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시 수정안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 정몽준 대표가 친이계를 대표해 설전을 벌이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당초 박 전 대표에 대한 선제공격에 나섰던 정 대표는 박 전 대표가 반격해오자 곧바로 재반박에 나서는 등 공세를 강화하고 있어 계파 간 갈등이 더욱 격화될 가능성을 예고했다.

    정 대표가 이 처럼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나선 데에는 앞서 이명박 대통령의 수정안 처리에 대한 강한 주문과 최근 리더십 부재에 따른 ‘로봇 대표’라는 일각의 비난이 상당 부분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둘 사이의 포문은 정 대표가 먼저 열었다. 정 대표는 최근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당위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연인과의 약속을 지키려다가 다리 밑에서 익사했다’는 ‘미생지신(尾生之信)’이란 고사성어로 박 전 대표를 공격했다. 박 전 대표의 ‘원안 플러스 알파’ 소신이 쓸데없는 고집이라는 의미로 한 말이다.

    그러자 박 전 대표는 18일 오전 본회의 출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이를 정면 반박하며 세종시 논란의 책임을 정 대표에 돌렸다. 박 전 대표는 “미생은 진정성이 있었던 것이고 애인은 (진정성이) 없었던 것”이라며 “미생은 비록 죽었지만 후에 귀감이 됐고 애인은 평생 괴로움 속에서 손가락질 받으며 살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는 “이런 식으로 가다가 당이 국민 선택도 받기 전에 공약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당이 될 것”이라며 “한나라당이 국민 신뢰를 잃는 것에 책임지셔야 될 문제”라며 정 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나아가 그는 “정 대표도 불과 얼마 전까지 원안 당론 변화 없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면서 “그럼 원안이 정말 나라 위해서 그렇게 해서는 안되는 게 아니라면 그렇게 공언하면 안된다”고 했다. 그는 “그 사이 생각이나 소신이 변했다면 판단 오류다. 의원 개인 생각이라면 모르겠으나 당 대표니까 문제가 된다”고도 했다.

    박 전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이 있은지 불과 몇 시간 뒤, 정 대표가 또 다시 이를 재반박했다. 표현은 다소 누그러졌으나 현직 대표 입장에서 상당히 자존심이 상했다는 듯한 어투였다.

    정 대표는 “당 대표라고 해서 정부안에 대해 찬성 의견을 말하면 안 된다고 하셨다면 이는 조금 지나친 말씀”이라며 “정부가 발전방안을 발표한 만큼 당연히 찬반 토론을 자유롭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전 대표가 정부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분명히 한 것처럼 누구든 의사를 표시해야 한다. 불필요하게 자극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정 대표는 그러나 “한나라당이 국민 신뢰를 잃는 것에 책임지셔야 될 문제”라는 박 전 대표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자신 있는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