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빈센조 나탈리 감독 ⓒ 뉴데일리
    ▲ 빈센조 나탈리 감독 ⓒ 뉴데일리

    '큐브'의 빈센조 나탈리 감독이 신 생명체를 들고 한국을 찾았다.

    지난 21일, CGV 왕십리에서는 영화 '스플라이스'의 기자 간담회가 진행됐다. 아시아 최초로 국내에서 개봉되는 것을 기념하기 위해 7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은 빈센조 나탈리 감독이 이 자리에 참여해 국내 언론과의 만남을 가졌다. 먼저 “'스플라이스'는 새 생명체의 창조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만들고 나서의 행동에 대해 묻는 영화”라고 정의한 그는 황우석 박사를 언급하는 질문에서도 역시 만든 행위보다 생명체의 주인으로서 행위에 대해 책임의식을 되짚었다.

    또한,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묻는 질문에 한국 사회는 물론, 급속도로 성장하는 한국 영화 산업에 대한 놀라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특히 한국 영화 산업에 대한 부분에서는 장르와 크리쳐의 등장, 독특한 상상력을 빗대며 "'스플라이스'를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나, 박찬욱 감독의 '박쥐'와 동일선상에 있는 작품으로 봐달라"고 전했다. 이어 진행된 포토타임에는 특유의 익살스러운 표정과 행동을 선보여 많은 취재진에게 즐거움을 안겼다.

    같은 날 저녁 7시, 광화문 미로스페이스에서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에서도 영화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행사에는 특별히 빈센조 감독과 함께 서로를 팬이라고 밝힌 '지구를 지켜라'의 장준환 감독이 자리했다. 한 자리에서 만난 두 SF 귀재 감독은 “나라가 다르지만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 수 있어서 기쁘다”고 밝혔다.
     
    시사 후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에서는 질문들이 쉴 새 없이 쏟아졌다. 10년이라는 제작기간에 대해 “나의 상상을 관객과 함께 보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힌 빈센조 감독은 관객들과 독특한 크리쳐나 상황 설정에 대한 신화와 고전 영화, 과학과 윤리 등에 대한 심도 있는 질문과 대답을 나눴다. 함께 자리한 장준환 감독은 “'스플라이스'와 유사한 부분이 있는 영화를 구상하고 있었다”며 “감독님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서로 같은 유전자가 아닐까 생각된다”는 말로 동질감을 표하기도 했다.

    한편, '스플라이스'는 내달 1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하, '언론시사회'에서 진행 된 빈센조 나탈리 감독과의 일문일답.


    Q. <스피시즈><플라이>와 유사한 것 같다. 영감을 받은 작품은?
    A. 오히려 그 작품들보다 영화 '프랑켄 슈타인'이나 크로넨 버그 감독의 영화에서 영감을 받았다. 하지만 이 영화를 기획하게 된 것은 실제 있었던 실험을 보면서다. 쥐의 등에 인간의 귀가 만들어지는 실험을 보면서 영화를 구상하게 됐다. 놀라운 것은 영화 시나리오 작업을 하면서 긴 시간 동안 실제 세상에 있었던 기술적 발전이 더 빠르게 진행됐다는 것이다. 영화가 오히려 실제를 따라잡기가 힘들었다. 이상하게 드릴 수도 있지만 개인적인 경험에서도 영감을 많이 받았다.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이고, 괴물영화지만 창조자와 피조물의 삼각관계를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처럼 새로운 변종 생물이 만들어지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을 한다. 영국에서는 동물과 인간의 배합이 합법화가 된 적이 있고 미국에서는 한 달 전에 인공생물을 만든 케이스가 있다. 이 영화는 새 생명을 만드는 것보다 새 생명을 만들고 나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말한다. 그런 면에서는 가족영화라고 볼 수도 있다.

    Q. 황우석 박사에 대해 알고 있는지?
    A. 사실 생명체를 만드는 것이 부모의 입장이라고 생각을 한다. 황박사는 스누피의 부모의 입장이다. 인공생물을 만드느냐 안 만드느냐가 아니라 그 후의 문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제작하기 까지 10년이나 걸린 이유는?
    A. 앞서 언급한 성적 코드를 할리우드의 스튜디오에서는 다루기 꺼려했다. 하지만 오히려 가장 오래된 영화사인 프랑스 고몽사가 이 부분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영화 기획에 참여했다. ‘스플라이스’를 대중이 받아들일 수 있는 콘셉트가 되기까지의 시간과 더불어 영화 속의 기술적인 부분의 표현을 위해 걸린 시간도 오랜 제작 기간에 영향을 미쳤다.

    Q. 이전의 크리쳐 영화와 다른 점은?
    A. 일반적인 괴물영화에서는 세상으로 탈출한 괴물이 세상을 어지럽히는 이야기를 하지만, ‘스플라이스’는 한 피조물과 이를 만든 과학자들의 관계를 이야기한다. 신화적인 코드를 많이 생각을 했다. 신화적인 얘기들에서는 인간이 이런 피조물들과 사랑에 빠지는 얘기들이 많았는데 그동안 크리쳐 영화에서는 다뤄지지 않았다.

    Q. 정서상 한국에서는 윤리적인 면이 불편할 수도 있다.
    A. ‘스플라이스’에 표현된 성적 코드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관객들에게 불편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공포영화와 괴물영화들은 불편하고 때론 보기 힘든 장면들을 판타지라는 장르에 기대 드러내곤 한다. ‘스플라이스’ 역시 이런 맥락으로 봐 달라.

    Q. 한국에 대한 소감
    A. 2003년 부천판타스틱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된 영화 ‘싸이퍼’의 감독으로서 한국을 찾은 이후 7년 만에 다시 한국 팬들과 만나게 됐다. 한국 사회와 한국 영화의 발전은 놀랍다. ‘스플라이스’를 박찬욱 감독의 ‘박쥐’, 봉준호 감독의 ‘괴물’ 등의 한국 영화들과 유사한 영화로 봐 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