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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참여당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13일 민주당 김진표 최고위원을 누르고 야권 경기지사 단일후보로 확정되면서 민주당이 '허울뿐인 제1야당' 신세를 피해갈 수 없는 형국이 됐다.
인천의 경우 송영길 후보가 낙점돼 그나마 친노색을 피했으나, 지방선거 최대의 승부처인 서울에서 한명숙 후보를 비롯, 충남(안희정·민주당), 경남(김두관·무소속), 강원(이광재·민주당)지사에 친노인사들이 다 꿰차고 앉았다. 김두관 후보는 노무현 정부 때 초대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냈고 '리틀 노무현'으로 불렸으며, 충남.강원지사에 출마하는 후보 역시 '좌희정 우광재'라고 불릴 정도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다. 그야말로 6월지방선거 간판지역을 모조리 친노에 내주게 돼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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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은 당장 평화민주당에 나왔다. 평민당은 유 후보 단일화 확정에 "정세균 대표가 지휘하는 민주당은 간판을 내려야 하고, 경기도의 수많은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은 배지를 떼야한다"고 공세를 폈다. 평민당 김정현 대변인은 "결국 유시민인가. 제1야당인 민주당은 그 정체성을 완전히 상실했다"면서 "자기 힘으로 서지 못하는 불임정당에 누가 표를 주겠는가"라고 혹평했다.
한나라당 정두언 지방선거위원장도 전날 최고위원회에서 "민주당 내부에서 '난닝구'와 '빽바지' 싸움에서 빽바지가 완승했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조소하기로 했다. 과거 노무현 정부시절 노선갈등을 상징하는 표현인 '난닝구와 빽바지' 논란을 거론하며 민주당 공천에서 친노무현 핵심세력이 대거 포진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
- ▲ 13일 오전 경기도 수원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의 경기도지사 단일 후보로 선정된 국민참여당 유시민(오른쪽) 후보가 민주당 김진표 후보의 축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친노세력'의 정치적 콘텐츠에 의구심을 표하는 목소리도 크다. 노 전 대통령 1주기(23일)를 기해 친노세력이 득세하고 있으나 실상은 '콘텐츠 없이 노풍을 탄 감성 마케팅 아니냐'는 것이다. 유 후보와 경쟁하게 될 한나라당 김문수 경기지사 후보측은 이날 "국민에게 심판받은 친노세력이 수도권 친노벨트를 완성했다"며 "부패와 무능으로 부도난 회사 주주들이 단일화 쇼를 통해 경력을 세탁하고 간판만 바꿔 속속 위장개업을 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야권단일화'와 '노무현 바람'을 대대적으로 꾀해 승리로 이끌겠다는 계산이지만 대부분의 선거지역을 친노세력이 싹쓸이 한 것에 대해 내심 씁쓸해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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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세균 민주당 대표ⓒ연합뉴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당 김진표 후보의 패배에 대해 "몹시 서운하다. 두말하면 뭐하겠느냐"며 짧게 속내를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서운함을 승리로 이어지게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면서 명분으로 "통합"을 내세웠다.
또 "기본적으로 민주당은 유 후보 승리를 위해서 필요한 일은 뭐든 마다하지 않고 적극 협력하겠단 게 내 생각"이라면서도 구체적 지원 방안에 대해선 "(경기지사 단일화가)유 후보로 확정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아서 준비해놓지 못했다"(우상호 대변인)며 말끝을 흐렸다.
민주당이 '야권 통합'과 함께 겉으로 내세운 명분은 '정권 심판론'이다. 정 대표는 "서울에서 한 후보가 당선되고, 인천에선 송 후보가, 경기도에선 유 후보가 당선되는 상황을 만들 것"이라며 "수도권 3곳에서 승리를 위해 앞장서겠으며 이명박 정부 2년 반 동안의 실정을 완전 심판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민주당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 밖에 없다. 당장 '정권 심판론'에는 불을 댕겼으나 친노가 득세하고 있는 탓에 당 지도부의 지도력을 두고 비판이 이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당 후보들이 당보다 '친노'라는 정체성을 더욱 강조하고 나서는 상황이 벌어지는 형국이다. 대표적 친노인사인 김두관 전 장관은 아예 민주당이 아닌 무소속으로 경남지사에 나와 선전하고 있다. 또 지방선거 후 '노무현 적통'을 두고 친노벨트를 등에 엎은 참여당과 기싸움도 피해갈 수 없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