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부자감세'공격, 욕먹기 싫어서 당 소속 의원간 혼선
  • 한나라당이 소득세와 법인세 최고소득구간에 대한 감세계획 철회 번복 논란으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전날 한나라당은 자당 소속 정두언 최고위원의 제안을 받아들여 소득세와 법인세의 최고 세율 인하 철회를 긍정 검토한다고 했다가 반나절만에 뒤집는 등 혼선을 빚은 바 있다. 이런 탓에 최근 당 정체성을 '개혁적 중도보수'로 설정한 여당이 '친서민'을 내세워 좌파 포퓰리즘에 빠지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부자감세' 철회번복한 與 '급수습모드'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소득세.법인세 감세를 '정면 반박'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파문을 빚었던 여권은 28일 긴급 진화에 나서며 소속 의원들간 자중지란을 보였다.

    안상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는 정두언 최고위원의 감세철회제안에 대해 검토후 타당성이 있으면 최고위원회의에서 논의해보겠다는 취지였다"며 "단순한 검토지시가 마치 수용하는 것처럼 비쳐 개탄스럽다"고 해명에 나섰다.

    고흥길 정책위의장도 "소득세, 법인세 문제로 인한 혼란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고 당에서는 아무 혼란이 없었다"면서 "최고위원이나 간부의 공식 회의 석상의 발언을 최고위에서 검토하는 것은 순서"라고 일축했다.

    이 과정에서 '감세정책 철회'를 줄기차게 외쳐온 정두언 최고위원은 "한나라당이 개혁적 중도보수를 표방할 때 속도 중도개혁이어야지, 겉만 그래서는 안되고 총론 뿐 아니라 각론도 중도개혁으로 가야한다"고 재반박하고 나섰다. 전날에 이어 부자감세 정당으로서의 오명을 벗어야 한다는 자신의 주장을 꺾지 않겠다는 대목으로 읽히는 부분이다.

  • ▲ 한나라당 정두언최고위원이 28일 오전 국회 당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감세 정책과 관련, 발언하고 있다
    ▲ 한나라당 정두언최고위원이 28일 오전 국회 당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감세 정책과 관련, 발언하고 있다


    ◆ '친서민' 핑계로 '포퓰리즘 덫'걸린 한나라당

    여권의 이같은 행보는 2012년 총선과 대선을 겨냥한 의도라는 분석이다. 특히 민주당이 '보편적 복지'를 내걸고 나서면서 무상교육 확대, 공공의료 강화를 통한 실질적 무상 의료 등을 내세운 데 대한 대응이라는 점에서 여야가 '과잉 복지 경쟁'에 돌입한 모양새를 보인 것이다.

    여권의 예상대로 '부자감세'는 야당이 정부여당을 공격하는 핵심 공격 포인트라는 점에서 민감한 문제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도 전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정부의 '부자감세'를 맹비난한 바 있다. 그러나 여권이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야당과 같이 포퓰리즘으로 빠지거나, '욕 먹을 일은 안 하려고' 몸 사리기 대응으로 일관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집권 중반기를 넘어선 시점에서 벌써부터 2012년 대선을 염두에 두고 인기영합주의와 타협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타가 나온다. 실제로 정 의원은 "차기총선.대선에서 야당공격의 빌미를 차단하려면 감세철회가 중요하다"며 "2013년으로 미뤄진 감세를 지금 그대로 고수하는 것은 우스꽝스럽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와 관련해서 당 소속 경제통들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기획재정위 소속 조세소위 의원들도 "감세철회는 한 두 사람이 주장한다고 해서 결론날 사안이 아니다"(강길부 조세소위 위원장)고 비판했고, 나성린, 유일호 의원도 감세철회에 대해 명백한 반대입장을 밝힌 상태다. 그러나 일각에선 '기업 투자를 늘리겠다는 MB노믹스의 근간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 재계 "친서민 원한다면 기업할 분위기 만들어달라" 아우성

  • ▲ 한나라당 정두언최고위원이 28일 오전 국회 당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감세 정책과 관련, 발언하고 있다

    감세철회 논란에 재계 불만도 가득하다. 여당의 '포퓰리즘'정책 선회 탓에 기업 사기는 떨어졌다는 게 요지다.

    재계 한 관계자는 "당초 감세를 하려다 2년 유예가 된 법안을 다시 철회한다는 것은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고 꼬집은 뒤 "선진국은 이미 감세를 통해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역행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우리국민 61%는 '정부가 감세정책을 유지하거나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경련은 ▦35.8%는 감세정책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고 ▦현수준 유지가 25.5% ▦감세정책 보류가 14.1% ▦증세정책 전환이 9.8%로 나타나, 전반적으로 감세정책을 확대하거나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밝혔다.(25일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46%p)

    A그룹 대기업 출신으로 명예퇴직 한 인사는 "정작 친서민을 위한다면 경제성장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서민에게 분배되는 양상으로 가야하는데 이 정부는 점점 일하기 힘든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다"며 "애초 이명박 정부의 '비지니스 프렌들리'는 사라져버린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강만수 대통령 경제특보는 언론 인터뷰에서 "대통령 중심제에서 대통령의 공약은 국민과의 약속이며 이는 특정 정치인에 의해 쉽게 바뀔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면서 "어제 한나라당 측에 전화를 걸었는 데 그쪽에서는 정치적인 이유로 이같은 주장을 한 것 같다"며 감세 철회 논란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