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이 중동 산유국에 한국형 원자력발전소를 수출, '산전국(産電國)'의 꿈을 이루게 됐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자력공사(ENEC)는 27일(현지시각) 한전컨소시엄을 UAE 원자력발전사업 프로젝트 최종 사업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계약 규모가 원전 4기 계약금 200억달러와 향후 60년간 운영지원 수출액을 포함해 총 400억달러(한화 약 50조원)에 달해 우리 역사상 최대 수출프로젝트로 평가된다.

    원전 4기 수출액 200억달러는 NF소나타 100만대 또는 30만t급 초대형 유조선 180척 수출과 맞먹는 금액이며, 건설기간 10년동안 11만명의 신규 고용창출 효과가 기대된다. 원전수출로 인한 약 400억달러에 달하는 직접적인 효과 외에도 추가 경제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전망했다. 건설, 기기제작, 설계, 원자력 기술개발, 금융 등 원자력 관련산업 파급효과를 고려하면 국가경제 전반에 걸쳐 막대한 기대효과를 얻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국형 원전시대' 새 이정표…우수성 국제사회에 입증

    특히 전 세계 원자력 르네상스 시대를 맞이해 한국이 기존 원전 선진국을 제치고 새로운 원전수출 강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은 '한국형 원전시대'를 여는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었다는 평가다. 입찰과정에서 세계 원전사업을 선도하고 있는 프랑스 아레바사와 미국(GE)-일본(히타치) 컨소시엄을 따돌린 것은 한국형 원전 우수성이 국제사회에서 공인받았다는 의미를 갖는다.

    세계원자력협회(WNA)는 향후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430기 이상의 원전이 신규 증설돼 1조달러(약 1200조원)에 달하는 거대한 세계원전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원자력은 공급 안정성이 높고 경제적이면서 온실가스 배출도 거의 없어 저탄소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인정받는 추세다. 따라서 세계 각국은 고유가와 온실가스 감축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 대안으로 원전을 주목하고 있다.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이 "UAE 원전수주는 국제원전시장에 진출하는 교두보를 확보하게 되는 것"이라고 밝힌 배경이다.

  • ▲ 이명박 대통령이 26일 오후 (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에 도착해 모하메드 아부다비 왕세자의 영접을 받고 있다. ⓒ 뉴데일리<=청와대 제공>
    이명박 대통령이 26일 오후 (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에 도착해 모하메드 아부다비 왕세자의 영접을 받고 있다. ⓒ 뉴데일리<=청와대 제공>

    한국은 1970년대에 세계 21번째 원전 보유국이 된 이래 세계 6위 원전 강국으로 급성장했다. 국내 총 20기의 원전을 가동하고 있으며 현재 8기를 더 건설 중이다 . 기술자립도는 95%에 달한다. 지난 30년 동안 단 한건의 사고발생도 없었으며 원전이용율은 세계평균(79.4%)를 훨씬 넘는 93.3%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정부는 원전산업을 조선, 자동차, 반도체를 잇는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과거 박정희 대통령이 수출드라이브정책 등 산업화를 통해 50년간 국가 경영의 틀을 구축했다면, 이명박 대통령은 저탄소 녹색성장을 기반으로 미래 대한민국이 50년간 먹고 살 미래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박정희, '산업화'로 50년 국가경영 구축…MB, '녹색성장'으로 미래동력 확보

    이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원자력에 큰 관심을 가져왔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최적 대안이라는 평가와 함께 타 산업에 비해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 대통령은 정부 새해 업무보고에서 "모든 나라가 원자력시대를 열어가면서 우리에게는 위기를 기회로 바꿀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면서 "원전 등 플랜트 산업은 설계와 시공, 운영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결합한 융합산업이며 차세대 수출산업으로 육성할 잠재력이 높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에는 호남선 KTX 기공식 참석에 앞서 영광원자력발전소를 불시에 방문했다. 기공이나 준공과 같은 특별한 사유가 없이 대통령이 원전을 방문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국내외에 '대한민국은 대통령이 원자력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는 나라'라는 인식을 알리기 위한 의도로 해석됐다.

    UAE 원전 수주경쟁에서도 이 대통령의 '비즈니스 외교'가 결정적인 힘이 됐다는 평가다. 초대형 프로젝트를 따내기 위한 경쟁이 국가대항전 성격으로 치러지면서 이 대통령은 한국과 UAE간 정부 차원 협력을 제안하는 친서를 전달했으며, 입찰 결정권을 쥔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자와 수차례 유선통화를 통해 한국형 원전의 우수성과 양국간 신뢰관계를 강조해 왔다.

    이 대통령은 26일에는 아부다비를 전격 방문, 원전 수주 막바지 지원에 나섰다. 이 대통령을 공항에서 영접한 사람은 바로 모하메드 왕세자. 모하메드 왕세자가 예정에 없던 파격 예우를 보인 것은 그간 이 대통령과 쌓아온 신뢰를 가시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풀이됐다. 이 대통령은 "양국이 원전건설 프로젝트건으로 만남을 시작했으나 여러 면에서 형제 같은 관계를 맺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한번 인연을 맺으면 깊은 관계를 맺는 것이 한국"이라고 말했고, 모하메드 왕세자는 "한국과 UAE가 향후 50년을 바라보고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 바란다. 모든 분야에서 협력을 증진하고 더 많은 양국민이 상호방문할 것을 희망한다"고 화답했다.

    정부, '원전 수출산업화 대책' 추진…2012년까지 100% 기술자립

    UAE 원전 수주를 계기로 정부는 수출대상국별 맞춤형 마케팅 강화, 핵심기술 및 인력 적기확보, 수출형 원전 산업체제 강화 등 '원전 수출산업화 대책'을 마련하고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국내 원자력 비중도 높여갈 방침이다. 대통령직속 녹색성장위원회와 지식경제부 등은 향후 원자력 비중을 2030년까지 41%(2008년 현재 24%수준)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으며, 교육과학기술부는 연구용원자로 수출추진단 발족, 수출용 중소형 원자로(SMART) 개발 본격화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정부는 독자적 원전수출 기술을 조기에 확보하기 위해 원자로냉각재펌프 등 미자립기술과 한국형 노형(爐型) 개발을 2012년까지 앞당기고, 원전기술인력도 지속적으로 양성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