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하루 일과는 오전 630분에 시작한다. 그 시간 출근이 아니라 책상머리에 앉아 일하기 시작한다는 얘기다. 그는 빡세게일한다는 대기업 정식 사원이 아니다. 청와대 행정인턴이다.

     

    그의 이름은 하연정(26)씨다. 청와대 뉴미디어 비서관실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관리하는 PI팀원이다.

     

    지난달 한양대 영상디자인학과를 졸업(04학번)하기 전, 지난 13일 행정인턴 6기로 청와대에 들어왔다.

     

    그는 일요일 포함해서 주 6일 근무한다. 평일 퇴근은 보통 오후 8시쯤이다. 서울 마포구 소재 집에서 전철 두 번과 버스 한 번을 갈아타며 시작하는 그의 하루는 서류나 복사하고 커피나 타고가 아니다.

     

    출근하면 밤새 밀린 일이 기다린다. “전날 퇴근 후부터 출근 전까지의 SNS부터 체크해요. 트위터나 블로그 등의 댓글을 달고 미투데이의 친구를 수락하죠

     

    지금이야 여유가 붙었지만 처음에는 댓글 관리가 제일 어려웠단다. 그는 알아야 답변하는데 모르는 것이 많고, 악플이나 답변 곤란한 질문은 어찌해야 할 지 모르고…”라고 웃는다.

     

    그는 “SNS 소통에서 실수하면 안되니까 부담이 컸어요. 오타도 그렇고 정보를 잘못 전달할까 보아 마음 졸였죠라고 말했다. 그것만 있었나. SNS이니 만큼 빨리 올려야 한다는 것도 만만찮은 부담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같은 인턴들끼리 신속하게, 정확하게 처리하자며 격려할 만큼 관록도 붙었다. 에피소드도 있다. “미투데이를 관리하는 데, 어떤 사람이 1월 중순부터 거의 하루에 한 번씩 악플을 올리는 거예요어찌할까 고민했지만 좋은 말씀 감사하다는 말로 악플러의 글에 첫 회신을 달았다. 

     

    이후 한번도 무시하지 않고 추운 날씨에 건강 조심하시라등 항상 따뜻하게 댓글을 썼다. 때론 웃고 있는 이모티콘도 동원했다. 글이 오를 때마다 빼놓지 않고 댓글을 달았더니 지난달 중순쯤 반응이 왔다. “관리자가 바뀌었냐는 글이 올라온 거예요. 이 분이 호의적으로 바뀌었다면서 동료와 반갑게 웃었어요

     

    그 때가 청와대 인턴하면서 정말 소통의 보람을 느꼈던 순간이란다. 그러면서 그는 당차게 말한다. “악플도 관심의 표현으로 본다고 말이다.

     

    왜 청와대 행정인턴이 됐느냐고 물었더니 재학 때부터 해보고 싶었던 일이라고 답했다. 처음에는 뽑힐까 싶었다고 했다. “외국대학 학위자 등 지원자 스펙이 굉장할 거라고 생각했어요하지만 용기를 냈다. 우선 청와대 블로그와 연을 맺고 트위터의 팔로어가 됐다. 서류전형만 100 1, 면접에서 8 1이 넘는 경쟁을 뚫었다.

     

    그럼 그 어려운 관문을 어떻게 뚫었을까. 그의 생각은 이렇다. “자기소개서를 잘 써야 할 것 같아요. 자신의 전공과 맞는 인턴 모집분야를 골라, 왜 내가 적임인지를 적극 알리는 거죠이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을 그는 열정이라고 말했다. “소개서에 스펙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열정을 담는 겁니다. 제가 뽑힌 이유는 그거 외에 없는 것 같아요

     

    합격 후에 오히려 긴장감이 몸을 감쌌다. “청와대 밖에서 청와대를 생각할 때잖아요. 청와대가

    권위적이고 위엄에만 차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그러기에 각오도 새롭게 다졌다.

     

    그러나 정말 그랬을까. “들어와서 보니 생각과는 너무 달랐어요. 배울 점이 많고 하루하루가 즐거운 거 있죠업무 자체가 뉴미디어 쪽이라 다른 비서관실 보다 자유로운 것도 있단다. 인턴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오히려 창의력 발휘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이런 걸 해보면 어떨까요 하면 적극적으로 해보라고 권유하는 거예요. 일반 기업체에 있는 친구들 얘기 들어보면, 오히려 청와대 사고가 열려 있다는 생각이 든다는 게 그의 말이다.

     

    현재 청와대 SNS는 살아 꿈틀거린다. 트위터와 미투데이, 페이스북 등 SNS 회원수가 지난 2월말 10만명을 넘어섰다. 그는 그들을 나름 3가지 유형으로 나눴다. 첫째는 악플을 다는 사람이다. 무조건, 어떤 경우라도 악플만 단다. 둘째는 청와대 들이다. 선플을 달고 열심히 하라고 응원해준다. 셋째는 어쩌다가, 우연히 들른 사람들이다. 이들은 대체로 정책에 대해 건의를 많이 한다.

     

    청와대를 비판하는 글들을 보면 어떤 사안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실내 온도를 낮춰 에너지를 절약하자고 하면 청와대만 따뜻하게 하고 지내는 줄 아는 거 같아요. 실제로 청와대는 다른 정부 부처보다 1도 가량 더 낮추거든요. 출근 복장 형태로 근무해요그러기에 정확한 정보를 빠르게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그는 최근 한 건올렸다. “10~30대 네티즌들에게 감성적으로 접근하는 컨텐츠를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SNS에 딱딱한 정책 얘기가 아니라 청와대 사람들의 소소한 삶 이야기를, 개인이 블로깅 하듯이 쓰고 싶다는 것이다. 가칭 청와대 사람들이다. 담당 비서관이 인턴 끝나기 전에 꼭 하라고 적극 격려해줘 벌써 기획을 마쳤다.

     

    6월이면 그의 청와대 인턴생활도 1차 마무리된다. 본인이 원하면 6개월 연장은 가능하다. 처음 시작할 때는 인턴 6개월을 밑거름 삼아 하반기 취업시장 문을 두드리려는 생각도 있었다.

     

    당장은 1차로 끝낼지를 생각지 않기로 했어요. 나중 IT 쪽에서 일하고 싶은데 지금 청와대에서 IT 분야 최고 전문가들에게서 배우고 있거든요. 이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매일 즐거워서요

     

    청와대에 들어와 하루를 길게 쓰는 법을 배웠다는 그는 앞으로 어느 직장에 가더라도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는 말과 함께 인터뷰 자리를 일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