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4년만에 월드컵 본선에 나섰다가 포르투갈에 7골 차로 참패, 16강에 오르지 못한 북한 대표팀이 귀국 후 어떤 처벌이 내려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이 23일(현지시간) 전했다.

  • ▲ 포르투갈에 월드컵 최다 스코어 차이로 완패한 북한 ⓒ 연합뉴스
    ▲ 포르투갈에 월드컵 최다 스코어 차이로 완패한 북한 ⓒ 연합뉴스

    방송은 “북한 팀이 25일 치러질 코트디부아르전을 준비하고 있지만 감독 이하 선수들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며 “44년 전에 당한 참패를 설욕하기 위해 포르투갈 전에 사력을 다해 뛰었지만 오히려 7골씩이나 내주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포르투갈 경기는 북한 주민들도 현지실황중계로 다 보았기 때문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는 것. 조선중앙텔레비전은 21일 북한 대 포르투갈 경기를 0:7 참패에도 불구하고 전 경기를 모두 생중계했다.

    특히 이번 경기 실황중계는 김정일의 지시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더 큰 화제가 되고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북한은 포르투갈 전을 실황 중계해 화폐개혁 혼란과 천안함 사건 등으로 경제적, 외교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내부 민심의 침체된 분위기를 반전시켜보려고 했지만 오히려 역효과만 낳았다는 분석이다.
    방송은 “이 탓에 김정일의 기대와 신임에 부응하지 못한 북한 축구팀에 어떤 형태로든 처벌이 내려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이런 우려는 지난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 참가했던 북한 축구팀이 8강까지 올라가고도 귀국 후에 해산되고 선수 전원이 탄광, 광산 등지로 ‘혁명화’되었던 전례에 비춰볼 때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 당시 북한의 박두익, 박승진 등 축구선수들은 낯선 자본주의 땅에서 당시 우승후보였던 이탈리아를 꺾는 등 ‘천리마 축구단’의 기개를 과시했다. 그러나 결국 포르투갈 전에서 패배했다는 이유로 북한에 돌아와서는 탄광, 광산으로 ‘혁명화’되어 가는 파란 많은 인생역전을 겪었다.
    조선중앙방송위원회 기자출신 장해성씨는 방송에 “아예 모두 혁명화 갔다. 박승진, 그리고 문지기 하던 대학 동창생 모두 혁명화 갔는데 생기령 탄광에도 쫓겨 갔다”고 증언했다.
    또 당시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포르투갈 경기 패배 원인에 대해 “선수들이 간밤에 여색(女色) 작전에 녹았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는 것.
    이러한 처벌은 북한 축구의 맥을 끊어놓은 결과를 가져왔고 이 일이 있은 후로 북한은 44년 동안 월드컵에 한 번도 출전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 북한 축구팀에 대한 처벌은 있더라도 44년 전과는 사뭇 다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04년 한국에 나온 북한 축구선수 출신 한 탈북자는 “북한이 44년 전에 축구단을 해체하면서 축구가 망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번에도 심하게 처벌할 가능성은 적다”면서도 “시대가 변했기 때문에 사상비판 정도로 그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예견했다.

    한편 북한 축구 대표팀 김정훈 감독은 경기 시작 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성적이 부진하면 선수들이 어떤 처벌을 받느냐는 질문에 “결과가 잘못되더라도 다른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