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이 마음대로 학칙까지 넘보지 말라”이 장관, 간접체벌은 허용키로…반발 예상돼
  • ▲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17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학교문화 선진화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17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학교문화 선진화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진보성향의 교육감과 전면전을 선포했다.

    학생인권조례와 체벌금지 논란과 관련, 교과부가 간접체벌은 허용하는 방안과 함께 일선 학교가 체벌수준을 정하면서 교육청에 따로 허락받지 않아도 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곽노현 서울교육감, 김상곤 경기교육감 등 “벌을 세우는 것도 체벌이며 인권침해”라며 이를 전면 금지한 진보 교육감들과의 마찰이 예상된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17일 체벌금지와 대안, 학생자치활동 활성화, 학부모 상담제 도입 등의 내용을 담은 학교문화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교과부는 체벌금지 법제화를 위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하고 3월까지 개정 작업을 마쳐 올해 새 학기부터 적용하도록 했다.

    이주호 장관은 "일부 교육청의 학생인권조례 제정과 체벌금지 조치 이후 현장의 혼란을 극복하고자 교과부가 균형된 시각에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이 같은 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발표 내용을 살펴보면 간접 체벌 허용의 핵심 화두다. 신체·도구를 이용한 직접적 체벌은 금지하되 교사가 즉각 시행할 수 있는 교육적 훈육인 간접체벌은 허용된다. 간접체벌의 구체적 내용은 학생 의견을 수렴해 학칙으로 정하도록 했다.

    지침을 내리는 교과부의 어조도 단호했다. 교과부는 시행령 개정과 함께 각 시·도 교육청의 관련 조례 및 체벌금지 지침은 전면 재검토 또는 수정돼야 한다고 엄포를 놨다.

    서울과 경기 등 학생인권조례를 선포했거나 제정 움직임을 보이는 진보 교육감을 직격으로 겨냥한 셈이다.

    특히 학칙을 제정하면서 그동안 교육청이 인가를 내려야 하는 제도를 전면 수정해 학교장 자율권에 맡기도록 했다.

    학교장이 두발과 복장의 제한이나 간접체벌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교육청 눈치를 보지 않고 정할 수 있다는 말이다. 간접 체벌에는 교실 뒤 서 있기, 운동장 걷기, 팔굽혀펴기 등 훈육·훈계 수준의 ‘교육적 벌’이 포함된다.

    이를 위해 교과부는 이와 함께 학칙 제정에 대한 교육청의 인가권을 폐지하도록 초중등교육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 ▲ 곽노현 교육감이 서울지역 모든 학교에 체벌을 금지하는 방안을 발표하는 모습ⓒ연합뉴스
    ▲ 곽노현 교육감이 서울지역 모든 학교에 체벌을 금지하는 방안을 발표하는 모습ⓒ연합뉴스

    교과부 발표 직후 진보 교육감들은 즉각 반발하고 있다. 경기교육청 조병래 대변인은 “일선 학교를 관할하는 교육감의 권한을 모두 빼앗은 것”이라며 “겨우 체벌금지가 정착되는 상황에서 또다시 혼란만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도 “팔굽혀펴기라도 10번 시키는 것과 100번 하도록 하는 것은 다르지 않으냐”며 간접 체벌도 하기에 따라 직접 체벌 못지않게 신체적 고통을 줄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하지만 서울과 경기교육청도 “상위법 위반 여부에 대해 법적 검토를 해보겠다”며 일단은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교과부가 제시한 이 방안이 쉽게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무상급식과 함께 여권에서 집중 지원을 시작한다면 총선을 앞두고 또하나의 쟁점으로 급부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만약 이 방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지연된다면 학생인권조례와 충돌하는 내용의 학칙은 현행법에 따라 교육감이 인가를 해주지 않을 수 있어 이래저래 학교 현장의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