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여름, 사무총장님을 뉴욕에서 만나기를 요청합니다.”

    105인의 탈북자들이 반기문 UN사무총장에게 공식적으로 면담을 요청했다.
    14일 국회에서 열린 ‘북한 반인도범죄 유엔 조사 촉구 기자회견’에서 탈북자들은 자신들이 견뎌낸 정치범 수용소, 성폭력, 인신매매, 강제노동 등의 고통에 대해 UN사무총장에게 설명하고 유엔에서 어떤 방법으로 북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지 의논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김영삼 전 대통령, 셸 마그네 본데빅 전 노르웨이 총리, 황우여 국회인권포럼 대표, 김태훈 대한변협 북한인권소위원회 변호사 등이 지지발언을 통해 이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줬다.

  • ▲ 14일 국회에서는 탈북자들이 UN사무총장과의 면담을 요청하는 ‘북한 반인도범죄 유엔 조사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 연합뉴스
    ▲ 14일 국회에서는 탈북자들이 UN사무총장과의 면담을 요청하는 ‘북한 반인도범죄 유엔 조사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 연합뉴스

    탈북자들은 “북한의 식량부족이 계속되면 가족에게 줄 식량과 약품을 구하기 위해 많은 북한주민들이 중국으로 넘어갈 것”이라며 “이것은 북한 여성들이 중국에서 인신매매와 성폭력을 당하고 남녀 구분 없이 강제송환 돼 죽음에 가까운 고통을 겪을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이 모든 것은 저희가 이미 북한에서 겪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천안함 공격과 관련해 한반도에서 군사안보 문제를 언급할 것이란 걸 잘 알고 있으나 국제사회가 인권과 인간안보의 측면에서 북한 사람들을 도울 방법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에 김영삼 전 대통령은 “북한의 위협이 군사안보문제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며 “북한은 인도주의, 인간안보, 인권의 측면에서도 북한 주민과 인류에 심각한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은 “UN 안보리가 북한문제에 좀 더 깊이 관여해야 한다”면서 “자국민 보호의무라는 관점에서 침약과 군사도발 뿐만 아니라 인간 안보와 인권 문제도 함께 다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셀 마그네 본데빅 전 노르웨이 총리는 국제법을 통해 접근할 것을 제안했다. 본데빅 전 총리는 과거지향적 방식과 미래지향적 방식으로 북한의 대량 잔학행위에 대해 접근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북한을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해 국제적 범죄의 대가로 수감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나 북한의 책임을 묻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미래지향적 방식인 가해자에게 형사적 책임을 묻는 것 보다 피해자들을 가능한 빨리 구재해 현재와 미래의 희생자들의 고통을 덜어줘야 한다”고 전했다.

    본데빅 전 총리는 2006년과 2008년 두 차례 북한의 인권 및 인도주의 상황에 관한 상세한 보고서를 작성한 바 있다. 그는 “2008년 보고서를 통해 2006년과 비교했을 때 북한의 대량 잔학행위의 해결에 거의 진전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면서 구체적인 권고사항을 제시했다.

    본데빅 총리는 “유엔총회는 대북한 연례 결의를 강화하며 유엔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방북을 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남한정부도 유엔에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 구체적 대책을 촉구하는 등 북한의 상황에 대해 강력한 관심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반기문 UN사무총장이 탈북자들과 만나 그들의 증언을 직접 들어보길 강력하게 희망한다”며 “북한 주민의 심각한 고통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같은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엔사무총장에게 보내는 편지>

    친애하는 유엔 사무총장님께,

    우리 탈북자들은 존경하는 유엔 사무총장님께 공식적인 면담을 요청하는 바입니다. 저희는 북한의 구금시설의 생존자들이며 그곳에서 굶어죽지 않을 만큼의 식사량을 제공받으며 심한 구타와 고문, 강제노동에 시달렸습니다. 저희 중 일부는 인신매매와 성폭력의 피해자들입니다. 친애하는 사무총장님께 저희가 견뎌낸 고통에 대해 말씀드리고 유엔에서 어떤 방법으로 북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지 의논하고 싶습니다. 또한, 사무총장님으로부터 잠정적으로나마 어떤 구제나 보상 그리고 지원이 가능한지 조원을 구하길 원합니다. 그래서 북한에 살고 있는 가족, 친구, 그리고 이웃이 더 이상 저희가 겪은 고통을 당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작년 사무총장님께서 유엔 총회에 북한이 식량권 보호에 대한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다는 것과 얼마 전 평양에서 돌아온 유엔 특사가 북한에서의 식량부족을 우려하고 있음을 보고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희는 개인적으로 식량부족과 식량안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더 많은 북한 주민들이 저희가 그랬던 것처럼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에게 줄 식량과 약품을 구하기 위해 중국으로 넘어갈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게 되면 결국 많은 북한 여성들은 중국에서 인신매매 당할 것이고 성폭력에 시달릴 것입니다. 남자와 여자 상관없이 북한 사람들은 강제송환 되어 죽음에 가까운 취조, 고문과 구타 그리고 적법절차 없이 구금시설로 이송되어 건강을 유지할 수 조차 없는 식사를 공급받으며 강제 노동에 시달릴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이 저희가 이미 북한에서 겪은 것입니다.

    언론을 통해서 북한이 유엔인권이사회의 보편적 정례 검토에 필요한 절차들을 준수하지 않았음을 보았습니다. 또한 저희는 북한이 유엔인권특별보고과과의 면담을 거절할 것이라는 것도 압니다. 그리고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는 최근 천안함 공격과 관련하여 한반도에서 군사안보 문제를 언급할 것이라는 점도 알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심각한 도전이 있지만 국제 사회가 인권과 인간안보의 측면에서 북한 살마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들이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친애하는 사무총장님, 자기 나라를 떠나야만 이 결사의 자유, 표현과 청원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사람들은 북한 사람들뿐임을 사무총장님께서 잘 알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그러므로 이번 여름 사무총장님으로부터 조언을 얻기 위해 뉴욕에서 만나기를 요청하는 바입니다. 면담일정에 관하여 유엔 사무총장실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듣기를 기대합니다.

    당신의 배려에 무척 감사드립니다.

    105명의 탈북자를 대표하여 김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