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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민정당 후보였던 노태우 전 대통령은 새만금 사업을 공약으로 발표했다. 대규모 국책사업 공약을 걸어 호남표를 얻겠다는 의도였다. 새만금은 환경단체의 반발과 소송으로 지리한 싸움을 벌이면서 정권과 지방자치단체, 지역주민 입장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려왔다.
새만금 사업의 원안은 세계 최대의 간척 농지를 조성하는 것이었다. 방조제 건설로 생기는 용지 70%가 농업용도로 지정됐었다. 이 대통령은 대선 시절부터 "기본적으로 틀린 착상"이라며 원안의 문제점을 지적해왔다.
전북지사로부터 '큰 절' 받은 'MB다운' 새만금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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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년 착공되는 새만금 신항만 조감도 ⓒ 연합뉴스
2007년 9월 전북 부안 새만금방조제를 방문한 이 대통령은 "당초 계획이 농토를 중심으로 된 것이 사실이지만 이미 긴 세월을 보내며 당초 목적에 맞지않는 여건의 변화가 있었다"면서 "새로운 발전계획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같은해 3월에도 새만금 사업현장을 둘러본 뒤 "용도계획부터 근본적으로 다시 발전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당시 언급했던 '새로운 발전계획'은 지난 7월 정부가 발표한 '새만금 종합실천계획안'으로 정리됐다. 새만금 방조제 일대를 산업과 관광, 환경을 결합한 '명품 복합도시'로 개발키로 한 것이다. 대선 시절 "새만금을 두바이로 만들겠다"던 'MB다움'이 변화를 이끌었다.
'원안추진' 고집했더라면 새만금은…
이에 김완주 전북지사는 이 대통령에게 "큰 절 올립니다"라는 장문의 편지를 보내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는 "새만금 종합실천계획안을 읽고 또 읽었다. 읽을 때마다 새록새록 감동이 밀려왔다"면서 "정부가 방향을 잡아주셨으니 우리 전북도민은 있는 힘을 다해 정부 방안을 따르고 새만금 개발을 향해 매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새만금을 '명품도시'로 만들기 위해 정부, 지자체, 주민이 함께 나아가게 된 것이다.
"하늘 위에 덮힌 정치 먹구름을 다 거둬내야 한다. 전북 상공에 경제의 햇살이 비춰져야 한다" 과거 새만금 현장을 찾았던 이 대통령이 던진 말이다. 만일 지역 단체장과 정치인들이 "원안 고수"를 주장하며 여론몰이에 나섰다면 새만금은 아직 20년전 대선 공약의 덫에서 아직 허덕이고 있을 지 모를 일이다.
'국가경쟁력·국가미래·충청발전', 세종시 대안기준 제시
그간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말을 아껴온 이 대통령은 4일 정운찬 국무총리로부터 세종시 추진계획과 일정을 보고받고 "세종시 대안은 원안보다 실효적 측면에서 더 발전적이고 유익해야 한다"며 원안 변경 의사를 분명히 했다. 구체적 대안 기준으로 첫째 국가경쟁력, 둘째 통일 이후 국가미래, 셋째 해당지역 발전을 제시했다.
정 총리는 "현재대로 세종시가 건설되면 예산은 예산대로 들면서도 당초 기대했던 '복합도시'는 실현 불가능하다"면서 내년 1월까지 사회 각계 여론을 모으고 민관합동위원회 활동을 통해 구체적인 대안 마련을 약속했다. 정 총리는 "이번 논의의 최우선 목표는 세종시를 제대로 된 도시로 만들기 위한 것이며 세종시를 더 잘되게 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지시와 정 총리의 발표내용을 보면 이번에도 '정치논리'는 빠졌다. "정치적 부담이 큰 사안을 굳이 왜 건드릴까"라는 의문을 가질 만하다. "대통령안, 총리안이 따로 있는게 아니다"는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의 말대로 이날 정 총리 발표에는 'MB다운' 세종시 추진 의지가 담겨있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자급자족이 가능한 이명박표 세종시'를 내놓으면서 "지금 계획을 답습하지는 않겠다"며 "취지와 방향은 살리면서 사람이 사는 제대로 된 도시가 되도록 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세종시도 'MB답게' 풀어야
2002년 대선에서 "재미 좀 보기 위해" 시작된 세종시 문제를 풀어야 할 책임은 어찌됐건 현 정부가 지게 됐다. 이 대통령도 "재미를 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새만금과 같은 'MB다움'만이 해법이다. 원안이 잘못됐다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적극 추진해야 한다. 정치를 떠난 MB표 실용주의는 성과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세종시 대안을 마련하기까지 숱한 '정치논리'가 판을 칠 게 불 보듯 뻔하다. "정치생명을 걸었다"고 공언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내부에서 거듭 몰아 붙일 것이고, 충청지역 표심을 노리는 각 정당도 앞다퉈 공세에 나설 것이다. 특히 내년은 지방선거가 있는 해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임시절 청계천 복원 과정에서 수많은 반대를 극복하기 위해 4000번의 설득작업을 벌였다. 세종시 문제를 풀기 위해 필요하다면 그 이상의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치밀하게 준비하고 강력하게 추진하는 '컴도저' 면모를 보일 때다.





