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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꺼낸 천안함 침몰사고 해법의 키워드는 '신뢰'다. 6일 국무회의에서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민군합동조사단 책임자에 민간전문가를 참여시킬 것과 유엔을 통한 국제전문가들의 실질적인 조사 참여, 그리고 공동보고서 작성을 지시했다.
이는 원인 규명 이후 대응방향에 대한 이 대통령의 결정이 이미 내려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이같은 의지를 반영해 "최종 결론이 나오면 북한이면 북한, 군이면 군 철저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결론을 근거로 단호한 입장을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고원인이 내부요인이든 외부요인이든 분명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약속을 밝힌 것이다.
우리 정부가 취할 '단호한 입장'의 전제조건으로 이 대통령이 제시한 것은 '대내외적으로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결론'이다.
우선 국내적 신뢰 회복을 위해 이 대통령은 민군합동조사단 책임자를 만간전문가에 맡길 것을 지시했다. 국방부의 사고 대처에 대한 이 대통령의 실망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여지는 대목이다. 결과에 따라서는 군에 대한 문책을 시사한 것으로도 읽힌다. 합동조사단장은 민군 공동대표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사고 초기대응부터 구조작업, 인양작업이 이어진 열흘 동안 보여준 국방부의 모습은 정치권과 언론의 갖은 억측과 의혹을 부르기에 충분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최종결론을 도출하는데 군의 단독 조사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민간의 참여와 함께 우려되는 군사기밀 유출 등 국가안보와 관련된 사항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또 우리 군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를 높이는 데도 소홀히 해선 안될 것이다.국제적 신뢰 구축이 강조된 것은 조사 결과에 따른 대응방식을 짐작케 한다. 북한의 개입 여부는 사고의 파장을 달리 할 수 있다. 만일 북한의 소행으로 밝혀질 경우 정부는 즉각 입장을 밝혀야 한다. 직접적이고 감정적인 대응보다 국제공조를 통한 대처에 무게가 실린다. 일각 강경세력이 주장하는 전쟁위험을 불사한 타격과 같은 행동이 아닌 국제사회의 고립, 경제제재 등을 의미한 것으로 관측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출동한 미국 전문가 이외에도 유엔을 통한 다른 나라의 국제전문가를 사고 조사에 실질적으로 참여토록 한 것은 바로 전 세계가 사고 본질을 이해하고 공동보조를 맞추도록 하기 위한 포석인 셈이다.
이 대통령이 국가위기상황에서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중심을 잡고 "섣부른 예단을 금하고,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둔 조사"를 주문한 것은 적절해 보인다. 청와대는 북한 개입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한 쪽의 가능성만 미리 강조하는데 익숙한 세력은 여전히 존재한다. 한 쪽은 북한의 소행으로 결론내리고 엄중 대응을 촉구하고 있으며, 다른 쪽은 내부 요인에 관심을 두고 관련자 문책을 요구한다. 조사결과에 따라 어느 한 쪽의 주장은 옳은 것으로 판명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동안 양측이 쏟아낸 주장이 사고수습에, 국민 단합에, 또 국제적 신뢰제고에 얼마나 도움이 될 지 의문이다. 물론 이들 모두에 대한 '신뢰 회복'도 이 대통령이 풀어야 할 숙제다. 원인 규명 이후 "북한이면 북한, 군이면 군 철저하게 책임물을 것"이라는 이 대통령의 약속이 어떻게 이행될 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