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 / 낙동강아 잘있거라 우리는 전진한다 / 원한이야 피에 맺힌 적군을 무찌르고서 / 꽃잎처럼 떨어져간 전우야 잘자라”

     “미아리 눈물고개 님이 떠난 이별 고개 / 당신은 철사 줄로 두 손 꼭꼭 묶인 채로 / 뒤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맨발로 절며 절며 / 끌려가신 이 고개여 한 많은 미아리 고개”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찬 흥남부두에 / 목을 놓아 불러봤다 찾아를 봤다 / 금순아 어디로 가고 길을 잃고 헤메었더냐 / 피눈물을 흘리면서 일사 이후 나홀로 왔다”

     3월 5일 오후 2~3 : 30. 국립극장에서 있었던 여성 악극 ‘아, 나의 조국’ 관객석에선 이 노래들이 들리면서 여기 저기서 침통한 흐느낌이 흘러 나왔다.
    백발 성성한 실버 세대의 흐느낌. 그 세대는 6.25때 10대~20대. 부산까지 밀렸다가 서울에 입성한 세대, 9.28후 자진 입대해서 압록강까지 올라갔다가 중공군을 만난 세대.
    그리고 나처럼 10대 초년이라 전선에는 동원되지 않은 세대. 

     이 세대의 잠재의식에는 6.25-피난살이-가족의 헤어짐-자유당-4.19-5.16-산업화-민주화를 거치면서 겪은 마음의 상처들이 겹겹이 쌓여 있다. 평소에는 그걸 잊었다고 생각하면서 살아간다. 그러나. 

     그러나 이런 노래들을 듣는 순간 그 숨어있던 상처가 1초 사이에 도져 버렸다.
    고(故) 조창호 중위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그린 ‘아, 나의 조국’-그리고 거기 등장하는 ‘그 때 그 노래’들은 우리들 ‘그 때 그 세대’가 앓았던 아픔들을 통절하게 되살려 놓았다.

    다시는 살고 싶지 않은 그 세월.
    그러면서도 너무나 값졌던 그 세월.
    그러나 생각하면 생각할 록 가슴을 저미는 그 세월.
    그렇게 해서 오늘의 문명국 대한민국을 이룩한 ‘그 세월’의 ‘그 세대’ 우리들. 

     내일 토요일이면 또 손자 손녀들이 집에 몰려 온다. 오늘의 너희들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우리는 백 번이고 천 번이고 그 세월을 다시 살 용의가 있다.
    그러나 너희들은 이제 그만.
    모든 짐은 우리가 지고 가마.
    너희들은 오직 행복하게 살 ‘의무’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