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중력 춤’ 대신 ‘4대강 카드’ 들고 나온 허경영

    12월 19일,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2년 전 17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다. 당내 치열한 경선을 뚫고 후보 자격을 거머쥔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와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의 양자 대결로 압축된 선거였지만 소수 지지층의 응원을 등에 업고 과감히 출사표를 던진 이들도 유권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 중 파격적인 행보를 거듭, 이른바 '허경영 신드롬'을 일으켰던 허경영(59) 경제공화당 후보(현 민주공화당 총재)의 경우 9만6756표(득표율 0.4%)를 획득하며 기성 정치인 못지 않는 지지를 받는 이변을 연출했다. 당시 그가 얻은 성적은 대선에 도전한 12명의 후보 중 7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한국사회당과 참주인연합을 이끌며 조직력 및 선거캠프 규모 면에서 허 총재를 압도했던 금민 후보(1만8223표, 0.1%)와 정근모 후보(1만5380표, 0.1%)를 멀치 감치 따돌린 수치였다.

    비록 선거비용의 50%를 환급받을 수 있는 15% 득표에는 실패했으나 소수 정당의 대표로서 의미있는 도전이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기존 정치인에 식상함을 느낀 젊은층은 인터넷을 통해 허 총재의 돌출 행동과 발언에 높은 관심을 보였고 일각에선 그를 한국 정치의 새로운 대안으로 추켜세우는 움직임마저 일었다.

  • ▲ 허경영(59) 민주공화당 총재  ⓒ 뉴데일리
    ▲ 허경영(59) 민주공화당 총재  ⓒ 뉴데일리

    하지만 공중부양· 축지법 등 검증되지 않은 기행과 기언을 일삼고 "대통령이 되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결혼하기로 했다" "고 이병철 삼성 회장의 양자다"라는 식의 '허위 사실'을 여러 차례 언론에 유포, '진지함'이 결여된 행보로 일관한 허 총재는 '폴리테이너'란 신조어까지 탄생시키며 정치인이 아닌 세간의 가십거리로 더욱 각광(?)을 받았다.

    본인 역시 이같은 상황을 즐기는 듯 했다. 외계인과 교신을 하고 아이큐가 430에 달하며 눈빛만으로 사람을 치유할 수 있다는 자신의 주장이 반향을 일으키자 연일 자신에게 쏟아지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더욱더 자극적인 단어와 행동들을 선보였다.

    결국 허 총재는 독신인 박 전 대표와의 결혼설을 언급해 허위 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혐의로 1년 6개월의 실형을 받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

    하지만 지난 7월 23일 출소한 허 총재는 사람들의 흥미거리만 추구하는 '황색 저널리즘'에 편승한다는 일각의 비난 속에서도 이전보다 더욱 당당하게 대외활동을 펼치며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 8월 디지털 싱글 '콜미'를 발매한 허 총재는 9월 홍대 브이홀에서 단독콘서트까지 여는 등 '폴리테이너'로서의 독자적인 노선을 걷기 시작했다. 그가 내뱉는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역사적으로(?) 유례가 없던 것들이기에 언론과 네티즌은 논리와 이성을 초월한 '허경영식 발언'에 관심을 보이며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18일 한 시민단체의 초청을 받아 강연을 펼친 허 총재는 역시나 독특한 그만의 철학과 논리를 내세웠다. 특이한 점은 '외계인 얘기'나 '무중력 춤'이 아닌 정치적으로 초미의 관심사인 '4대강'과 '세종시' 문제를 강연 화두로 삼았다는 점이다.

    ‘괴짜’ 허경영, 그가 바라보는 4대강이란?

  • ▲ 허경영(59) 민주공화당 총재  ⓒ 뉴데일리
    ▲ 허경영(59) 민주공화당 총재  ⓒ 뉴데일리

    "허경영을 불러봐~ 넌 시험 합격해~"란 가사를 읊어대던 그의 입에서 느닷없이 '4대강 발언'이 나오자 그제서야 이 사람이 한 때 대선 후보였다는 사실이 실감났다.

    하지만 소재만 정치적일 뿐, 허 총재는 전혀 색다른 시각으로 4대강 문제를 풀이했다. 사람의 몸에 흐르는 혈액과 국토에 흐르는 강줄기를 같은 성질의 것으로 해석한 그는 4대강 역시 이같은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체를 볼 줄 모르는 사람이 '4대강을 논한다', '수도를 옮긴다'는 주장을 하는 것은 정말로 뭘 모르는 사람이 하는 얘기입니다. 동물은 보통 병(病)만 생깁니다. 고민을 안 하니까. 그러나 인간은 정신적인 문제로 질(疾)이 안 좋게 되고 결국 병을 끌고 오게 됩니다. 한마디로 질병(疾病)으로 인해 경혈이 막히고 신경이 차단되는 것이죠. 4대강도 이런 차원에서 봐야 합니다. 국토를 하나의 소우주인 인체라고 생각을 해 봅시다. 머리카락의 어머니는 피부이고, 살 뼈 피 마음 등에 차례로 구속을 받게 되죠. 일례로 아들이 죽으면 어머니의 피가 시커메지는데 마음이 순식간에 피를 바꾼 겁니다. 이같은 메카니즘을 이해해야 4대강이 갖는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습니다."

    강줄기를 혈액에 비유 “막힌 것 뚫어야”

    사람의 혈액을 강줄기에 비유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 이후에 이어진 부연 설명은 자꾸만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특히 "우리 몸에 거미줄처럼 퍼져있는 신경은 '하나님의 길'을 의미한다"며 "신이 다니는 길이 막히면 그 부위는 금방 힘을 잃고 죽게 된다"고 강조, 신경에 대한 자세한 해석을 곁들였다.

    그는 "신경은 365가닥으로 갈라져 경혈을 통해 들어온다" "성경은 성인들의 길이요 불경은 부처가 걸어온 길을 가리킨다" "신경이 마비되면 중풍이 걸리는데 이는 신이 저주를 내린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하늘이 만들어온 섭리다"라고 수차례 '신경'이라는 단어가 지닌 속내를 풀이했지만 이것이 4대강과 어떠한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 ▲ 허경영(59) 민주공화당 총재 ⓒ 뉴데일리
    ▲ 허경영(59) 민주공화당 총재 ⓒ 뉴데일리

    그는 합리주의를 추구하는 인간과 섭리주의를 표방하는 신(하늘)의 특징을 거론하며 경혈이 막히는 이유로 '인간의 그릇된 욕망'과 '타인에 대한 원한'을 마음에 품는 것을 지적했다. 즉 향락주의 물질주의 인본주의에 빠져있는 인간의 마음 상태가 질에 이상을 가져오고 결국 몸에 질환을 야기시킨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 역시 4대강과의 '연결고리'는 매우 빈약해 보였다.

    허 총재는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4대강 개발이 환경파괴가 아닌 생태보전을 위한 길임을 역설하며 정부의 방침에 대해 적극 찬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한강 낙동강 금강 등에 총 16개의 보가 설치될 것"이라는 정부 계획을 설명한 뒤 "2012년은 세계가 위기에 들어가는 시발점이 되고 한반도가 아열대성 기후로 변해 이상한 아열대성 호우가 오게 된다"며 "이런 시대에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을 하자고 한 것은 대단한 발상"이라고 추켜세웠다. 

    그는 "머지않아 우리나라에 21개 다목적 댐이 가뭄이 들어 바닥을 드러내는 때가 올 텐데 이런 걸 대비해서 추가로 16개 보를 설치하는 의미도 있다"고 해석했다.

    “4대강은 대운하와 달라”

    그는 "보의 최고높이가 5~10미터에 불과하고 배가 다닐 수 있는 '일직선'이 아닌 '둘쑥날쑥'한 너비로 강변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일각에서 주장하는 대운하 연결설은 말도 안 된다"고 정부 측 입장을 대변하기도 했다.

    "실제 대운하를 하려면 보 높이가 20미터는 돼야 합니다. 따라서 5~10미터에 불과한 보의 높이로는 이같은 공사가 불가능하죠. 또 한 곳에는 백사장을 만들고 또 다른 곳에는 공원을 조성하는 등 운하용이 아닌 강변 개발에 목적으로 두고 공사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 ▲ 허경영(59) 민주공화당 총재 ⓒ 뉴데일리
    ▲ 허경영(59) 민주공화당 총재 ⓒ 뉴데일리

    일부 환경단체가 주장하는 '4대강 개발 = 환경파괴' 논리에 대해서도 허 총재는 강한 반발을 보였다.

    "환경파괴 주장은 어불성설입니다. 자연 하천에서 생태 하천으로 바뀌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데 자연 하천이라고 다 생태가 살아있는 게 아닙니다. 보를 만들어 자연 상태에서 살기 힘든 환경에 있던 물고기를 다 살게 하면 그것이야말로 파괴가 아니고 살리는 거죠. 자연 하천은 그냥 인간이 손대지 않은 상태를 말하지만 생태 하천은 상태가 살아있도록 만드는 겁니다. 또 콘크리트로 쌓았으니 환경파괴가 아니냐는 지적이 있지만 강 바닥은 콘크리트가 아닌 자연 그대로의 상태입니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비록 사막이지만 지하수를 파면 물이 어마어마하게 있다"며 "그에 반해 국내 산을 보면 1m 아래에는 전부 바위투성이라, 물이 위에서 떨어져도 지하에 저장될 부분이 지극히 적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논이 많아서 물이 깊은 곳까지 흡수되지 못합니다. 선천적으로 물을 보관하는 지형이 못되는데 아열대성 기후로 바뀌게 되면 (흡수가 안돼)농사를 지을 만한 수준을 넘어 불규칙하게 집중 호우가 쏟아질 겁니다. 더욱이 지금은 강력한 땜이 있어도 물이 모자른 형편입니다. 향후 낙동강에서 5억톤의 물이 부족해 질 겁니다. 따라서 4대강은 결국 물을 어떻게 저장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진 사업입니다. 그래서 대통령이 보를 설치한다고 할 때 대단하다고 생각했고 교도소에서도 이런 점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 PR을 많이 했습니다."

    “행정수도 남하, 김정일 ‘전쟁야욕’ 부추길 것”

  • ▲ 허경영(59) 민주공화당 총재 ⓒ 뉴데일리
    ▲ 허경영(59) 민주공화당 총재 ⓒ 뉴데일리

    허 총재는 세종시 문제에 대해서도 말문을 열었다.

    그는 "앞으로 세계는 작은 수도 작은 나라가 지배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서울이야말로 세계적인 수도가 될 땅"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은 세계적인 수도 자리입니다. 소위 첨단(尖端)시대라고 하는데 첨(尖)자는 한자로 뽀족하고 작은 것을 의미하죠. 과거 조그마한 섬 나라 영국이 세계를 지배하다 미국·소련 등 큰 나라가 세계의 패권을 거머쥐었죠. 이제는 다시 작은 나라가 세계를 지배할 겁니다. 사대주의가 아니고 '사소주의'가 도래한 겁니다. 삼성회장도 변호사 한 사람 때문에 물러났듯이 아무것도 아니던 사람이 세상을 지배하는 날이 올 겁니다. 일례로 PD 하나가 광우병 없는 것을 있는 것으로 만들어서 대통령을 곤혹스럽게 하지 않았습니까. 한반도가 작다고 얕보면 큰일 날 겁니다. 핸드폰을 봐도 이 안에서 모든 글자가 다 생성되죠. 중국어 사우디어 다 안 되는데 한글은 전 세계 언어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입력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세종대왕이 마침 광화문을 지키게 됐으니 박자가 맞아 떨어진 것"이라며 "한글로 세계를 지배할 날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은 문화와 언어로 세계를 지배할 것입니다. 전 세계가 콜미를 부를 날도 오겠죠. 우리는 유대인보다 더 우월한 민족입니다. 따라서 우리 민족이 곧 세계 정신을 지배할 것입니다."

    “서울은 세계적 명당 자리…연기군은 평범”

  • ▲ 허경영(59) 민주공화당 총재 ⓒ 뉴데일리
    ▲ 허경영(59) 민주공화당 총재 ⓒ 뉴데일리

    그는 "서울에선 남산 때문에 청와대 자리에서 한강이 안 보인다"며 "만약 한강이 보였다면 서울은 세계적인 명당자리가 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려가는 물을 보고 있는 집은 망합니다. 연기군엔 산이 없죠. 조그마한 낮은 산 뿐입니다. 여기에 집을 지으면 복권 정도는 붙을 수는 있습니다. 작은 행운의 자리지만 수도를 옮길만한 곳은 아닙니다. 다시 말하자면 나쁜 지역은 아니나 물이 작고 수도가 들어설 만한 자리는 아닙니다."

    그는 "풍수지리학적으로 충남 연기군은 한 나라의 수도가 될 자리가 아니다"고 강조한 뒤 "만일 행정수도를 세종시 등 서울 아래 지역으로 후퇴시킬 경우 심리전에서 우리가 불리해질 수 있다"며 "북한의 침략을 도발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행정수도 이전이 북한과의 전쟁억지력 유지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

    "서해교전이 발발한 백령도나 연평도, 장산곶 등을 보면 북한 어선이 고기를 잡기 위해선 멀리 서해안 바깥으로 빠져 나가야 됩니다. 북한 측 입장에선 자기들 집 앞에까지 경계선이 있으니 기가 막히겠죠. 실제로 북한은 왜 우리 앞마당을 당신들이 가져가느냐는 볼멘소리를 주기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지역은 한반도의 화약고입니다. 미국이 한반도에 전쟁이 나게끔 만들었습니다."

    한반도 전쟁 발발 “한강이 휴전선 될 것”

    그는 머지않은 시기에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 서울이 불바다가 될 것을 예고하기도 했다.

    "여기서 큰 대형 전쟁이 일어날 겁니다. 그래서 한강은 휴전선이 되죠. 그게 언제쯤 다가올지는 제가 알고 있지만 지금 말씀드릴 순 없습니다. 서울은 불바다가 될 것이고 서울 강북은 북한 땅, 강남은 남한 땅이 될 겁니다. 핵을 가진 나라는 이미 세계 초강대국입니다. 때문에 우리는 게임이 안 됩니다. 이길 수가 없죠, 마찬가지로 미국도 북한을 이길 수 없고 북한도 미국을 이길 수 없습니다. 옛날 예언서를 보면 서양 사람이 가면 동족대전이 일어나서 300만 명이 죽는다고 돼 있습니다. 이는 미군이 용산기지에서 이전하면 화학대전이 발생한다는 의미입니다. 이조시대 때 나온 예언이죠. 그때가 되면 월남처럼 북한을 미국이 장악하게 될 겁니다."

    그는 10년간의 좌파 정권이 끝나고 우파 정권이 들어선 것 역시 전쟁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 허경영(59) 민주공화당 총재 ⓒ 뉴데일리
    ▲ 허경영(59) 민주공화당 총재 ⓒ 뉴데일리

    "김대중과 노무현이 가버린 대한민국은 위험합니다. 김대중이, 노무현이 살아 있으면 모를까. 그 (북한)사람들은 나름대로 의리가 있습니다. 노무현이 자살까지 하니, '야 남반부 손 좀 봐야겠다'는 생각에 한동안 금강산도 막아버리지 않았습니까? 남한에서 김정일과 협상할 사람도 없고, 코드가 자체가 맞지 않아요. 때문에 우리나라가 사실은 전쟁 직전에 놓여있는 상태입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자기 재산을 기부하는 모습이야말로 섭리주의의 실천이자, 청지기 정신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사람을 섭리적으로 만들어야 경락이 막히지 않고 잘 살 수 있다고 밝혔다.

    "우리가 살 때 섭리나 사리나 도리 3대로 살면 경략이 막히지 않습니다. 그런데 합리주의로 가면서 남과 싸우고 하면 도리를 벗어나면, 경락이 막힙니다. 요즘 젊은이들이 바로 합리주의자입니다. 세계 인류도 전부 합리주의를 주장합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청지기 정신을 가지고 있는 섭리주의자입니다. 자기 재산을 다 기부하는 분이죠. 하지만 사람들은 대통령이 뭔가를 하기만 하면 마음의 문을 싹 닫아버립니다. 특히 애들은 대통령을 무슨 도둑 같은 사람으로 봅니다. 문제가 있죠. 우리는 합리주의적인 애들을 교육시켜서 섭리적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정말 참 교육이 없습니다. 정치는 있는데 지도자가 없습니다. 현 시대가 그렇습니다. 기업은 있는데 기업가 정신을 가진 사람이 없습니다."

    끝으로 그는 "우리나라가 황우석을 잃어버리고 허경영까지 잃어버리면 망한다"면서 "허경영이라는 사람이 영적으로 있어야 세계 통일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땅의 신경은 허경영이라는 사회의 지도자를 말하는 것"이라며 혈맥을 다스리는 신의 길, 신경이 바로 자기 자신임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