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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8일 아프가니스탄을 `깜짝 방문'한 것은 미국 외교, 안보 최우선지에 대해 "늦었지만 확실한 관심"을 표명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애초 이번 주말과 휴일을 워싱턴D.C. 인근의 대통령 별장인 캠프데이비드에서 보낼 것으로 알려졌으나, 밤시간을 이용해 13시간의 비행 끝에 아프가니스탄을 전격 방문했다.
백악관은 대통령의 안전을 고려해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이 아프간의 바그람 공군기지에 착륙할 때까지 대통령의 방문사실을 보도유예해 줄 것을 미국 언론사에 요청했고, 결국 미국 동부시간으로 휴일인 28일 낮 12시쯤이 돼서야 아프간 방문사실이 CNN방송과 폭스뉴스 등을 통해 알려지게 됐다.
백악관은 아프간 정부에도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계획을 카불도착 1시간을 앞두고 통보, 아프간 정부가 환영행사조차 제대로 마련할 여유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방문이 "매우 짧지만 역사적"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먼저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아프간을 찾았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의미가 크다는 얘기다.
오바마 대통령은 1년전 쯤인 지난해 4월 7일 유럽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많은 안보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아프간이 아닌 이라크를 전격 방문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2008년 대선 당시부터 아프간을 테러소탕의 주전선으로 삼겠다고 공약했고, 언론들도 아프간전을 `오바마의 전쟁'이라고 불러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선후가 뒤바뀐게 아니냐는 논란을 제공할 정도였다.
이후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만명에 달하는 병력증강까지 실행에 옮길 정도로 아프간을 외교,안보의 중핵지역으로 자리매김하면서도 취임 이래 14개월간 아프간을 방문하지는 않았다.
백악관은 날씨문제 등으로 인해 아프간 방문이 연기돼 왔다고 밝혔으나, 건강보험 개혁과 경제난 극복 등 산적한 국정현안 등으로 아프간을 방문할 수 있는 심적 여유와 물리적 시간을 확보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우세하다.
따라서 이번 아프간 방문은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주 건보개혁 입법 완수와 러시아와의 새로운 핵무기 감축협정에 합의를 이끌어낸 자신감을 바탕으로 안보분야의 최대관심사인 아프간에 대한 군통수권자로서의 관심을 재삼 각인시키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아프간 방문에서 하미드 카르자이 정부가 정통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부패문제를 척결하고, 탈레반의 자금조달 통로로 활용되고 있는 마약거래를 근절하는데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의 아프간전 수행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아프간 정부의 적극적인 도움과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분명한 메시지 전달한 셈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해 아프간 대선이 부정선거 의혹에 휩싸였을 때부터 아프간 정부와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 왔고, 정부내 부패척결 등의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던 만큼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주문사항도 이런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또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최근 아프간 미군의 사망자가 크게 늘어난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올해 들어 3개월간 아프간 주둔 미군 사망자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배로 늘어났고, 부상자들도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탈레반 소탕을 위해 아프간에 병력증강을 해왔던 오바마 대통령 입장에서는 아프간 현지에서 미군들의 노고를 격려할 필요를 느끼고 이번 전격 방문을 결정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