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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서해상 백령도 인근에서 발생한 초계함 '천안함' 침몰사고가 정국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고 원인이 어떻게 밝혀지느냐에 따라 집권 3년차를 맞은 정부의 국정운영은 물론, 정치권 전반에 미칠 파장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변수는 침몰사고가 내부 요인에 따른 것인지, 외부 충격에 의해 발생한 것인지 여부다. 청와대는 어떠한 경우든 정부의 위기대응시스템에 허점을 드러낸 사건으로 보고 곤혹스런 표정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29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신속한 실종자 수색을 거듭 지시하면서 국정운영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고 주문해 철저한 원인규명을 위한 장기체제에 대비한 것으로 풀이된다.여야 정치권은 조속한 사고 수습을 주장하면서도, 각자 6월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 최대변수는 사고원인 = 천안함 침몰사고가 함체 노후화, 관리 부실, 안전사고 등 내부 요인에 의한 것으로 확인될 경우 정부와 군은 치명타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선진강군'을 기치로 군 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발생한 공군의 전투기.헬기 추락사고에 이은 대형사고에 대한 비판 여론은 확산될 전망이다. 이 경우 국방부와 해군합참본부 등 지휘라인을 포함해 청와대 역시 책임론 '후폭풍'에 직면하게 된다.
만약 북한의 소행으로 드러난다면 그 파장은 걷잡을 수 없는 수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북의 전쟁도발로 간주되는 상황이 전개되면서 남북관계가 급속히 냉각되는 것은 물론, 정부의 대응 논란 등 국내적 혼란도 예상된다. 현재까지 별 영향을 받지 않는 우리 경제상황에도 악영향이 될 수밖에 없다.
기뢰에 의한 침몰로 밝혀질 경우에도 책임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면서 논란이 장기화될 가능성은 커진다.
청와대는 사건 직후부터 긴장감 속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여러가지 추측에 의한 혼란을 막기 위해 예단을 최대한 자제하는 상황이다. 언론에도 여러 시나리오 등 추측보도를 자제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네차례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한 이 대통령은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철저하고 신속하게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면서 "실종자 가족들에게도 소상하고 서일하게 상황을 알리라"고 지시한 바 있다.
◇ 여야 정치권, 정국 영향에 촉각 = 정치권은 계획된 정치일정을 잠정 중단하고, 지방선거를 비롯한 향후 정국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표면적으로 여당은 '초당적 협력'을, 야당은 '철저한 진상규명'을 주장하면서 정치적 셈법에 따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실종자 구조를 포함한, 정부의 조속한 사태해결을 촉구하는데는 이견이 없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국회는 일체의 정쟁을 중단하고 관련 상임위원회를 지속적으로 가동해 실시간 상황을 파악하고, 여야이 초당적 협력을 통해 국회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대책을 마련하자"고 강조했다. 중국 방문 일정을 중단하고 급히 귀국한 정몽준 대표 역시 "모든 방법을 동원해 구조와 수색작업에 최던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정부의 사고대응과 수습, 조사과정에서의 책임론을 집중 부각해 공세를 강화할 움직임이다. 이날 긴급 원내대책회의에서도 정부와 군을 강도높게 질타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정세균 대표는 "안보태세에 허점은 없었는지, 무엇이 문제인지 원인을 철저하고 신속하게 규명해 재발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으며, 송영길 최고위원은 "안보장관 회의를 네 번이나 했다는데 국민에 설명한 것이 뭐가 있느냐"며 청와대를 겨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번 사고를 지방선거와 연결지으려는 것은 전혀 국익에 도움되지 않는 발상"이라며 "정치권은 각종 의혹을 쏟아내기 보다 철저한 원인분석과 실종자 구조에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