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케나의 렌즈에 잡혀 사라질 위기 벗어나공근혜갤러리서 3월20일까지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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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니멀한 풍경사진으로 잘 알려진 영국의 사진작가 마이클 케나(58)의 한국과의 인연은 특별하다.

    2007년 프로젝트를 위해 한국을 찾은 그는 강원도 삼척의 해안가를 지나다 우연히 멋진 풍경을 발견했다. 긴 모래톱 위에 일부러 심어놓은 듯한 소나무 숲을 발견, 카메라에 담았다.

    그가 찍은 한 장의 흑백 사진은 삼척 월천리의 작은 섬 솔섬의 존재를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는 계기가 돼 사진작가들의 유명 출사지가 되었다.

    이 사진 한 장 때문에 솔섬은 천연액화가스(LNG) 생산기지 건설로 인해 사라질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오는 12일부터 삼청동 공근혜갤러리에서 열리는 개인전을 위해 방한한 케나는 "의도하고 찍은 건 아니었지만 사라질 뻔한 솔섬이 그대로 보존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수묵화를 직접 배우진 않았지만 박물관에서 자주 접했다”는 그의 작품은 흑백의 대조를 미묘하게 살려내며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듯 신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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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사진에서 인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게 나무가 됐건, 눈이 덮인 풍경이 됐건 항상 사람이 남긴 흔적이 있는 배경을 찾아다닙니다. 공연이 끝난 후의 빈 무대라고 할까요. 공연이 끝난 직후의 무대는 비어 있지만 그곳에는 아직 흥분의 흔적이 남아있죠.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죠. 제 사진을 보고 관객이 그런 느낌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그게 기쁨이 됐든, 절망이 됐든 느끼게 하는 게 목적입니다."

    '철학자의 나무'로 명명된 이번 전시의 주제는 나무다. 1980년대 초기 작품부터 최근작까지 30여 년간 찍어온 풍경 사진 중 나무와 관련된 사진 50여점을 모아 꾸민 전시로, 솔섬 사진도 볼 수 있다.

    그는 도록에 이렇게 썼다. "35년 이상 나는 여러 다른 나라에서 나무를 촬영할 수 있는 영예와 특권을 가져왔다. 나무가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거대한 감사에 대한 작은 징표로 나의 사진으로 그들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음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우리에게 너무 많은 것을 주고도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나무에 우리는 모두 빚을 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