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괜찮아...더 어려운 이 도와달라"MB “이분들 목소리 절대 잊지 않을 것”
  • 이명박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0년 장ㆍ차관워크숍에 참석해 ‘공정한 사회’를 위한 사회지도층의 솔선수범을 거듭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지난 2일 구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둘러보며 만난 시장상인들과의 이야기를 직접 소개하면서 진정한 현장중심의 자세를 장ㆍ차관들에게 당부했다. 대통령의 시장 상인과의 만남을 듣던 참석자들 일부는 절절한 사연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다음은 대통령의 모두발언 가운데 구리 시장 방문 소회를 옮긴 것이다.

    그저께 시장을 갔었습니다. 추석 대목을 앞두고 야채와 과일 값이 많이 올랐다고 해서 구리 농수산물도매 시장을 갔었습니다. 현장에서 회의를 끝낸 뒤, 도매상 하고 남은 물건을 소매상에 넘겨서 장사하는 분들 가운데 43년 간 노점을 하다가 허름한 가설 가게를 처음으로 얻었다는 분이 있어서 갔었습니다.
    정말 손발이 부르튼 그 아주머니는 길에서 장사를 하다 조그만 가게를 하나 얻고 장사하면서 일수를 얻어 이를 다 갚으면서 살았다고 했습니다. 대통령 만나서 소원 이뤄졌다고 눈물 흘리면서 반겼습니다.

    그 분은 “가게를 하나 얻었으니까 나는 이제 괜찮습니다. 정말 나와 같이 장사하다가 힘들고 남편이 죽고, 더 힘들어 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 분을 위로해 달라”고 했습니다. 자기를
    위로해 달라는 게 아니고 그 분이 내 손을 잡고 (다른 분 가게로) 가는 겁니다. 끌려가듯 갔는데 그 분이 만나자마자 눈물을 흘리고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내가 뭘 도와주면 되겠느냐고, 나는 사실 혹시 필요하다면 일수 쓰는 것 대신 미소금융을 소개하려고 그 분에게 뭘 도와주면 되겠느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런데 그 분은 먼저 소개한 아주머니보다 나이가 젊은데 “저는 어떻게 하든 내 힘으로 살아가겠다”고 하는 겁니다. “그저 경제가 잘돼서 우리 같은 사람 장사가 잘되게 해주시면 좋겠다”면서 “나보다 더 힘들게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라고 했습니다. “나보다 힘들어 하는 분이 많습니다. 경제가 잘돼서 장사가 되게끔 해주면 좋겠습니다”라고 했습니다.

  • ▲ 지난 2일 구리시장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상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청와대 제공
    ▲ 지난 2일 구리시장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상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청와대 제공

    앞서 아주머니는 자기보다 힘든 사람이 있다고 하고, 또 소개 받은 사람은 자기보다 힘든 사람이 있다면서 나는 어떻게든 헤쳐나가겠다고 하는 겁니다.

    저는 두 분을 만나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노점상 하다가, 리어카 장사를 하다가 구멍가게를 하는 그 분들이 “나는 헤쳐 나갈 테니 나보다 더 못한 사람 (도와) 해 달라고….”
    이거야 말로 우리 모두가 본받아야 할 사안입니다. 바닥에 있는 사람이 자기보다 더 바닥에 있는 사람을 위로해 달라고 하면서 자기는 헤쳐나간다고 합니다.

    지도층에 있는 사람, 가진 사람, 힘 있는 사람들이 그 분들의 목소리를 들으면 느끼는 바가 클 것입니다.

    저는 98년 12월말에 가락시장 할머니를 잊지 않고 있습니다. 아마도 내가 두 분을 만난 것을…. 임기 마칠 때까지 이 분들의 목소리를 잊지 않을 것입니다. 그 분들이 “이제 살만합니다. 장사가 좀 됩니다”라는 목소리가 나올 때까지 국정의 목표를 그 쪽에 둬야 합니다.
    여러분도 같은 생각을 갖기 바랍니다.

    그래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현장을 다니면서 형식적으로 왔다 갔다 해서는 안됩니다. 그 분들 입장에서, 그분들 심정에서 만날 때 진정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장ㆍ차관께서 그런 심정으로 다녔으면 좋겠습니다. 장ㆍ차관이 책임을 지고 해나가고, 청와대는 여러분이 일하는데 최대한 뒷받침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후반기 국정을 해 나가는데 있어 현장을 중시하는 국정 수행이 됐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