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관이 지난해 김대중 전 대통령 사망 당시 방한한 북한 조문단 접견을 전후해 크게 변화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내 대표적인 친한(親韓)단체인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인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국대사는 7일 출간된 '2020 대한민국-다음 십년을 상상하라'에서 "2009년 늦여름부터 약 6주일 동안 세차례 이 대통령을 만날 수 있었는데 (북한과 관련한) 사고에 상당한 변화와 진전이 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8월 중순경만 해도 이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다소 강경하고 신중한 노선을 취하고 있었다"면서 "이 대통령은 북한의 오만하고 경멸적인 언사에 대해 상당히 격앙된 반응을 나타냈고 남북한 관계가 개선될 여지가 있다는 기대를 아예 접어버린 게 아닌가 하는 인상마저 보였던 것이 사실"고 말했다. 그레그 회장은 "특히나 핵무기 문제만큼은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고 보는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후 2주일도 못돼 김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서 이 대통령을 다시 만났을 때 "불과 12일 전의 어조와도 판이하게 달랐다"고 그레그 회장은 전했다.
    그는 "이 대통령은 고위급 관료들로 구성된 북한의 조문단을 맞았으며, 조문단이 김 전 대통령의 업적을 진지하게 평가했고 또 상당히 우호적인 톤으로 대화가 진행된 부분에 대해 상당히 좋은 인상을 받은 듯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 대통령은 북한 측에 평양이 핵무기 포기 의사를 밝히기만 하면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점을 강조했으며, 북한을 적이 아니라 친구로 대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9월 23일 이 대통령의 미국 뉴욕 방문시 다시 만났던 내용을 전하며  "이 대통령은 한국 정부가 판단하기에 이제 북한은 좀더 직접적으로 외부세계와 교류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면서 "우리는 북한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말도 했다"고 말했다.

    그레그 회장은 "이 대통령에게나 미국에게나 그리고 남북한 국민 모두에게 2012년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면서 "한국에서 새 대통령이 선출되고, 북한은 김일성 출생 100주년을 맞고, 주한미군이 한반도 전시작전통제권을 한국군에 이양하는 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대통령은 남은 임기에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황금과도 같은 기회를 거머쥐었다. 한국의 역대 대통령 가운데 북한과의 영구적 관계 개선을 추진하는데 있어 이처럼 좋은 위치와 환경을 맞았던 대통령은 없었다"면서 "이 기회를 적절히 이용한다면 한국 역사상 가장 훌륭하고 가장 유명한 대통령으로 길이 기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레그 회장은 "이 대통령은 미국이 한국을 존중하고 있다는 사실을 유념하고 이러한 사실을 십분 이용해야 하지만 북한에 대해 취하는 모든 조치는 철저히 한국 국민의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면서 "어떤 조치이든 간에 이는 한반도의 분단상황을 건설적이며 평화적인 방법으로, 그것도 한민족의 손으로 반드시 종시시켜야 한다는 이해관계와 맥을 같이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통령 국제자문단 등 '2020 대한민국-다음 십년을 상상하라' 발간 

    한편 '2020 대한민국'은 클라우스 슈워브 세계경제포럼(WEF) 회장, 다케나카 헤이조(竹中平藏) 일본 게이오대 교수, 조셉 나이 하버드대 교수, 기 소르망 파리정치대학 교수 등 이 대통령의 국제자문단을 비롯한 전세계 오피니언 리더들이 "대한민국의 더 나은 미래는 가능한가"라는 화두를 던지며 대한민국의 발전 가능성을 측정한 분석을 담았다.

    이 책에서 슈워브 회장은 "한국 정부는 한국이 녹색 기술 개발의 선도 주자가 돼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면서 "에너지 효율성을 극대화시키는 기술의 개발과 녹색성장 모형에 대한 교육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정보기술(IT), 생명기술(BT), 나노기술(NT), 문화기술(CT) 등 신 성장 동력과 최첨단 기술분야를 개척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케나카 교수는 "한국은 역사상 개발독재가 가장 성공한 나라로 꼽힌다"면서 "앞으로는 지금까지와 다른 새로운 유형의 개발패턴을 창조해야 하며, 스스로를 아시아와 서구 유럽, 선진국과 신흥경제국을 이어주는 교량 역할을 하는 존재로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나이 교수는 '소프트파워'를 강조하며 ▲외국학생 유치 ▲개발원조를 통한 위상 제고 ▲전시회, 방송 등을 통한 성공담 확산 ▲국제회의.행사 개최 등을 조언했다.
    소르망 교수는 "한국 문화의 전파와 교류를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할 때"라며 대학원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는 등 이른바 '고등교육의 국제화'가 그 출발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아시아의 녹색기적'편에서 마크 클리퍼드 아시아기업인협의회 집행이사는 "한국은 녹색기술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는데 유리한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다"면서도 "녹색형명이 담론에 그치는 우를 조심하라"고 비판적 제언을 했으며, 아킴 슈타이너 유엔 사무차장 겸 유엔환경계획 사무총장은 "저탄소 및 녹색성장 전략으로의 전환은 기후변화 대응에도 도움될 뿐 아니라, 한국이 향후 세계 경제를 선도하는 위치에 오르는 데도 크게 도움될 것"이라면서 "우리는 '녹색 호랑이'의 새로운 부상을 기대해 마지 않는다. 그것이 '녹색 아시아의 기적'이 될 것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