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칸에서 만난 정빈영 영상디자인 팀장의 표정은 생각보다 차분했다. 제 57회 칸 국제광고제에서 PR부문 ‘은상’을 수상한 사람치곤 너무 담담했다.

    이는 칸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기 때문. 정 팀장은 “PR부문 수상작 발표와 시상식이 월요일 밤에 치러졌는데 그 때 막 칸에 도착해 호텔에서 정신없이 짐을 풀고 있었다. 사실 상을 탈꺼란 생각은 꿈에도 못했다”라며 얼떨떨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정 팀장이 네이버의 ‘한글 한글 아름답게’ 캠페인이 은상을 수상 사실을 알아차린 것은 이튿날 아침이 되어서다. “처음엔 당연히 안된 줄 알고 있다가 별 생각 없이 수상작 명단을 살펴봤다. 근데 우리 이름이 있어서 깜짝 놀랐다. 아! 이런 게 대박이구나 싶었다.”

    “누구 한명의 생각 아닌 우리의 작품”

  • ▲ NHN 영상디자인 팀장 정빈영 ⓒ 뉴데일리
    ▲ NHN 영상디자인 팀장 정빈영 ⓒ 뉴데일리

    칸이 인정한 NHN 네이버의 ‘한글 한글 아름답게’ 캠페인은 2008년 한글날을 기점으로 시작됐다. 네이버는 5억원을 들여 나눔글꼴(나눔고딕체, 나눔명조체)을 개발 무료로 공급한데 이어 손글씨콘테스트를 개최해 우승작품을 네이버 글꼴로 사용하기도 했다.

    정빈영 팀장은 "이 캠페인 아이디어의 시작은 NHN CMD본부의 조수용 본부장"이었다며
    "이후의 제작, 진행과정은 누구 한 명의 아이디어가 아닌 모두의 생각이 결집된 것" 이라고 밝혔다.

    이어 “실제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우리말 글꼴이 몇 개 안된다는 현실에 착안해 외부 업체에 의뢰, 글꼴을 디자인하게 됐다”고 전했다.

    네이버의 한글 캠페인은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총 240만1231명이 이 서체를 다운받아 상점의 간판이나 모바일 사용자 환경(UI), TV 광고, 책 표지 등에 사용했고 개인 사용자들은 인터넷 브라우저의 글씨체로도 이용하기도 했다.

    광고주=에이전시, 소통문 ‘활짝’

    이 캠페인은 우리나라에서 드물게 광고주와 에이전시가 일치했다. 즉, 네이버를 위한 광고를 네이버가 만든 셈이다. 보통은 대형 에이전시에 의뢰를 하는 경우가 많으나 네이버는  사내에 크리에이티브한 마케팅에 대해 고민하는 CMD(Creative Marketing & Design) 부서를 운영하고 있다.

    CMD의 팀장급 직원들은 끊임없이 아이디어에 대해 고민하고 의견을 나눈다. 정 팀장은 CMD에서 마케팅과 관련된 프로모션 영상 제작, 브랜딩, 캠페인 영상 업무 등을 맡고 있다. 이들의 고민이 칸 국제광고제의 은상을 빚어낸 셈이다.

  • ▲ (오른쪽)'한글 한글 아름답게'가 칸 국제광고제 PR부문 은상에 올라 전시되고 있다. ⓒ 뉴데일리
    ▲ (오른쪽)'한글 한글 아름답게'가 칸 국제광고제 PR부문 은상에 올라 전시되고 있다. ⓒ 뉴데일리

    정빈영 팀장은 “이번 칸 국제광고제는 회사 차원에서도 첫 출품작이었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고 있지 않았다”면서 “총 14의 작품을 출품해 은상을 차지한 것은 정말 큰 영광이 아닐 수 없다”고 겸손해 했다.

    네이버는 이번 칸 국제광고제에 '한글 한글 아름답게', '해피에너지', '지식인의 서재', '어둠속의 대화' 등 총 네편의 작품을 사이버, 미디어, 프로모, 티타늄, 디자인, PR 등 6부문에 중복 출품했다.

    미디어 부문의 한글 폰트 디자인이 본선에 올랐으나 수상에는 안타깝게 실패했다.

    정 팀장은 “인터넷 공간에서 매일 마주하는 한글이 아름답게 사용되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에서 시작된 것이 바로 이 캠페인”이라고 말한다.

    한글날에만 반짝 한글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단발성 광고와는 달리 네이버의 한글 캠페인은 지금도 인터넷 공간을 비롯해 거리의 간판, 휴대전화 자판 등 수백만 명의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다. ‘아름답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