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조례 시행 이후 교사들 자괴감 호소“차라리 떠나겠다.”, “더 이상 가르치고 싶지 않다.”
  • “30년 직장을 왜 떠나느냐고요? 40살 어린 제자한테 개xx라는 말 들어보세요.”

    경기도 수원 S고등학교 한 학년부장 박 모(54)교사는 최근 2월 명예퇴직 신청서를 교육청에 제출했다. 정년이 4년이나 남았지만, ‘더 이상 교단에 있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 ▲ 고등학생이 여자 교사에게 성희롱적 발언으로 논란이 된 동영상 캡쳐 화면ⓒ자료사진
    ▲ 고등학생이 여자 교사에게 성희롱적 발언으로 논란이 된 동영상 캡쳐 화면ⓒ자료사진

    “세대가 그리고 시대가 바뀌다 보니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제자가 선생에게 삿대질에 욕설까지 하는 교육현장, 더욱이 그런 상황에서도 몽둥이도 들 수 없는 현실은 그동안 저를 교단에 서게 했던 자부심을 무너뜨렸습니다.”

    최근 S 고등학교는 학생지도 과정에서 벌어진 몇 차례 불미스러운 일로 교사 전체가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다. 지난해 10월 한 학생이 체벌을 받던 도중 교사를 밀치고 욕설을 퍼붓고 가출한 사건이 단초가 됐다. 엄격한 교칙으로 유명한 S고등학교였지만, 당시 경기도교육청이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한창 열을 올리던 시기라 학교 측은 해당 학생을 ‘단기 정학’으로만 처분하고 특별히 문제 삼지 않은 채 사건을 조용히 처리했다.

    이 일을 시작으로 잦은 지각, 조퇴, 무단결석 등 학생 통제는 점차 어려워졌고 이를 제지하는 교사-학생 간에 갈등이 시작됐다. 그러나 예전 같은 ‘무거운(?)’ 체벌이 내려지지 않자 학생들의 반항의 정도는 날이 갈수록 높아졌고 급기야는 가장 무서운 호랑이 선생님으로 통하던 박 교사도 훈계를 받던 학생에게 욕설을 듣는 충격을 겪었다.

    박 교사는 “내가 들은 말은 ‘니가 뭔데 날 때려 xx’라는 욕이었다. 다른 여자 교사들은 개xx, xxx 등 입에 담기도 싫은 욕설도 들었다고 한다”며 “학생인권조례 시행 단 6개월 만에 이렇게 변했는데 남은 정년 4년 동안 무슨 수모를 당할지 걱정이 돼 ‘명퇴’ 결심을 했다”고 했다.

    ◇ 교권 추락 이후 명예퇴직 신청자 급증

    교사들이 교단을 떠나고 있다. 교권이 흔들리고 있는 최근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라는 게 일선 교사들의 하소연이다.

    전국 최초로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한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2월 명예퇴직 희망자가 초등 226명, 중등 173명 등 모두 399명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시기 306명보다 30%(93명), 2009년 2월 233명보다 71%(166명)나 증가한 수치다. 초등과 중등 등 학교 급별로 가릴 것 없이 모두 증가 추세다.

    초등의 경우 명예퇴직 교원은 2009년 2월 130명에서 지난해 2월 182명, 올 2월 226명으로 늘었다. 중등도 같은 기간 103명에서 124명과 173명으로 증가했다.

    8월 명퇴자도 2009년 101명(초등 41명, 중등 60명)에서 지난해 187명(초등 95명, 중등 92명)으로 늘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학생인권이 강조되면서 상대적으로 교권이 추락하고, 더불어 학생생활지도에 대한 고충을 호소하는 현상이 많아진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며 “특히 50대 중후반 이후 교사들의 고민이 많아 보이며 여기에 적응하지 못해 교단을 떠나는 교원들이 늘고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