려, 인명진 갈릴리교회 목사, 김상복 목사, 김명혁 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 박경조 前대한성공회 관구장 대주교, 함세웅 신부 등이 참석했다. 성명에는 소망교회 곽선희 목사를 비롯해 국내 대형교회의 내로라하는 목회자 136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의 주장은 북한의 식량난은 “자연재해와 북한 농업정책 실패”로 인함이나 “한국정부의 외면이 사태를 악화시켰다”며 북한주민은 “피를 나눈 동포”이므로 “생명을 살려야 하고” 이것이 “한반도 화해와 평화를 정착”함은 물론 “민족통일을 앞당기는 일”이라는 요지이다.
金成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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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수감시설을 그린 임정진(탈북자)씨의 그림
북한에서 굶어죽고 얼어 죽는(맞아죽는 이들에 대한 연민은 빼더라도) 이들을 도우려 한다면 식량지원이 아니라 수용소 해체에 나서야 한다. 90년대 중·후반도 그랬지만 지금도 마찬가지다. 餓死者(아사자) 대부분은 정치범수용소, 노동교화소, 노동단련대, 집결소, 구류장 등 온갖 명칭의 끔찍한 수감시설에서 나온다.
탈북자들은 2009년 11월 화폐개혁 이후 북한 내 餓死者가 數萬(수만) 명에 달했을 것이라 말한다. 요덕수용소 출신인 강철환氏는 4월17일자 주간조선 기사에서 이 기간 7만 명가량 굶어죽었다는 어느 북한 소식통 주장을 전했다. 보위부 출신의 탈북자 A씨는 “7만 명은 못 되도 3~4만 명은 달하지 않나 생각된다”고 했다.
3만이건 7만이건 엄청난 숫자다. 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탈북자들은 “지금도 餓死者 중 절반 이상은 정치범수용소 등 각종 수감시설에서 죽어간 이들일 것”이라 말한다.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 역시 “가장 많이 굶어 죽는 곳은 허약 1도, 2도, 3도로 약해져 죽어가는 수감자들일 것”이라고 지적한다.
함북 회령 정거리 12호 노동교화소에서 7년을 살았던 탈북자 임정진氏는 “2000년 초 屍體(시체) 실은 차가 하루 트럭 한 차 이상 나왔고 2007년 출소할 때조차 하루에 두 세 명은 죽어나갔다”고 말했다. 임氏는 “800명 정원에 1600명 정도 수감된 교화소에서 시체는 끝없이 나왔고 대부분 허약(영양실조)으로 죽어 갔다”고 말을 이었다. 올 겨울 한파와 기근은 수용소에 갇힌 수천, 수만 동포를 또 다시 저승으로 내몰았을 것이다.
정치범수용소, 노동교화소, 노동단련대, 집결소, 구류장. 당연한 말이지만 대한민국과 국제사회가 전달하는 소위 인도적 지원은 이곳에 ‘절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강철환氏가 말하듯 “총으로 쏴 죽이기 아까워 모아둔 곳이 수용소” 아닌가? 정치범수용소는 물론 노동교화소 역시 특별한 죄 없이 끌려온 사람들. 요즘은 “장군님 권위를 훼손한” 탈북자 수용이 가장 많고, 인신매매, 迷信(미신)행위(지하 기독교인), 도둑질 등으로 잡혀온 사람들이라 한다.
한국의 ‘거룩한’ 종교인들이 “배고픈 동포”를 보며 안타까워 참을 수 없거든 정치범수용소부터 없애야 한다. 노동교화소, 노동단련대, 집결소, 구류장에 끌려간 죄 없는 자들을 구해야 한다. 아니 거대한 감옥이 돼버린 북한을 열어야 한다. 餓死者(아사자) 절반이 수감시설에서 속수무책으로 쏟아지는데 ‘人道的(인도적) 지원’ 운운한 사람들 입에서 “정치범수용소”라는 단어가 나오는 것을 들은 적이 없다. 과연 “배고픈 동포들”에 대한 연민이 있는지 의아해 질 뿐이다.
북한 餓死者(아사자)는 물론 수감자 중에서 나오는 것만은 아니다. 노약자나 꽃제비 같은 계층도 겨울이면 얼어 죽거나 굶어서 죽는다. 그러나 이들 역시 북한의 配給(배급)체제에서 벗어난 이들이다. 아무리 많은 ‘人道的 지원’이 있어도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한다.
굶주린 북한 군대가 체제변혁 이끈다
餓死者(아사자)가 집단적으로 나올 수 있는 또 다른 그룹은 어딜까? 그곳은 軍隊(군대)다.
90년대 중·후반 이른바 ‘고난의 행군’을 거치며 북한 주민 70% 이상이 配給(배급)체제에서 벗어나 市場(시장)에서 생계를 꾸리는 市場생활자로 바뀌었다.
화폐개혁 이후 식량난은 기본적으로 配給체제의 고장이다. 결국 굶주리는 집단은 수용소 수감자, 노약자·꽃제비 외에 配給체제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권력집단, 특히 군대이다. 탈북자들이 “굶주리는 것도 군대, 굶어죽는 것도 군인”이라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북한군 장교 출신의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3월 한 세미나에서 “북한군은 일반 주민보다 더 굶주린다. 이들은 장마당·뙈기밭도 일구지 못하고 보급이 없으면 죽는다”며 열악한 군대의 상황을 전한 뒤 “현재 배고픈 北韓軍(북한군)이 체제 변혁의 주체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보자. 2월 강원도 폭설로 북한에서도 최고 1m 이상의 눈이 내렸다. 이 지역에 배치된 인민군 1군단, 5군단이 폭설에 고립됐다. 수주일 식량공급도 끊겼다. 對北소식통에 따르면, 수 백 명이 아사됐고 수천 명이 행방불명이라고 한다. 강철환氏는 “휴전선 정예군단은 국방위원회 특별지시에 따라 식량이 공급되고 있지만 후방부대는 쌀 공급이 끊겨 감자 몇 알로 끼니를 해결한 지 오래”라고 전했다.
최근 북한 군인들의 탈영 러시(rush)는 軍 내 식량난과 직결된다. 2월21일 북한전략센터가 발표한 ‘북한군의 인권침해 상황’ 자료에 따르면, 북한군 대위 출신 朴 모씨는 1개 중대가 전투원 100명인데 비상소집하여 집결시키면 10명도 모이지 않는다고 증언했다. 30% 이상이 영양실조에 걸려 누워 있고, 식량을 구한다며 떠돌이로 떠난 자가 20%, 공사장 동원된 자 20%, 무단외출 25% 기타 등등. 한마디로 군대가, 군대가 아닌 셈이다.
군대의 식량난은 충성심 약화로 이어진다. 안찬일氏는 3월 세미나에서 “북한군이 김정일 정권에 충성할 이유가 없어졌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금 북한 군인들은 90년대 초중반 출생자로서 노동당 배급이 아니라 어머니의 장마당 수입으로 근근이 먹고 산 세대이다. 처절한 장사로 자식을 먹여 살리는 부모를 보며 노동당·김정일 父子를 위해 목숨 바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당장 생존이 갈급한 이들에게 김일성이 日帝(일제)를 무찔렀다는 항일빨치산의 혁명전통이 무슨 호소력이 있으며 6·25전쟁 영웅들의 무용담이 귀에 들어올 리 만무하지 않은가?”
군인들이 자유는 물론 식량도 주지 않는 로동당·김정일 父子에 충성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은 탈북자들 사이에서 공통된다. 핵무기와 미사일로 무장하고 있지만 실제로 폭압과 굶주림 속에서 잠재적인 反김정일 세력이 돼버린 것이다.
90년대 중·후반 식량난의 가장 큰 피해자는 일반 주민이었지만 최근의 식량난은 배급에 의존해 살아가는 군대가 돼버렸다. 체제를 지켜야 할 군대가 가장 큰 불만세력이 된 현상, 김정일 정권의 치명적 위협이 발생한 것이다. 이것은 또 2011년 남한의 소위 ‘人道的 지원’이 김정일 정권의 생명줄로 변질된 배경이 되기도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북한 식량난의 또 다른 피해계층은 평양의 거주민들이다. 이들은 조선로동당의 食糧(식량) 특별공급대상인 반면 장사를 하지 못하게 돼 있다. 이것은 역으로 로동당 배급이 끊기면 굶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평양마저 배급을 제대로 못 해주자, 북한은 특별공급대상을 줄이기 위해 올 초 평양시 주변을 市에서 떼 냈었다. 그러나 역부족이다. 남한에서 올라간 비전향左翼囚(좌익수)들에게 공급하던 특별공급도 제때 이뤄지지 않고 김정일이 준 선물까지 내다 팔아 생활비를 벌어야 할 상황이라고 한다.
대북지원단체인 ‘좋은 벗들’에 따르면, “최근 평양에서는 올해 9월까지 ‘식량을 자체 해결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며 “평양 주민들은 ‘9월까지 식량을 자체 해결하라는 소리는 곧 9월까지 배급을 주지 못한다는 말이 아니겠느냐’며 불안해하는 모습이다”고 전했다. 평양 거주민들의 不安(불안)은 김정은 세습에 대한 不滿(불만)으로 이어져 민심은 갈수록 험해지고 있다는 것이 對北소식통들의 전언이다.
북한정권 입장에선 식량조달에 필사적일 수밖에 없다. 이번 식량난은 예전과 다르기 때문이다. 軍隊가 심하고 화폐개혁, 3대세습 등 주민들의 불평·불만과 맞물려 있다. 김정일마저 급사하면 급변사태로 직결될 판이다.
평양을 오가며 지원에 앞장서 온 어느 목사는 “평양사정이 심상치 않다. 고위간부들조차 식량을 지원해 달라며 성화를 부린다”고 말했다. 실제 북한당국은 “이 시대에 식량을 많이 헌납하는 자가 진짜 애국자다”라고 구호를 걸었다. 강철환氏는 “식량 100t을 국가에 바치면 ‘공화국 영웅’칭호가 수여되고 50t은 김정일 표창장을 주며 30t을 노동당에 입당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한다”고 했다.
북한은 마땅히 수출할 품목이 없다 보니 對중국 광물수출만 급격히 늘렸다. ‘좋은 벗들’은 최근 소식지에서 “2월16일 이후 광물 수출이 활발해지고 있다”며 “현재 약 300척 되는 북한의 화물 선박 가운데 200여 척이 중국과 북한 사이를 분주히 오가며 국내 식량 수입에 일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북한의 각종 광물들을 중국에 실어 나르고, 돌아올 때는 옥수수, 밀가루 등 곡물과 라면, 각종 식품류를 실어 오고 있다.”고 적었다.
남한 내 從北세력과 소위 종교단체가 對北식량지원에 혈안이 된 것도 以上의 평양 내 기류와 맞물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주민을 살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군과 당, 김정일 정권을 살려야 한다는 평양의 절박함이 투영된 것이다.
탈북자 김정금氏는 최근 자유북한방송 기사를 통해 “먹지 못해 죽음을 무릅쓰고 탈북한 사람들이 對北지원을 결사반대하는 이유를 남한과 국제사회에 이해시킨다는 것 자체가 참으로 아이러니한 소재”라며 “대북지원은 지원물자를 軍費(군비)와 부패한 독재유지비로 전락해 김정일 독재를 부추기고 독재에 의한 북한 주민들의 죽음을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氏는 “식량지원이 누구에게 돌아가느냐의 탈북자 대상 조사에 따르면 북한군(73.6%), 나머지는 당 간부·정권기관·특권층에게, 취약계층에는 2%라는 응답 결과가 나왔다”며 “2%의 확률을 얻기 위해 98%를 지원하겠다는 것은 곧 2천만 북한 주민이 굶어죽든 맞아 죽든 김정일 군사독재를 지원하겠다는 뜻이나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그는 “계속해서 쏟아 부으면 ‘군부가 일단 먹어도 나머진 인민들이 먹을 것 아닌가’ ‘군인도 북한 사람이다’며 대북지원을 한다”고 하지만 “북한 주민들은 하나같이 외친다. ‘김정일과 당 간부들의 배만 불리는 對北쌀 지원 바라지 않는다!’ ‘우리에게 자유를 달라!’ ‘개혁 개방만이 살길이다!’”라고 적었다.
탈북자들 지적에 따르면, 2009년 11월 화폐개혁 이후 북한 내 餓死者가 최소 3~4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과반수 以上이 수용시설 수감자들이겠지만 굶주림은 군대로 번지고 평양에 퍼지면서 북한체제가 급격히 불안해지고 있다. 김정일 이후 급변사태가 논의돼 왔지만 사실 북한 급변사태는 이미 시작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정일 정권 붕괴와 노예가 된 2400만 동포의 해방이라는 거대한 엑서더스의 출발인 것이다.
남한의 고결한(?) 인도주의자들과 무지한 대중은 ‘김정일 멸망’을 필사적으로 저지하고 있다. 그러나 자유통일은 자연스러운 역사의 進步(진보)이다. 이 땅의 선각자들이 조금만 더 분발한다면 90년대 중·후반을 잇는 두 번째 급변사태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될 것이다. 60년 분단의 현상타파가 이미 시작되었다
김성욱 /객원논설위원, 리버티헤랄드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