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지민씨가 최근 법원의 PD수첩 판결 이후 평론가 진중권이 인터넷에 유포한 정지민 비판 글에 대해 정면 반박에 나섰다. 정지민씨는 2008년 4월 PD수첩 광우병 보도의 오역-왜곡을 지적했던 번역 및 감수자였다.

  • ▲ 정지민씨 ⓒ자료사진
    ▲ 정지민씨 ⓒ자료사진

    정씨는 글을 통해 “내가 사태 초반에, 즉 방송내용도 보기 전에, 로빈 빈슨이 (딸의 사인이 어느 것인지 몰라 혼동했으며, CJD뿐 아니라) vCJD를 의심했다는 취지로 쓴 글을 갖고, 진중권씨는 MRI 결과란 말을 쏙 빼고, 마치 내가 vCJD 이야기가 전혀 없었다고 주장해온 것처럼 사태를 왜곡하고 있다”라며 “이는 매우 비열하고 악의적인 행태”라고 비판했다.

    정씨는 “CJD, vCJD를 둘러싼 쟁점은 MRI 결과”라며 “PD수첩 광우병 편은 로빈 빈슨이 똑똑히 CJD로 인식했던 MRI결과가 vCJD였다고 왜곡했으며, 나아가 MRI로 CJD인지 vCJD인지 여부를 확실히 알 수 있다며 또 하나의 오역 자막을 내보냈다”고 되짚었다.
    그는 “CJD를 vCJD로 고친 것은 방송 불과 몇 시간 전 제작진이 자행한 것”이라며 “나와 감수작업 전반부만 같이 했던 이연희 작가는 ‘MRI 외의 임상양상’을 뜻하는 ‘clinical picture’ 부분에서 내 지적을 반영하지 않고 그냥 MRI로 내버려두었음을 최근 법정에서 시인한 바 있다”고 상기했다.

    정씨는 또 “진씨는 마치 내가 문성관 판사에게 보낸 공개질의서의 내용이 알려지는 것을 막기라도 하고 싶은 사람처럼, ‘공판 때 주장했던 내용 되풀이’라고 했다”며 “상식적으로, 판결문에 대한 공개질의인데, 어떻게 공판 때 하던 주장일 수 있다는 말인가”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진씨는 내가 여러 번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을 표기한 번역자료 중에서, 그것도 중간에 ‘쿱스펠트 야커병’이라는 오타가 있는 것에 착안할 정도로 나를 공격하는데 다급했다”라며 “광우병이 창궐하던 시기에 영국에 살았던 내가 그 용어를 번역 당시엔 몰랐다고 소설을 쓰며 키보드 배열에 대한 심오한 고찰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당시 그(진씨)의 전제는 내가 독일어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다는 것이었는데, 오히려 그의 글에서 드러난 독어에 대한 무지함을 내가 지적하면서, 그 반대로 드러났고 그 직후 그는 블로그를 일시적으로 닫기까지 했다”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정지민씨의 글 전문이다.

    PD수첩과 나를 둘러싼 논쟁, 특히 CJD, vCJD, (또 최근에는) a variant of CJD 논쟁은 매우 오래된 것이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내용을 전혀 모른다. 가령 며칠 전, 미디어오늘에 기고한 “문화평론가” 000이라는 자는 CJD는 광우병, vCJD는 인간광우병이라는, 무지하고 오지랖만 넓은 모 주부 사이트에서나 발견할 수 있는 새로운 학설을 제기하기까지 했다. 아니, 그렇다면 이제까지 나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PD수첩에 등장한 아레사 빈슨이 소 광우병 환자인데 인간광우병 환자로 자막이 조작되었다고 주장해왔단 말인가? 이 글을 읽는 이들은 다음 정도만 인지하면 된다. CJD에는 광우병 쇠고기 섭취와 연관 없는 여러 유형이 있으며, 인간광우병으로 알려진 vCJD(변종 CJD)도 있다. 그러한 “일반” CJD와 변종 CJD, 이것만 구분하면 된다.
     
    앞서 거론한 000처럼 “전 XX대 겸임교수”라는, “전 시간강사”라는 의미에 지나지 않는 그런 “직함”을 지닌 분이 하나 있다. 소속이 없으면 그냥 석사 내지는 블로거이지 무슨 그런 긴 명칭을 고집하는지 모르겠다. 여하튼 이 분으로 말할 것 같으면 CJD가 소 광우병이라고 생각하는 수준은 아니다. 나와 PD수첩 측에서 제기한 모든 논리를 다 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못 알아먹는 체 하며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은 아예 은폐하거나 왜곡하여 나에 대한 터무니없고 악의적인 글들을 싸지르고 다니신다. 그래봤자, 전에 자신의 블로그에 썼다가 망신당했던 내용들을 재탕, 삼탕하는 수준이다. 이미 이 사건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기본적인 논리만 갖고도 전적으로 반박된 그의 환타지 소설들, 영어도 짧지만 독어실력 역시 부실함이 증명된 사건, 말문이 막히면 일부러 잠적하다가 비행기 사진으로 덮어버리는 기술, 정신병이 의심될 정도로 심한 인신공격을 하다가 논리가 “털리면” 갑자기 느끼하게 남 걱정해주는 체 하는 가식, 궁지에 심하게 몰리면 블로그를 아예 닫아버리거나 아이피 차단 등으로 “언론탄압”을 해온 민망한 모습을 잘 알고 있다.
     
    지금이라도 네티즌 진중권의 블로그에 가서 나와 관련된 글 및 댓글들을 대강만 봐도 다 보인다. 항상 당하고 나면 분해서 씩씩거리다, 인적 뜸한 새벽 4시경에, 잠 안 오는 노인네 티를 팍팍 내가며 또 내용을 못 알아듣는 체 혼자 결론 내리고, 할부 구매한 비행기 사진으로 덮어버리는 모습이. 그는 잘 알고 있다. 자신을 추종하는 중생들은 결코 자신의 말장난과 모순을 꿰뚫어보지 못하거나, 보더라도 진영 논리에 입각하여, 맞지도 않는 “교수님” 운운하는 위로성 댓글을 달아줄 것임을.
     
    진중권은 마치 내가 문성관 판사에게 보낸 공개질의서의 내용이 알려지는 것을 막기라도 하고 싶은 사람처럼, “공판 때 주장했던 내용 되풀이”라고 넋두리했다. 아니, 상식적으로, 판결문에 대한 공개질의인데, 어떻게 공판 때 하던 주장일 수 있다는 말인가. 그의 글은 독해력 떨어지는 바보를 낚기 위한 글이다. 다 떠나서, 공판에 가지도 않은 주제에 혼자 이것저것 짜깁기해서 소설을 쓰고, 악의적인 몇몇 기자들의 모자란 주장을 동아줄 삼는 것은 그의 경박함을 잘 보여주는 행태다. 그가 의존할만한 기자 중에는 3개월 만에 위장우회시술로 인한 인간광우병에 걸릴 수 있다며 나를 공격했던 A, 그리고 “공소가 정당하지 않기” 때문에 허위사실을 기재하고 지독하게 편향적인 내용을 쓸 수 있었다는 B 정도다. 이들이 모자라도 한참 모자란 지적 능력으로 이미 수준을 스스로 드러냈음은 많은 이들이 목격한 사실이다.
     
    진중권은 나에 대해 심각한 허위사실을 여럿 유포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은 내가 사건 초기와 현재 입장이 바뀌었다는 거짓 주장이다. 이것이 거짓임은 사건을 잘 아는 이들 및 정상적인 독해력을 가진 이들이 쉽게 알 수 있다. 단계별로 살펴보겠다.
     
    CJD, vCJD를 둘러싼 쟁점은 MRI결과다. PD수첩 광우병 편은 로빈 빈슨이 똑똑히 CJD로 인식했던 MRI결과가 vCJD였다고 왜곡했으며, 나아가 MRI로 CJD인지 vCJD인지 여부를 확실히 알 수 있다며 또 하나의 오역 자막을 내보냈다. 이것이 사태 초반에 내가 일으킨 논란이다. CJD를 vCJD로 고친 것은 방송 불과 몇 시간 전 제작진이 자행한 것이다. 또한 나와 감수작업 전반부만 같이 했던 이연희 작가는 “MRI외의 임상양상”을 뜻하는 “clinical picture” 부분에서 내 지적을 반영하지 않고 그냥 MRI로 내버려두었음을 최근 법정에서 시인한 바 있다.
     
    바보가 아닌 이상, “유족 로빈 빈슨이 의심했던 병” 과 “MRI결과로 통보된 병명”은 당연히 구분해야 한다. 애당초 나는 현지 보도와 공문 등을 보고, 심지어 인터뷰를 볼 필요도 없이, 로빈 빈슨이 일반 CJD와 vCJD를 당연히 구분하여 알고 있을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내가 번역한 부분 중 “a variant of CJD”는 “CJD의 한 유형”에 해당하는 모호한 표현이며, 따라서 당시 정황(위장우회시술 후 3개월만에 사망- 이는 현지 보도에서 다 나왔다.)상 vCJD는 배제하고 CJD(중 하나)란 의미가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나는 로빈 빈슨이 말한 딸의 MRI결과가 vCJD였다고 말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그것이 사실이 아니고, 사실일 수도 없기 때문이다. 위장우회시술 후 약 3-4개월 만에 죽은 여성이 공교롭게도 vCJD라니. 감수과정에서는 로빈 빈슨이 CJD라고 똑똑히 말하는 부분을 보았고, 6월 말 검찰이 확보한 다른 번역물들을 통해 그가 CJD, vCJD를 확실히 구분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내 주장은 이 모든 것을 토대로 하는 것이었다. 단순히 내가 번역을 한 취재물에 뭐가 있었느니 없었느니 할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내가 사태 초반에, 즉 방송내용도 보기 전에, 로빈 빈슨이 (딸의 사인이 어느 것인지 몰라 혼동했으며, CJD뿐 아니라) vCJD를 의심했다는 취지로 쓴 글을 갖고, 진중권은 MRI결과란 말을 쏙 빼고, 마치 내가 vCJD 이야기가 전혀 없었다고 주장해온 것처럼 사태를 왜곡하고 있다. 이는 매우 비열하고 악의적인 행태다. 또한 굉장히 모자란 이들을 낚기 위한 얄팍한 수법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이미 2008년도에 로빈 빈슨의 vCJD발언은 여러 번 방영되었기 때문이다. 조금만 생각해보아도 진중권의 주장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는 자신의 독자들을 금붕어로 생각하는 것이다.
     
    2008년 당시에도 진중권은 쟁점(빈슨 모친이 CJD, vCJD를 구분하는지의 문제)을 멍청하게도 놓치고, 언제나 그렇듯 일면식도 없고 자기한테 관심도 없는 사람을 인신공격해가며, 빈슨 모친이 여러 번 vCJD이야기를 해줬다는 아무 의미도 없는 사실에 착안하여 혼자 날뛰었다. 혀가 돌아가는 속도가 머리 회전 속도보다 빠른 이들의 특징이다. 이틀 만에 사태파악을 한 그는 입장을 철회하고, 국내 여행을 핑계로 잠적한 바 있다. 올해 그가 펴는 주장은 그 당시와 수준이 똑같지만, 복수를 위해 고의적으로 하는 것이다. 내가 책에서 그의 심각한 논리결여, 자막에 전적으로 의존해야만 하는 기초영어 실력, 그리고 쟁점을 알지도 못하면서 무모하게 나서는 경박함을 비판했기 때문이다.
     
    그 뒤로 그는 분을 삭이지 못하고, 공판 과정에서 있었던 일들을 완전히 곡해하거나 자의적으로 짜맞춰 내보내는 기사들에 의존해서 매번 나를 인신공격해왔다. 그리고 그때마다 자신의 형편없는 언어능력, 심지어 독일어까지도 기본적인 “감”을 갖고 있지 않음을 노출시켰고, 나는 그때마다 그를 조롱했다. 그 때문에 나에 대한 적개심이 쌓인 것이다. 심지어 그는 내가 여러 번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을 표기한 번역자료 중에서, 그것도 중간에, “쿱스펠트 야커병”이라는 오타가 있는 것에 착안할 정도로 다급했다. 광우병이 창궐하던 시기에 영국에 살았던 내가 그 용어를 번역 당시엔 몰랐다고 소설을 쓰며 키보드 배열에 대한 심오한 고찰을 한 것이다. 당시 그의 전제는 내가 독일어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다는 것이었는데, 오히려 그의 글에서 드러난 독어에 대한 무지함을 내가 지적하면서, 그 반대로 드러났다. 그 직후 그는 븚로그를 일시적으로 닫기까지 했다. 이는 모두 확인 가능하다. 다시 말해,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그의 가설이 얼마나 허무한지 알 수 있는데도 몇몇 덜 떨어진 추종자들에 힘입어 별 깜도 아닌 꼬투리를 잡고 있는 것이다.
     
    취재자료에 vCJD이야기가 있었음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누구도 그걸 부정하지도 않고, 부정할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MRI로 어느 CJD인지, vCJD인지 알 수 없으며 로빈 빈슨은 둘을 확연히 구분하며 CJD로 MRI결과를 논했다는 것이다. 나는 vCJD 언급이 전문의 자격증 없고 MRI판독도 하지 않은 의사의 사족일 뿐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해왔으며 근거자료로 뒷받침해왔다. 로빈 빈슨은 그 의사의 말을 “진단”으로 여겼을 수 있으나, MRI결과가 곧 vCJD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또한 드러난 취재자료에서는 그 의사가 인터넷으로 CJD를 뒤져 알려주고, 로빈 빈슨의 가족이 더 찾아보고 나서 vCJD 의혹을 증폭시킨 정황이 드러나 있다. 설사 그게 진단이라고 주장해봤자 MRI결과가 되지는 않으며, 그 주장을 펴는 이들이 얼마나 다급한지는, “vCJD는 매우 매우 희귀하다”는 보건당국 의사의 발언까지도 vCJD진단이라며 우기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PD수첩이 방영한 것은 “그 자체로 확진 가능한” MRI결과로서의 vCJD이지, 애매모호한 “진단”이 아니다.
     
    로빈 빈슨이 다른 자료에서 MRI결과가 a variant of CJD라고 한 것은 그냥 CJD중 하나라는 뜻이다. 이것이 프레시안 등에 의해 내 결정적 오역으로 지적된 바 있는데, 이는 그들의 극심한 무지의 결과다. Variant란 용어는 일반 미국인도 type, form으로 인식하며, a variant라고 할 때는 특정한 유형의 CJD또는 변종 CJD를 지칭하는 것으로 볼 근거 없다.. 그 중 한 유형을 특별히 지칭하려거든 문맥상 자명해야만 한다. A variant of CJD가 모든 종류의 CJD에 적용되는지에 대한 문의에, 최근 CDC(질병통제센터)에서는 직접 회신하여 확인해준 바 있다. 진중권은 이를 끝까지 모른 체 하며, 법정에서 내가 곧바로 그 표현의 올바른 의미를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내가 뒤늦게 인터넷을 뒤져 억지주장을 하는 것처럼 사태를 곡해하는, 아주 악질적인 인간이다.
     
    심지어 그는, 내가 제시한 CDC의 확인에 부랴부랴 반박하기 위해 우석균, 우희종 따위를 내세우며 논문에서 그 표현을 vCJD와 병기한다는 의미도 없는 소리를 실은 한겨레 신문을 인용하면서도, 같은 기사에서 거론한 그 CDC의 확인내용은 마치 보지도 않은 척 굴고 있다. 논문이건 어디건, A variant of CJD란 표현이 vCJD란 의미가 되려면, 문맥상 표기가 그렇게 확실히 되어 있다. 그 어떤 논문에서도, 문맥상 vCJD를 지칭함이 자명하게끔 표기하지도 않고 쓰지는 않는다. 이것은 의학지식의 문제가 아니라 기본적 언어 문제다. 물론 번역 당시에도 나는 이 표현을 무작정 vCJD로 주장할 사람들이 있을 것임을 알았다. 실제로 작년 가을의 공판 직후 여러 덜 떨어진 이들이 A variant가 vCJD 고유명사라고 주장하기 위해 “A Variant”라며 유치하게 대문자 표기를 하기 시작했다. 진중권도 그 중 한 명에 지나지 않는다. 그가 특이한 점은 현재까지도 현실을 모르는 체 그런 행동을 계속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지난 화요일 PD수첩 무죄방송에서도 그 내용이 빠진 것을 보면, 머리가 어지간히 나빠도 감이 와야 정상인데 말이다.
     
    나는 현지 보도와 공문, 상식에 비추어보아 A variant of CJD를, CJD의 유형들 중 하나라고 굳이 하는 대신에 CJD라고 번역한 것이다. sCJD건 iCJD건 fCJD건, 또 설령 그들과는 본질적으로 구분되는 vCJD를 뜻한 것이건, 그 중 어느 CJD의 유형으로 못박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정황은 일반 CJD를 뒷받침했기 때문에 자신도 있었다. (참고로 미국에서는 여러 번 CJD환자를 두고 인간광우병 환자라고 보도한 시골 보도가 있었고, 모두 뻔한 오보였다. 이는 문맥과 뉘앙스를 잘 파악하고, 한국어보다 영어가 오히려 편한데다가 평소에 뉴스는 외신만 주로 읽던 내가 잘 판단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진중권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악의적으로 내 책의 인용문을 이용한다. 그 내용에 따르면 나는 기자에게 이 내용, 즉 방영되지 않은 내 번역물 중 로빈 빈슨이 MRI결과를 CJD라고 말하는 부분이 또 하나 있다고 할 때, “이런 결정적 증거를 왜 안 내놓고 있었냐”는 물음에 “결정적일 수도 있다”고 하였다. 진중권은 딱 여기까지만 인용한다. 내가, (자신에 따르면) 오로지 vCJD를 뜻하는 A variant of CJD를 CJD로 오역해놓고 그걸 결정적 자료로 생각했다는 식의 엉터리 주장이다. 그가 악의적으로 자른 바로 뒷부분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기자는 내게, 그것이 결정적인 자료가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냐”고 되물었고, 나는 “(PD수첩이) 또 무슨 궤변을 펼지 모르니까요”라고 답했다. 이는 그 표현에 대해 무지한 이들이 펼 수 있을 주장을 감안했기 때문이었다. 역시나 PD수첩은 그 부분을 직접 청취하지도 않고, 내가 표기한 CJD만 보면서 그것은 vCJD를 포함하는 상위개념이라고 변명했는데, 이는 그들이 아무 근거도 없이, MRI결과를 논하는 자막을 단독 vCJD로 조작한 이상 아무 의미 없는 항변이었다.
     
    A variant of CJD의 문제는 PD수첩 무죄판결에서 찾아볼 수 있는 가장 큰 블랙 코메디다. 문성관 판사는 “통상적으로 미국에서는 A variant of CJD가 vCJD를 뜻한다”고 판결문에 명시하였는데, 그 근거로 달랑 두 가지 문서를 제시했다. 한 문서는 A variant of CJD(vCJD)라며 괄호 안에 vCJD를 명시해둔 것이었다. 그 표현이 vCJD에만 해당하는 고유적 표현이라면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이는 매우 부적절한 증거채택이었다. 나머지 하나는 더 웃긴다.
    “A variant of CJD, caused by a prion with an altered protein configuration, is bovine spongiform encephalopathy (BSE or mad cow disease).”
     
    이것은 a variant of CJD라는 표현을 “일종의 CJD인 BSE”로 쓰는 문장이다. 즉 Variant, 특히 A variant라는 표현 자체가 얼마나 유연하고 문맥에 따라 천차만별인지 보여주는, 오히려 내게 유리한 증거다. 어느 매체와 문성관 판사는 동일하게 이 문장을 vCJD is BSE(인간광우병은 곧 소 광우병)라는 해괴한 뜻의 문장을 만들어낸 바 있다. 이것이 PD수첩 무죄판결의 근거였다.
     
    로빈 빈슨이 MRI를 거론할 때 한번은 CJD, 한번은 a variant of CJD라고 했다면, 그가 CJD와 vCJD를 확연히 구분한다는 내용이 이미 4월 취재분에 있었기 때문에, 게임은 끝났다. 진중권 같은 이들이나 a variant of CJD를 갖고 아직도 내가 오역을 했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하며 삽질하는 것이다. 한 명이라도 더 낚이길 바라면서. 그러나 현실은 그런 무지한 사람들도 눈치가 있기 때문에, 내용에 대한 주장은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쌩뚱맞게도, 이 사건과 아무 상관 없는 “안티 이명박 정서”가 그들이 나를 욕하는 주된 근거다. 물론 진중권의 경우, 무슨 대단한 이념적 색채를 갖고 있다기보다는, 그에 편승하는 각설이에 지나지 않는다.
     
    빈슨의 실제 사인은 내가 본 취재자료를 토대로 2008년7월부터 추정한 베르니케 뇌병증이었는데, 그것을 감안하면 그의 MRI가 vCJD의 그것과 흡사했을 확률은 거의 없다고 한다. 또한 검찰수사를 통해, 취재자료상 병원에서는 빈슨이 3개월 더 살 것이라고 말해주었다는 내용이 드러났다. 이는 물론 CJD에 해당한다. 정리하자면, MRI결과로 통보된 것은 그냥 CJD이고, vCJD를 배제하지 않는 통합개념 CJD로 두리뭉실하게 주어졌다고 하더라도, 그걸 단독 vCJD로 처리하고 MRI로 확진된다고 보도한 것은 절대 합리화되지 않는다. 또 따라서 MRI는 내 일종의 “꽃놀이패”다. 모든 관련 정황은 MRI가 vCJD였을 수 없음을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이걸 잘 아는 진중권은 모호하게 vCJD진단이 있었다는 표현을 쓰며, 본질인 MRI결과를 논하는 것을 회피하고 있다. 그가 정말로 나를 반박하려면 MRI결과가 vCJD라고 주장해야 한다. 그것도 근거를 갖춰서! 그러지 않고서 그가 PD수첩을 옹호할 방법은 없다.
     
    MRI에 대해 그가 쟁점을 왜곡하는 행태를 보면 그가 나에 대해 주장하는 다른 쟁점들, 가령 자막문제나 비타민 등의 이야기 역시 얼마나 허무맹랑하면서도 고의적으로, 사건을 잘 모르는 이들에게 나를 비방하기 위한 악질적인 내용인지 알 수 있다. 그는 내가 또 오역한 것이 있다며 또 하나의 취재자료를 들이밀었는데, 그건 미안하지만 질문을 하는 한국인이 발음이 너무 나빠서 전혀 알아들을 수조차 없었기 때문에 질문을 대강 처리한 것이다. 솔직히 그 질문자의 발음은 What인지 when인지 알아들을 수도 없을 정도였다. 나의 콩글리쉬 청취도는 0%를 자랑하며, 어차피 하늘이 두 쪽 나도 TOKIC이나 TOEKL등의 콩글리쉬 시험성적을 요하게 될 날은 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 또한, 그 취재자료를 제시한 진중권은 크게 자폭한 셈이다. 잘 들여다보면, 빈슨의 사인이 vCJD외에 어느 유형의 CJD인지 모른다는 내용일뿐더러, 유족처럼 가까운 이해당사자가 아닌 미국 일반인들의 경우 “광우병”이란 용어를 CJD와 동격으로 사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정확히 왜 현지 보도에서 인간광우병 이야기가 퍼져나갔는지, 또 빈슨 부친이 왜 “인간광우병 같은 것”이라고 했는지, 나 나름대로 근거를 찾고 있는 상태였는데, 진중권이 제시한 문제의 자료는 그야말로 대박이다. 이에 대해 PD수첩에게도 감사한다.
     
    최근에는 빈슨 모친이 a variant of CJD는 물론이고 CJD라는 용어조차 vCJD라는 의미로 사용했다며 PD수첩에서 방영한 내용이 또 엄청난 악질적인 오역임이 드러났다. PD들은 빈슨 모친의 발언이 “내가 말한 CJD는 vCJD”를 뜻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그것은 실제로 “내가 대부분 논하고자 한 것은 CJD이며, 그 후에 vCJD를 거론하곤 했다”는 내용이다. 이는 조금만 영어실력이 있는 사람이면 다 알 수 있고, 여러 곳에서 기사화되었다. 이 부분을 정정보도하게 되면, PD수첩은 물론이고 그걸 근거로 무죄판결을 내린 판사까지 대대적 망신을 당하게 될 것이다. 진중권은 항상, 말문이 막히면 “빈슨 엄마가 자기가 말한 모든 것은 vCJD라고 확인해줬다”는 PD수첩의 주장을 근거로 원 취재문맥까지 무시해왔는데, 이것이 완전히 박살이 난 것이다.
     
    현재 그는 사태 파악을 못하는 척, 자료 중 variant라는 용어마다 모조리 밑줄을 쳐가면서 불쌍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가 그 “엄마의 확인” 외에 들먹이면서 용감하게도 검찰까지 모독하던 빈슨 유족의 소장(vCJD진단을 받았다는 내용) 역시 MRI결과와는 무관하다. 병원 기록, 특히 MRI판독의의 기록에 vCJD라고 나와 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진중권은 소장만 하나 달랑 있는 줄 알았나 본데, 방대한 소송자료가 존재함은 당연하다. 그는 그 정도에도 생각이 못 미칠 만큼 경박한 것이다. 빈슨 유족은 그나마 당시 상황에서 충분히 할만한 오진인 CJD보다는, 그 비전문의의 vCJD발언을 문제시하는 것이 유리함을 당연히 잘 안다. 세상에 어느 법정에서, 소장이라는 것을 증거로 들이밀고, 또 그걸 무죄판결의 근거로 채택할까. PD수첩 무죄판결은, 그 판결을 내린 사람은 물론이고, 진중권을 비롯한 많은 이들의 모자람과 편향성을 드러내주는 재미있는 사건이다. 시간이 되는 분들은 판결문과 내 공개질의서를 대조하면서, 대한민국 판사의 수준 그리고 진중권과 같은 악의적인 네티즌의 수준을 감상해보길 바란다.
     
    나는 천상 인문학도다. 진중권 같은 연예인을 지망하는 사이비 석사가 아리스토텔레스를 허술하게 인용해서, 교양에 목마른 무지한 어린아이들을 낚을 때, 나는- 비록 PDF파일일지라도- 아리스토텔레스 원문을 혼자 공부했다. 그가 TV에 나와 시시덕거릴 때 나는 TV를 아예 없애고 몇 년을 살아왔다. 남들이 커피나 먹고 수다 떨 때 나는 독서를 했다. 이것이 내가, 그가 보기에 “잘났다고 생각”할만한 이유다. 소신이 있고 의지가 강하다는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현 시점은 물론이고, 그 어느 사건이 터지더라도 공부를 병행한다. 진중권처럼 무슨 언론에서 주목해줘서 “잘나지는” 것이 있다고 생각할만한 사람이 아니다. 설령 미국 대통령이 주목해도, 그가 내가 존경하는 학자가 아닌 이상, 내겐 아무 의미가 없다. 내가 PD수첩 사건에서 활용한 언어능력, 자료찾기, 합리적인 유추와 논리제시는 모두 내가 공부하면서 사용하는 것의 몇 천분의 1도 채 되지 않는 것이다. 나는 이런 연예인 석사에게 모욕당하기 위해 이 일을 시작하지 않았다. 내가 거짓말은 물론이고 논리가 결여된 주장, 또 무슨 대단한 이념으로 포장한 밥그릇 싸움을 꼴 보기 싫어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이 사회를 떠나기 전에, 얼마나 수준이 심각한 이들이 바보상자를 꿰차고 있는지를 한 사람에게라도 더 알리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진중권 같이 자신의 이름을 한 번이라도 더 알려보려고 안달이 난 이들은 제발 좀 닥쳐줬으면 좋겠다. 막말로, 아둔한 이들을 속여 많이 “해먹었”지 않는가? PD수첩이 무죄판결 방송에서까지 국민을 모두 초등학생 수준으로 알고 사기를 친 행태, 그리고 판사가 그런 오역을 증거랍시고 채택한 현실이 드러난 지금, 그나마 입 닫고 있는 게 그의 무식을 덜 드러낼 수 있는 처신방법이며, 인격이 발전할 수 있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