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칸은 세상을 한 번 뒤집는 광고를 보여주는 곳이다.”

    제 57회 칸 국제광고제(Cannes Lions 2010) 사이버 부문의 심사위원을 맡은 제일기획의 이정락 프로(제작본부장, 상무)는 이같이 밝히고 “테크놀로지의 변화가 빠른 속도로 미디어 환경을 바꿔 광고가 이를 따라가기 힘든 상황”이라고 현재 광고계를 진단했다. 

    차가운 테크놀로지와 따뜻함 그린 작품들 ‘그랑프리’

    이 프로가 심사를 맡은 사이버 부문 그랑프리 두 작품은 모두 ‘따뜻함’을 그렸다.
    먼저, 나이키의 ‘Chalkbot’과 관련해 이 프로는 “나이키는 이번 캠페인을 위해 도로 줄긋는 기계를 개조, 글씨를 새기는 기계를 만들어냈다”면서 “암에 걸린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트위터, 페이스북 등으로 받아 도로에 새겨냈다”고 말했다.

    실제 나이키의 이번 광고 캠페인은 사이버 부문뿐만 아니라 티타늄 부문에서도 그랑프리에 올라 올해 칸 광고제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작품 중에 하나다.

    이 프로는 “이 광고는 테크놀로지를 활용, 실시간으로 브랜드와 유기적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또 사이버 부문에서 나이키와 공동으로 영예의 그랑프리에 오른 ‘폭스바겐’사의 ‘the Fun theory’에 대해서도 놀라움을 표했다.

    사이버 부문 그랑프리에 오른 폭스바겐의 'The fun theory. '
     

    이 캠페인은 ‘Fun can obviously change behaviour for the better(즐거움은 더 나은 행동으로 변화시킨다)’고 말한다. 어떻게 하면 지하철 출구에 나란히 마련된 에스컬레이터와 계단 중 더 많은 사람들이 계단을 이용하도록 할 수 있을까. 만약, 계단에 재미있는 변화가 생긴다면? 폭스바겐은 계단을 피아노 건반으로 변형시켰다.

    한 계단씩 움직일 때마다 그 음계에 맞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주위에 설치된 몰래카메라는 66%가 넘는 사람들이 에스컬레이터 대신 계단을 선택한 것을 보여줬다.

    이 프로는 이 캠페인에 대해 “사이버 부문은 테크놀로지와 결합, 차가운 영역으로 여겨지는데 이를 뒤집고 웃음과 테크놀로지가 어우러진 따뜻한 광고가 폭스바겐의 이번 캠페인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재미가 사람들의 행동에 어떤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지 보여줬다”며 “지속적으로 이 같은 캠페인을 실시할 수 있는 환경이 부럽기도 하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상 못타는 것 너무나 당연해”

    이정락 프로는 우리나라가 세계 광고제에서 다소 부진한 데 대해서도 견해를 드러냈다. 그는 “우리나라가 상을 못타는 게 당연하다”면서 “이번 사이버 부문만 봐도 전체 출품작수는 2400여편 정도 되는데 우리나라의 출품작 수는 18편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 ▲ 제 57회 칸 국제광고제 사이버 부문 심사위원을 맡은 이정락 제일기획 프로/제작본부장(상무) ⓒ 뉴데일리
    ▲ 제 57회 칸 국제광고제 사이버 부문 심사위원을 맡은 이정락 제일기획 프로/제작본부장(상무) ⓒ 뉴데일리

    또 우리나라는 전통 4대 광고에 얽매여 광고 혁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빨리빨리로 대변되는 성급한 문화는 ‘크리에이티브’를 위한 시간과 투자를 하고 있지 않다”면서 “특히, 광고주의 사이버 캠페인 투자를 이끌기 위해 얼마나 영향력이 있는지 설득해야 하는데 인터넷 공간의 효과를 데이터화 하는 일은 어렵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 프로는 “오바마의 'challenge(도전)' 캠페인이나, 코펜하겐 기후협약 등 캠페인의 범주는 점점 넓어지고 있으나 당장 돈이 되느냐 안되느냐에 따라 투자가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칸 광고제 국내에서만 ‘외면’ 받아

    이정락 프로는 칸 국제광고제의 가치가 국내에서 저평가돼 있다고 평가했다. 이 프로는 “칸 광고제는 클리오 광고제, 뉴욕 페스티벌 어워드 등과 3대 광고제가 아니라 5배, 아니 10배의 독보적인 광고제”라면서 “이에 대해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특히 칸 광고제에서 상을 받아도 대우받지 못하는 곳이 우리나라다. 외국의 경우, 회사와 계약 시 꼭 칸 광고제에 출품 및 참관한다는 약속을 받는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 ▲ 이정락 제일기획 프로는
    ▲ 이정락 제일기획 프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칸을 경험하고 느껴야 칸의 진가가 제대로 국내에서도 평가될 것"이라고 밝혔다. ⓒ 뉴데일리

    이에 이 프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칸을 경험하고 느껴야 그 진가가 제대로 평가될 것”이라며 “칸에서 본 작품이 국내에 비슷하게 출판되는 것도 몇 차례 봤다”고 전했다.

    이 프로는 그러나 우리나라의 광고계도 향후 3~4년 뒤에는 달라진 모습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최근 들어 광고인들 뿐만 아니라 광고주들도 칸을 많이 찾고 있다”면서 “빼어난 광고로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투자하지 않을 광고주는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프로는 “광고도 투자다. 시간과 돈을 들인 만큼 상을 받게 돼 있다”면서 “다른나라의 수상을 부러워할 것이 아니라 먼저, 공을 들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